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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 속에 있다.
『네거리에서 길을 묻다』는 거창한 철학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꽃을 바라보고, 밥을 짓고, 손주의 손을 잡고, 고향 골목을 걷는 평범한 삶을 통해 인간이 끝내 지켜야 할 가치를 이야기한다. 서원자의 시는 생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끝은 언제나 삶의 본질에 닿아 있다. 꽃은 아름다움의 상징인 동시에 생존의 상징이 되고, 찔레는 가시와 허기를 견뎌야 했던 유년의 기억이 되며, 음식은 가족과 이웃을 이어주는 사랑의 언어가 된다. 평범한 소재들이 시인의 손을 거치며 한 편의 삶의 철학으로 완성된다. 특히 표제작 「네거리에서 길을 묻다」는 이 시집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다. 잠시 스쳐 간 인연, 짧은 대화, 길 위에서의 침묵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던 삶의 순간이다. 시인은 그 짧은 시간을 붙들어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감으로 확장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네거리에서 길을 묻고, 또 누군가의 길이 되어 살아간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신상조는 해설에서 서원자의 시를 '오래된 미래'라고 명명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가족, 공동체, 고향, 음식, 자연과 같은 오래된 가치가 오히려 미래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시집이 일상의 언어로 인간의 삶을 품어내며, 생활의 체온을 잃지 않은 시 세계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네거리에서 길을 묻다』는 화려한 언어보다 따뜻한 마음을 믿는 시집이다. 길을 잃은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자주 삶의 네거리에 서게 된다. 그때 이 시집은 정답을 대신 말해 주기보다, 함께 걸으며 스스로의 길을 찾을 용기를 건네는 다정한 동행이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