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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6 제자벨 7 |
Irene Nemirov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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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유동적이고 불안정하며 불확실했다. 영원한 것은 없었다. 냉혹하고 거친 물살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화로운 나날을 저 멀리 휩쓸어 데려가 영원히 돌려주지 않았다. 구석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 손에 책을 들고 있다가도 갑작스러운 불안의 전율에 사로잡혔다. 세상에 혼자 남겨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p.52~53 엘렌은 그렇게 어머니에 대해, 이제는 대부분을 집 밖에서 보내는 그녀의 미지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마음속에선 어머니에 대한 낯선 증오가 점점 커져갔는데, 마치 엘렌과 함께 성장하는 것 같았다. 사랑이 그러하듯 천 가지 이유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무 이유도 없는 증오였다. ---p.54 ‘여기 뛰어들고 싶어.’ 엘렌은 생각했다. ‘죽고 싶어….’ 하지만 엘렌은 그 말이 거짓임을 알았다. 지금 보고 느끼는 모든 것, 스스로의 불행과 고독, 이 시커먼 물과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불빛들, 그리고 절망감까지, 이 모든 것이 엘렌을 삶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p.146 ‘그때는 쉽게 해결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너무 늦었어…. 나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지금의 나에게 상처를 준다면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래, 지금의 나라면 용서할 거야. 하지만 내 어린 시절을 망친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어….’ ---p.227 ‘아무도 날 필요로 하지 않네…. 막스는 사랑에 빠졌지만, 내가 필요로 하는 건 그런 것이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안정적이고 편안한 다정함이야…. 하지만 나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닌데, 가장 애정 어린 관계들을 질색할 그런 나이인데…. 그래, 나에게는 그게 너무 부족했던 거지. 마땅히 아이여야 했을 때 아이로 살지 못한 사람은 결코 다른 이들처럼 성숙해질 수 없는 법이야. 너무 빨리 추위와 바람을 맞아버린 과일처럼 한쪽은 시들고 한쪽은 덜 익은….’ ---p.253 ‘나는 삶이 두렵지 않아. 지금까지는 배움의 시기였을 뿐이야. 너무나도 혹독했지만, 그 시간들이 내 용기와 자존심을 담금질했어. 이건 내 것이야.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나의 재산. 나는 혼자이지만, 내 고독은 고통스러우면서도 황홀해.’ ---p.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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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혁명, 증오가 빚어낸 한 작가의 탄생
이렌 네미롭스키를 이해하는 열쇠이자 최후의 퍼즐 엘렌은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다. 어머니 곁을 맴도는 남자들, 화장품 냄새와 담배 냄새, 닫힌 방 너머로 감지되는 밀회의 기척 사이에서 성장한 엘렌은 자신이 사랑받는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다. 그나마 딸을 아껴주던 아버지는 부(富)의 노예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재산 증식에만 몰두하느라 딸을 돌볼 새가 없다. 어머니에게 있어 자신이 정부(情夫)보다도 못한 존재라고 느낀 엘렌은 마침내 어머니의 정부를 유혹하기 시작하는데…. 사랑받지 못한 딸이 어머니를 향한 증오를 키우고, 결국 그 증오를 넘어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이야기 『고독의 와인Le vin de solitude』 한국어판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이렌 네미롭스키라는 작가의 문학적 원형을 확인할 수 있는 열쇠이며, 레모의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다. 「무도회」로 시작되어 『제자벨』로 끝나는 ‘어머니를 향한 복수 3부작’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라 더욱 반갑다. “마땅히 아이여야 했을 때 아이로 살지 못한 사람은 결코 다른 이들처럼 성숙해질 수 없는 법이야.” 20세기 초, 온 가족이 둘러앉은 카롤 가의 식탁에는 따뜻함이 없다. 어머니 벨라는 파리의 호텔과 드레스, 낯선 남자들의 시선을 그리워하고, 아버지 보리스 카롤의 머릿속에는 돈과 도박, 사업 생각뿐이다. 