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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쓰다, 이상
양장
김명숙
파롤앤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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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일반/예술사 57위 예술일반/예술사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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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비교문학자, 서울을 걷다.
프롤로그
# 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내었소.
# 나는 나의 성격을 서랍 같은 그릇에다 담아 버렸다.
# 나는이런얇다란예의를화초분보다도사랑스레여긴다.
# 모심듯이내설움을하나하나심어가네나.
# 그만나는시계를 내어버렸소.
#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 밤은참많기도하더라.
#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조른다.
# 우리집이앓나보다
# 일어서듯이나비도날아가리라.
#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에필로그
이상

저자 소개 1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줄리앙 그락 연구로 문학 석사, 조르주 페렉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파리 3대학에서 조르주 페렉, 파트릭 모디아노, 김승옥의 비교 연구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L’Harmattan라르마탕 출판사에서 『Imaginaire et espaces urbains상상과 도시 공간』을 출간했다. <도시를 쓰다> 시리즈 첫 번째 편 『파리를 쓰다, 페렉』을 출간했다. 번역서로 『사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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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1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490g | 145*205*14mm
ISBN13
9791194428084

책 속으로

아는 한국어가 모두 사라지고 글자들 사이에서 헤매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처음 듣는 작가, 불쑥 튀어나오는 시인의 시구 속에 갇혀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바위처럼 길을 가로 막고 선 문장 앞에 멈추기를 바란다. 여행지에서 만난 멋진 건축물 앞에 걸음을 멈추고 한참 시간을 내어 주듯, 여행자의 열린 태도, 음미하는 마음, 무엇보다 여유를 갖고 멈추기를 바란다. 한 문장에 담긴 수백 년의 시간을 느껴 주길 바란다.
--- p.8

서울은 깊고, 길고, 아름답다. 보고 있어도 그리운 얼굴이 되어 떠나지 않는다. 비어 있는 기호. 텍스트로서의 서울은 길고 이해하기 어려워 여러 번 돌아가야 하는,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려운 상징들이 가득하다. 그 오래된 상징을 일일이 헤아리기 어렵지만 서울과 닮은 이를 따라가고자 한다면 이상이 제격이다.
--- p.14

갑작스런 변화는 놀랍고 어색하다. 우뚝한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느슨한 풍경에 기다란 직선이 끼어든 모습은 이상하다. 지금의 서울이 현대와 과거의 공존이란 이름으로 그럴듯해졌지만 다른 도시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당연한 풍경의 시작이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산자락이 있고, 숨어드는 골목이 있던 그곳은 별일 없이도 모이는 곳. 서로 닮은 집들이 이웃하던 길에서 너 나 모두 마음 편했다.
--- p.23

한양 성곽 위를 겅중겅중 뛰어다니던 힘센 이가 있다. 그는 밤마다 튀어나와 괜히 힘을 쓴다. 무거운 돌도 번쩍 들어 올리고 한 발짝만으로 저만치 달아난다. 동대문 위를 맘껏 뛰어다니는 이를 그렸던 소설가는 게으른 글쓰기 이전에 모든 스무 살들이 누릴 수 있는 천재성이라는 광물을 용케 캐냈다. 모든 환상적인 것들은 시간도 공간도 모른다. 사실을 멀리 쫓아 버리는 예술가들에게 동대문이 꼭 동대문일 필요는 없다. 지명과 상관없는 그림을 그리던, 대군의 꿈속을 그려야 했던 화가에게 현실은 꿈이었음을.
--- p.115

서울의 숨은 계곡에서 글자들이 떠내려간다. 미처 나비가 될 수 없던, 차마 나비가 될 수 없는 글은, 글과 칼이 나란하던 내(川)를 따라 내려간다. 칼 씻던 곳, 실은 더 많은 글자들 씻어 내던 곳이었음을. 먹물로 기록된 글은 사라지는 법도 우아해 맑은 물 아래 글자들이 떠내려간다. 사납고 무시무시하던 내(川)가 무서운 글자들을 흘려보낸다. 잊고 싶은 내용을 처음으로 돌리는 일이 한없이 평화롭고 시적이라 간밤의 일들이 아스라이 멀어진다.

--- p.156

출판사 리뷰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곳입니까?’

인왕산에 비가 내려서,
어릴 적 집이 그리워서,
길 내느라 올려놓은 돌이 어여뻐서,
자신만의 은유로 말하는 이들이 사는 곳,
서울이다.

비교문학자인 작가는 시로 답한다. 그가 따라나선 ‘서울의 시인’은 이상이다. 독자는 이상에 의해서 쓰인 한 공간으로 안내받는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에서 시인이 쓴 공간은 반드시 좌표성을 갖지는 않는다. 작가는 시가 내주는 길을 따라 직설법의 도시를 다르게 보여 준다. 이상 시의 이미지를 새로운 지도 삼아 시, 소설, 그림, 조각으로 옮겨가며 공간을 뛰어넘는 큰 궤적을 그려나간다. “우리가 다 아는 이곳을 처음 보듯 보기 위해” 서울이 아닌 다른 곳, 다른 나라의 그림과 책도 가져온다. 익숙한 서울을 낯설게 보기 위해 가져온 예술 작품들을 들여다보자. 작가가 긴 시간, 정성을 다해 고른 작품들은 켜켜이 쌓인 시공간만큼이나 신비한 매력을 뿜어내며, 감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서울을 쓰다, 이상』은 비교문학자에 의한 도시 읽기이고, 그 읽기가 곧 새로운 쓰기임을 알려 주는 책이다.

그런데 이상을 통해 그려 낸 서울의 지도, 상상력의 지도는 선이 뚝뚝 끊겨 있다. 그 속에서 길을 잃어 ‘무섭다’ 하는 ‘아해’가 될 수도 있다. 끊어진 선들을 잇는 ‘쓰기’의 노력으로 우리는 그 상상력의 자유로운 공간에 들어설 수 있다. 시인 이상과 그 상상의 파편들을 따라 작가와 독자 모두 함께 쓰는 아름다운 서울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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