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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송충이 말라 버린 지렁이
도토리 돌멩이 병뚜껑 울타리 밑 새끼 고양이와 인사하는 단발머리 아이 뒤로 휙, 자전거를 타고 또 다른 아이가 지나간다. 한 명은 느리게, 한 명은 빠르게 자기만의 속도로 등교하는 두 아이 사이엔 여름의 뜨거운 바람이 스며 있다. 친구들이 하교를 서두르는 동안 느긋이 책상에 앉아 바람을 느끼는 아이는 무슨 생각에 빠져 있을까? 이내 교실을 나서서 운동장을 가로지르던 아이의 발 앞에, 보라색 모자 하나가 놓여 있다. 우연처럼 또는 운명처럼 어딘가로 굴러가고 이어지는 세상 질척한 모래 위에 긴 바퀴 자국과 쓰고 있던 모자를 남기고 간 아이는 어느새 편의점 안이다. 부지런히 집에 들러 챙겨야 할 것들을 챙기고 학원 버스를 기다리며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듯하다. 그때 창밖을 지나가는 아이의 가방에 달려서 흔들거리는, 어딘가 많이 익숙한 보라색 모자가 눈에 들어온다. 눈사람이 녹아야 내년에도 다시 눈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는 운명의 장난처럼, 스쳐 지나갔던 둘은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게 다시 만난다. 일상의 구석구석 숨어 있는 천사의 자리 동글동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자리할 때, 잃어버린 모자는 제 주인을 찾고 소나기를 만난 우산은 활짝 웃음 짓는다. 임수현 시인의 따스한 시선은 언제나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천사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들 속 비밀을 하나씩 속삭인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웅덩이가 두 팔 벌려 안아 주고, 날아가는 오리의 손을 노을이 잡아 준다는 시인의 표현은 더욱 확장된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일곱 개의 행으로 구성된 짧은 동시가 여러 겹을 품은 그림책으로 새롭게 올 수 있었던 것은 김지혜 화가의 섬세한 해석 덕분이다. 습한 여름날의 공기를 한껏 머금은 마커 그림으로 펼쳐지는 공간들은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마치 우산 속처럼 아늑하고 든든한 상상의 보금자리가 되어 줄 것이다. 작가의 말 이 책은 동시집 『미지의 아이』에 수록된 시 「천사가 느껴질 때」가 그림책이 되어 새롭게 우리 곁으로 온 작품이에요. 우산은 우산으로 돌아온다고 믿고 있어요. 누구도 젖지 않고 지치지 않게 천사가 우산을 발명했답니다. _임수현(글) 동글동글 굴러가는 세상 속에서 때로는 네모로, 때로는 세모로 빚어지는 순간들을 그려 왔어요. 모든 것은 끝내 제 모습을 찾아가는 걸까요. 아직은 알 수 없는 것들에 이름을 붙이며 시선이 닿는 곳을 따라 거니는 두 아이처럼, 골몰하고, 갸웃거리며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_김지혜(그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