반복되는 부모의 말다툼과 어머니의 냉담함 속에서 너무 일찍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엘렌. 어머니에게 정부(情夫)가 있음을 깨달은 그날부터 엘렌은 어머니를 ‘그 여자’라고 부르고, 돈과 욕망과 거짓말로 이루어진 가족의 면면을 점점 더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한편, 혁명이 거세지자 카롤 가족은 러시아를 떠나 망명길에 오르고 가까스로 파리에 정착한다. 고향을 등졌음에도 그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보리스 카롤은 병들어가면서도 돈과 도박에 매달리고, 벨라는 늙어가는 자신을 견디지 못한 채 정부에게 집착한다. 엘렌은 어머니가 갈망하던 젊음을 손에 쥔 자신이야말로 가장 잔혹한 복수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어머니의 정부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전쟁과 혁명, 망명과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어머니 벨라와 아버지 보리스는 철저히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의 욕망에만 매달린다. 사랑보다 먼저 냉소를 배운 엘렌은 어머니를 보호자가 아닌 가장 가까운 적으로 여기며 복수를 준비한다. 그러나 『고독의 와인』은 단순한 모녀 복수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엘렌은 어머니를 벌하고자 하지만, 자신 안에도 어머니와 닮은 욕망과 냉혹함이 숨어 있음을 목도한다. 『고독의 와인』이 선사하는 것은 ‘사이다’적 통쾌함보다 한 인간이 그 증오에서 벗어날 때의 해방감에 가깝다. 고독은 어린 엘렌을 병들게 했지만, 인간은 고독을 통해서만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될 것인가, 어머니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을 것인가…. 엘렌은 결국 어떤 선택을 할까? 상처를 글로 바꾼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 고독이라는 작은 지옥에서 태어난 문학 이렌 네미롭스키는 1903년 키이우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프랑스어로 작품을 썼고, 1942년 나치 박해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집필한 미완의 대작 「프랑스풍 조곡Suite Française」의 두 작품 『6월의 폭풍Tempête en juin』과 『돌체Dolce』가 2004년에야 비로소 빛을 보면서 르노도상을 수상하였다. 이는 르노도상 제정 이래 처음으로 작가의 사후에 수여된 사례였다. 두 작품의 성공이 계기가 되어 작가의 다른 작품들 역시 활발히 재조명되었고, 이제 네미롭스키는 인간의 허영과 욕망, 계급과 가족, 시대의 폭력 앞에 놓인 개인의 내면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가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고독의 와인』은 이런 네미롭스키 문학 세계의 가장 사적인 뿌리를 보여주는, 자전적이고도 내밀한 작품이다. 키이우에서의 성장, 볼셰비키 혁명과 망명, 어머니와의 불화 등 작가가 겪은 ‘작은 지옥’이 주인공 엘렌의 이야기에 투영되어 있다. 자기 자신을 다룰 때조차 미화하지도, 망설이지도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작가의 기백은 펜이야말로 예리한 칼이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한편으로는 이 모든 상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낼 수밖에 없었던 한 작가의 초상이 담긴 문학적 열쇠이기도 하다. 기억과 상처를 감각적으로 환기하면서도 인간과 사회를 함께 보는 시야를 유지하는 이 작품에 〈가디언〉은 “네미롭스키라는 작가가 톨스토이와 프루스트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짐작하게 한다”며 뒤늦은 찬사를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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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딸은 어떻게 어머니를 벌하는가… 그 냉혹하면서도 정확한 성장의 초상을 바라본다. - 줄리언 반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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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할 정도로 정직하다. 네미롭스키라는 작가가 톨스토이와 프루스트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짐작하게 한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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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풍 조곡」이 네미롭스키의 정점이라면 『고독의 와인』은 그녀의 문학을 여는 열쇠다. -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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