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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사랑에 관하여 가난한 사랑 Humble love · 14 닫히지 않는 마음 Waiting for Love · 16 겨울나무 Winter Tree · 18 참사랑 True love · 20 기억의 파도타기 The Memory on the Wave · 22 네 친구 Four Friends · 24 한 낮의 별 Noon Stars · 26 둥근 사랑 Rolling Love · 28 동행 In Step · 30 바람 부는 곳으로 Where the Wind Blows · 32 부부 The Couple · 34 사랑의 홀 인 A love’s hole-in · 36 두 송이 꽃 Two Bloom Flower · 38 당신의 빈자리 Your Empty Seat · 40 도시의 이방인 An Outsider in the City · 42 제2부 인생에 관하여 그 분의 손길 His touch · 46 가장의 무게 Breadwinner · 48 고백 Confession · 50 고사목의 유언 Last Words of a Fallen Tree · 52 꿈Ⅰ DreamⅠ · 54 꿈Ⅱ DreamⅡ · 56 꿈Ⅲ DreamⅢ · 58 빈 잔의 기도 A Prayer of an Empty Cup · 60 존재의 자각 Consciousness Awakening · 62 무언의 폭력 Hidden Violence · 64 얼음의 미학 The Aesthetics of Ice · 66 왕영(往榮) Fading Glory · 68 세월의 가르침 Lessons from a Lifetime · 70 차별 금지 No Judgment · 72 그 분을 기다리며 Waiting for Him · 74 제3부 일상 중에 시카고 클라우드 게이트 Cloud Gate in Chicago · 78 나고야 그 남자 The man from Nagoya · 80 덴버 공항에서 At Denver’s Airport · 82 응시 Gaze · 84 실수한 산타 A Mistaken Santa · 86 안녕, 2024년 Farewell, 2024 · 88 애원 A plea · 90 피스모 비치에서 At Pismo Beach · 92 미끄럼틀 세 여자 Three Women on a Slide · 94 갈대숲 In the Reed Field · 96 도산의 편지 Dosan’s Letter · 98 엄마와 딸 Mother and Daughter · 100 소멸과 각인의 시간 When We Fade, Yet Leave a Trace · 102 중얼중얼 봄 Whispers of Spring · 104 내 나이가 어때서 Why are you bringing up my age · 106 제4부 풍경 비상의 순간 The Moment of Ascent · 110 기우제 Rainmaking Ceremony · 112 노을의 고백 The Sunset’s Confession · 114 당당한 존재감 A Dignified Presence · 116 대자연의 서사 Nature’s Saga · 118 나의 작은 천사 My Little Angel · 120 태고의 입맞춤 The Earth’s breath, finally met · 122 품바 Pumba · 124 하늘곰 Sky Bear · 126 한낮의 합창제 A Midday Chorus · 128 정적의 숲 Forest of Stillness · 130 봄호수 Spring Lake · 132 역사(歷史) 속의 역사(驛舍) History’s Traks · 134 침묵의 성소 The silent sanctuary · 136 새들의 조찬 모임 Breakfast Meeting of the Birds · 138 해설 / 이중언어 환경에서의 삶과 사랑_김종회 · 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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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지만 한 몸이라 누가 말했나
