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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_김종태(문학평론가)
- 작품개요_핵심정리, 등장인물, 줄거리 - 무정_본문 - 작가의 생애와 작품 |
李光洙, 춘원春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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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학교 영어 교사 이형식은 오후 두 시 사년급 영어 시간을 마치고 내려 쪼이는 유월 볕에 땀을 흘리면서 안동 김 장로의 집으로 간다. 김 장로의 딸 선형이가 명년에 미국 유학을 가기 위하여 영어를 준비할 차로 이형식을 매일 한 시간씩 가정교사로 고빙하여 오늘 오후 세 시부터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음이다.
이형식은 아직 독신이라, 남의 여자와 가까이 교제하여 본 적이 없고 이렇게 순결한 청년이 흔히 그러한 모양으로 젊은 여자를 대하면 자연 수줍은 생각이 나서 얼굴이 확확 달며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남자로 생겨나서 이러함이 못생겼다면 못생겼다고도 하려니와, 여자를 보면 아무러한 핑계를 얻어서라도 가까이 가려 하고, 말 한마디라도 하여 보려 하는 잘난 사람들보다는 나으리라. --- p.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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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한참 고개를 숙이고 앉았더니,
“옳습니다. 우리가 해야지요! 우리가 공부하러 가는 뜻이 여기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차를 타고 가는 돈이며 가서 공부할 학비를 누가 주나요? 조선이 주는 것입니다. 왜? 가서 힘을 얻어 오라고, 지식을 얻어 오라고, 문명을 얻어 오라고……. 그리해서 새로운 문명 위에 튼튼한 생활의 기초를 세워 달라고……. 이러한 뜻이 아닙니까” 하고 조끼 호주머니에서 돈지갑을 내어 푸른 차표를 내어 들면서, “이 차표 속에는 저기서 덜덜 떠는 저 사람들……, 아까 그 젊은 사람의 땀도 몇 방울 들었어요……. 부디 다시는 이러한 불쌍한 경우를 당하지 말게 하여 달라고요…….” 하고 형식은 새로 결심하는 듯이 한 번 몸과 고개를 흔든다. 세 처녀도 그와 같이 몸을 흔들었다. 이 때에 네 사람의 가슴속에는 꼭 같은 ‘나 할 일’이 번개같이 지나간다. 너와 나라는 차별이 없이 온통 한몸, 한마음이 된 듯하였다. 선형도 아까 영채가 ‘제가 물 끓여 올게요.’ 하고 자기의 손목을 잡아 앉힐 때부터 차차 영채가 정다운 생각이 나고 또 영채가 지은 노래를 셋이 합창할 때에는 영채의 손을 잡아 주도록 정다운 생각이 나고, 또 지금 세 사람이 일제히 ‘우리지요!’ 할 때에 더욱 영채가 정답게 되었다. --- p.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