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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기록
프롤로그 1부 군중의 숲, 소음의 궤도 1장. 회전하는 밤 2장. 아무도 믿지 않는 보고서 3장. 말을 잃은 자들의 도시 4장. 우연을 숭배하는 사람들 2부. 남극으로 가는 길 5장. 회전의 끝을 향하여 6장. 많은 사람들이 같은 하늘을 보고도 다른 것을 믿는다 7장. 얼음 위의 연구기지 8장. 침묵이 가장 큰 소리를 내는 시간 9장. 얼음 아래의 방향 10장. 세계는 인간에게 설명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에필로그 - 문명이 지워진 대지 위에서 두번째 기록 프롤로그 1장. 침묵이 말하기 시작할 때 2장. 긍휼의 다른 이름 3장. 어머니의 궤도 4장. 이름 없는 것들의 목록 5장. 균형이 흘리는 것 에필로그: 신 없는 신성 위에서 |
묵명(默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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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이서진은 대관령 천문관측소에서 세상의 모든 현상을 정량화된 숫자로 치환하며 살아가는 건조한 인물이다. 어느 겨울 밤, 그는 시스템 오차가 없는 상태에서 하늘 전체와 별빛이 거대한 리듬을 그리며 파동 치고, 완벽한 암전 속에서 자신의 그림자가 홀로 회전하는 초현실적 현상을 목도한다. 이 징후는 대관령뿐만 아니라 칠레, 하와이, 남아프리카 등 전 세계 관측소에서 동시에 포착되며 문명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넣는다. 인류는 이 우주적 균열을 두고 '설명하려는 자'와 '숭배하려는 자'로 분열되고, 인간이 만든 언어는 본질을 잃고 붕괴하기 시작한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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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주의와 속도가 지배하는 차가운 현대 사회에서 문학이 지녀야 할 본연의 가치, 즉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의 존엄성을 증명하는 일’을 실천하고자 기획되었다. 본 작은 거대한 우주적 법칙이라는 무심함 앞에서 인간의 사소한 슬픔과 고통이 어떻게 위안을 얻고 구원받을 수 있는지를 천문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존재론을 결합하여 정밀하게 추적한다. 신 중심, 혹은 인간 중심의 얄팍한 이분법적 오만에서 벗어나 세계의 진실한 민낯을 대면하게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긴 겨울밤 동안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소박한 버팀의 행위야말로 가장 신성한 인간의 윤리임을 전하고자 한다.
100자 평 “인간 중심의 얄팍한 오만을 깨부수는 천문학적 상상력과 실존주의 철학의 경이로운 만남. 신이 사라진 냉혹한 우주의 궤도 위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뜨겁게 빛나는 인간의 존엄과 자비를 목도하다.” 추천사 묵명(默明) 권진오 작가의 신작 《우연과 신성의 궤도》는 현대 한국 문학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압도적인 스케일과 깊은 형이상학적 사유를 담아낸 거작이다. 작가는 천문학적 현상이라는 SF적 모티프를 빌려와 인간 존재의 근원을 묻는 실존주의적 질문을 던진다. 우주는 인간에게 다정하지도, 적대적이지도 않다. 그 철저한 무심함 앞에서 인간이 만든 조잡한 언어와 신화가 무너져 내릴 때, 작가는 절망 대신 ‘서로에게 온기를 내어주는 인간의 책임’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차가운 지성으로 시작해 따뜻한 윤리로 완성되는,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운 구원의 서사시다. 거대한 우주의 질서 속에서 길을 잃은 모든 단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본격 서평 【언어의 붕괴, 그 너머에서 시작되는 ‘침묵의 존재론’】 묵명 작가의 소설 세계는 언제나 인간을 둘러싼 거대한 세계의 실체와 그 앞에 선 단독자의 실존을 집요하게 추적해 왔다. 이번 신작 《우연과 신성의 궤도》는 그간 작가가 천착해 온 ‘침묵의 존재론’과 역설적 평온의 사유 체계인 ‘파라 콰이어트(Para-Quiet)’가 가장 거대하고도 정교한 문학적 서사로 발현된 기념비적 작품이다. 대관령 천문관측소에서 시작된 ‘그림자의 회전’과 우주적 균열은 문명이 쌓아 올린 인과율의 이성에 균열을 내며 시작된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이 초현실적 징후를 단순한 재난이나 종말론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설 속 인류는 이 현상을 두고 끊임없이 과잉된 언어를 쏟아내지만, 그 설명이 더해질수록 본질에서 멀어지는 ‘영적 맹인’이 될 뿐이다. 작가는 과잉된 언어의 외피를 과감하게 벗겨내고, 독자를 아무런 소음도 존재하지 않는 절대 고립의 성소, ‘남극’이라는 공간으로 인내심 있게 인도한다. 【신 없는 세계에서 인간이 발명해 낸 유일한 신성, ‘자비’】 이 작품의 문학적 가치가 정점에 달하는 곳은 우주의 냉혹한 진실과 마주하는 지점이다. 우주는 완전무결한 질서가 아니라, 붕괴를 막기 위한 ‘미세한 이탈의 보존’과 ‘유동적 균형’으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거대한 궤도 안에서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우주는 인간의 슬픔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러나 작가는 여기서 하이데거적 허무주의나 카뮈적 부조리에 매몰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주가 우리를 위해 따뜻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비로소 단독자로서 서로에게 온기를 내어주며 자비를 실천해야 한다는 ‘엄숙한 실존적 책임’을 선언한다. 신이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고통 속에서 발명해 낸 ‘자비’와 ‘버팀’의 행위야말로 우주에서 가장 신성한 가치라는 역설은 독자의 마음에 거대한 울림을 남긴다. 【총평 : 문학이 지녀야 할 본연의 위엄을 증명하다】 《우연과 신성의 궤도》는 차가운 천문학적 수식과 뜨거운 철학적 산문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소설이다. 시종일관 유지되는 묵직하고 중후한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거대한 우주 공간의 독백을 듣는 듯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얄팍한 위로나 값싼 낙관론이 판치는 시대에, 세계의 진실한 민낯을 대면하게 함으로써 도리어 진정한 위안을 건네는 이 소설은, 문학이 왜 여전히 인간의 위엄을 증명하는 고귀한 도구여야 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해 내고 있다. 작가가 쏘아 올린 이 차갑고도 아름다운 궤적은 오래도록 한국 문단과 독자들의 마음속에 깊은 흔적을 남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