한세상 티격태격 살아내노라면 아내도 남편도 각각일 때 있더라만 중간에 종종종종 따라 붙는 새끼들 한 몸으로 살아야 할 커다란 이유 --- pp.34-35 「부부」 중에서 너의 세월도 이야기해 봐 어디에서 주저앉았는지 어느 골목에서 외로웠는지 나는 이미 고백 했어 자세히 한번 봐봐 --- pp.50-51 「고백」 중에서 훌쩍 뛰어와 내 품에 안기는 너 우리 말 알아보고 손 흔드는 내가 너도 반갑지? --- pp.82-83 「덴버 공항에서」 중에서 마침내 닿은 지구의 숨결 한 걸음 다잡는데 수없는 바람 흔들렸고 입술이 닿기까지 수천만 년 필요했다 --- pp.122-123 「태고의 입맞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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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현장과 세미한 관찰력
성민희의 디카시에 등장하거나 출현하는 일상의 모습은, 당연히 그가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풍경이 대다수다. 그곳이 그의 삶터요 일터요 놀터이기에 그렇다. 그는 이 일반적인 삶의 배경 가운데서 여러 모양으로 만나는 경물(景物)의 배면을 투시하고, 거기에 숨은 내밀한 이야기들을 발굴한다. 서약의 순간 축가는 파도 소리, 화환은 조개껍데기 유람선도 하객인 양 돛을 세웠다 축복하라 이 가난한 사랑을 ― 「가난한 사랑」 왜 시인은 이 시의 제목으로 ‘가난한 사랑’이란 제목을 붙였을까? 사진의 정경을 보면, 분명 혼인 서약의 자리다. 결혼식에 있어서 주례나 증인 앞에서 결혼을 맹세하고 약속하는 의식이다. 이 서약이 있은 다음 주례의 성혼 선언으로 이어지는 것이 상례이지만, 근자에는 이 오랜 의례를 건너뛰어 소략하게 하거나 그 형식을 다르게 바꾸기도 한다. 이 시에서 서약이 진행되는 곳은 요트들이 한가롭게 정박해 있는 바닷가이고, 증인들 또한 단출하기 이를 데 없다. 가난한 사랑이라 했으니, 분명 시인은 이 서약에 얽힌 아프거나 슬픈 사연을 짐작한다는 상황이다. 이 장면에 공여하자는 축복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독자는 없을 터. 결혼식이 소박하다고 해서 가연(佳緣)의 행복까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인생 행로의 꿈 또는 그 표정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 그 행로는 단순히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발자취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내느냐에 방점이 있다. 그래서 목적지보다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되고, 그것이 자신의 전인격(全人格)을 형성하는 까닭에 자기성찰의 노력이 수반되는 것이다. 바람 한 줌, 햇살 한 겹 내려앉은 여린 시간 풍성히 날개 펼친 나비로 피었구나 하늘을 가르는 소리 없는 날갯짓 나, 지금 살아가고 있어 ― 「존재의 자각」 이 시의 제목으로 선택된 ‘존재의 자각’은 서구의 철학에서 데카르트와 하이데거가 깊이 있게 탐색했고, 동양의 불교적 전통에서는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인식을 통해 집착을 벗어나 해탈로 가는 길목이다. 문학에서는 이 관념이 종종 고독과 각성의 순간으로 표현된다. 인용된 사진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은행나무의 작은 가지와 샛노란 잎이 열리는 장면이다. 왜 어떻게 시인은 여기서 존재의 자각을 보았을까. 우선 시인은 이를 ‘바람 한 줌, 햇살 한 겹 내려앉은 여린 시간’이라고 보고 꽃의 개화를 ‘풍성히 날개 펼친 나비’로 호명했다. 그 날갯짓에 ‘나, 지금 살아가고 있어’라는 해명을 덧붙였다. 인생 행로의 한순간에서 만난 생명의 태동을 강렬하게 제기하는 시다. 세상을 달리 보는 중층적 시각 중층적 시각이란 단일한 관점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층위(Layer)에서 동시에 혹은 교차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나 인식 방식을 뜻한다. 이 개념은 문학 이외에도 철학, 예술,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된다. 