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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시공의 표정들 틈새꽃 산 넘어 산 이게 아닌데 경고 착각 사진일까 그림일까 이것일까 저것일까 어쩌지 산다는 건 바퀴와 나 엽낭게 엽낭게 2 달을 물어 나르는 새 2 통나무는 알파와 오메가 저 높은 곳은 우뚝 솟아 있다는 건 제2부 시공의 운동장 어떤 소망 거미 투기꾼 벽(壁) 두 켤레 모래톱 범부채 암행 기생(寄生) 대봉산 산철쭉꽃 할미 수다방 겸손 인지상정 집회 가는 길 (250403) 어디 가는 거야 돌탑 배려 제3부 시공의 사랑 색 호수 2 어느 겨울 아침 사랑 5 원망 어쩌란 말이냐 관계 퇴계와 두향 단풍, 사랑 붉게 물든 담쟁이 물그림자 물그림자 2 보라 그림자 상고대 연밥처럼 눈 속에 핀 꽃 갈망(渴望) 제4부 시공의 꿈과 길 꿈 꿈 2 마법 예측 불허 먼 길 오로지 먹구름 방향 입장 차이 기회가 왔어 저녁을 부르다 귀가 울분석(石) 초월 선율 손안의 풍경 망령(妄靈) 시인의 수필/사진과 시(詩) 이야기 · 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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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람 부는 날 이유도 모른 채 날려
어두운 틈바구니로 굴러떨어졌다 질긴 심지로 삭막의 벽 기어오르고 올라 벌어진 콘크리트 바닥 같은 세상 속 꽃이 되었다 --- 「틈새꽃」중에서 도수를 몇 도로 맞추어야만 정확한 안경이 되는 걸까 밤까지 찬란한 저 불꽃 사과와 과수원 풋사과의 분별을 망설이는 사이 이생의 심지는 다 타들어 가고 --- 「이것일까 저것일까」중에서 내가 쳐 놓은 내 그물 안에 내가 갇혀 산다 --- 「거미」중에서 나 여기까지 맨발로 왔다 그러나 이제 어디로? --- 「먼 길」중에서 사진 예술은 찰나에 영원을 입혀 사라짐 속의 본래 마음을 빛으로 여순하게 건져 올리는 시적 수행이라는 말이네요. 그럼 디카시는 무엇일까요? 만법이 담겨 있는 수많은 빛의 명상 속에서 시인에게 들킨 하나의 명상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사진은 그 자체가 시라고 할 수 있지만 저는 그중 이 시집 제목과 동일한 ‘틈새꽃’이란 디카시 한 편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 시는 벌어진 콘크리트 바닥에 금창초(Ajuga decumbens)라는 꽃씨가 운명적으로 떨어져 그 각박한 환경 속에서 예쁜 꽃을 꿋꿋하게 피어 올리고 있는 사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하반신 마비로 태어나 육십 팔 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한 걸음도 디뎌보지 못한 장애 문우의 삶을 이 꽃에 빗대어 써보았습니다. 그 문우는 이 시를 보고 자신의 삶 같아서 펑펑 세 번이나 울었다고 해요. 이런 감정을 전달받을 때마다 시인은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열정적으로 죽는 날까지 시를 붙들고 독자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 「사진과 시(詩) 이야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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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대표작 들여다보기
표제작 「틈새꽃」은 운명적 척박함을 딛고 일어선 생명을 노래한다. 콘크리트 바닥 틈새에 피어난 금창초를 포착한 시이다. 평생 하반신 마비로 살아온 한 장애인 문우가 자신의 삶과 같다며 눈물 흘린 일화가 깃든 시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기어이 삶의 꽃을 피워내는 존재의 숭고함을 노래한다. 그리고 작품 「이것일까 저것일까」는 선택의 기로에 선 삶의 유한함을 노래한다. “도수를 몇 도로 맞추어야만 / 정확한 안경이 되는 걸까”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본질을 고민하고 방황하는 사이, 빠르게 흘러가 버리는 인생의 유한함과 쓸쓸한 여운을 감각적인 대비를 통해 그려낸다. 또한 「거미」는 자아가 만든 굴레의 성찰이다. “내가 쳐 놓은 / 내 그물 안에 / 내가 갇혀 산다”는 이 디카시는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사냥하기 위해 펼친 그물이, 결국 자신을 옭아매는 덫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를 단 3행의 고백으로 예리하게 통찰해 낸다. 그리고 이 시집에서 주목하고 싶은 디카시는 「먼 길」이다. 이정표 잃은 길 위의 독백으로 쉼 없이 달려온 치열한 삶의 흔적(맨발) 뒤에 찾아오는 근원적인 방향 상실감과 고독을 절제된 언어로 가슴 먹먹하게 전달한다. 사진과 시의 은밀한 동행 시인은 권말 수필 「사진과 시(詩) 이야기」를 통해 부모님이 남겨주신 두 살 무렵의 빛바랜 기념사진 이야기부터, 신혼여행 사진을 남기지 못한 한(恨)으로 거금을 들여 첫 카메라 ‘NIKON FM2’를 장만했던 뜨거운 일화를 들려준다. 그가 정의하는 사진 예술은 “찰나에 영원을 입혀 사라짐 속의 본래 마음을 빛으로 건져 올리는 시적 수행”이다. 시인은 만법(萬法)이 담긴 빛의 명상 속에서 시인에게 들킨 단 하나의 마음을 독자들과 나누며,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뜨겁게 시를 붙들고 함께 가겠다는 묵직한 약속을 전한다. 찰나의 빛으로 건져올린 문재규 시인의 디카시집 속 사진과 시(詩)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자. ■ 시인의 말 그는 항상 입을 꾹 다문 채로 무표정이었다 어느 날부터 조석으로 문안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눈말目語을 계속 건네자 꿈적 않던 그가 문득 말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 말을 그대로 여기에 받아 적었다 - 2026년 여름, 문재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