특히 문학에 있어서는 그 특성의 하나로 인정되는 애매모호성(Ambiguity)이 이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예컨대 황순원의 「소나기」를 단순한 첫사랑의 이야기로 읽는 대신 전후 한국의 현실, 자연과 순수성의 상징, 근대적 감수성의 발현 등 다층적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거대한 은빛 물방울 익숙한 풍경은 낯선 뒤틀림으로 현실이 굽이치며 초현실로 스며드는 수백의 내가 일렁이는 허공에서 나는 ‘나’를 찾는다 ― 「시카고 클라우드 게이트」 사진의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거대한 스테인리스 조각품이며, 인도 출신의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에 걸쳐 제작했다. 시카고 중심부 밀레니엄 파크 내 AT&T 플라자에 있다. 콩 모양으로 생겨서 더 빈(The Bean)이란 별칭으로도 부른다. 모든 조각이 입체 반사형으로 되어 있어, 들어서는 사람이나 사물 모두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비친다. 필자도 시카고에 갔을 때 여기를 들렀다. 시인은 이 광경에 대해 ‘현실이 굽이치며 초현실로 스며드는’ 형용이라고 정의했다. 동시에 그 기묘한 허공의 환경에서 ‘나’를 찾는 자신을 내세웠다. 그 복합성의 장관(壯觀)이 결국 ‘나’를 입지점으로 해서 감각되는 까닭에서다. 진풍경의 포착과 심경의 개방 예술지상주의의 언사 중에 ‘놀랍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것이 있다. 풍경 가운데 놀라운 것을 ‘진풍경(珍風景)’이라 하는데, 이는 눈앞에 보이는 경치 혹은 어떤 모양새가 매우 드물고 특별하다는 뜻이다. 디카시가 추구하는 수발(秀拔)한 사진의 포착이라는 것은 바로 이 진풍경에 해당하고, 흔하고 일반적인 광경은 애써 소재로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문맥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진풍경이 보기 드문 장면일 뿐만 아니라, 보는 이의 시선이 만들어낸 특별한 현상이라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시 또는 디카시의 범주와 운신의 폭이 확보된다. 사라지기 전에 한번 눈부시고 싶었다 그래서 불을 질렀다 ― 「노을의 고백」 노을이다. 그것도 유칼립투스와 팜 트리 뒤편에서 엷은 주황빛 색감으로 물들고 있다. 노을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현상이지만, 우리의 삶과 문화 속에서 여러 의미를 지닌다. 그리하여 하루의 마무리를 말하면서 그 붉고 황홀한 빛은 아름다움과 쓸쓸함을 함께 소환한다. 이에 덧붙여 평화, 순간의 찬란함, 덧없음, 허무, 이별, 그리움 등 복합적인 정서를 한꺼번에 담보한다. 그런데 시인의 언표(言表)는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자의 의표(意表)를 찌른다. 사라지기 전에 한번 눈부시고 싶어서 ‘불을 질렀다’는 것이 아닌가. 노을의 상징적 의미에 시적 화자의 주체적 결의가 무슨 선언처럼 들리는 어투다. 성민희의 『시카고 클라우드 게이트』는 작은 울타리에서 보면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한 문인이 디카시의 세계로 그 운필(運筆)의 영역을 확대한 것이지만, 보다 큰 카테고리(Category)로 시야를 확대하면 이중언어와 이중문화 환경으로부터 한 문필가가 그 삶과 사랑의 모습을 우주론적 상상력의 세계로 견인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디카시 옹호자들은 그로부터 한 사람의 맹장(猛將)을 얻은 셈이다. 바라기로는 이 시인의 시적 활약과 더불어, 우리가 더 활달하고 광활하며 웅숭깊은 디카시의 정점(頂點)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시인의 말 눈으로 쓰고 마음으로 읽는 아마추어로 그림을 그리던 나는 어떤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카메라를 꺼내어 드는 버릇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멋진 풍경에 반짝 떠지던 눈의 초점이 사람에게로 옮겨갔다.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빛과 그림자. 그 찰나를 잡아 세상 이야기를 건져내는 재미에 빠져버린 것이다. 디카시를 만나고부터는 내 이야기가 한층 더 다채롭고 풍요로워졌다. 렌즈에 잡힌 장면은 더 이상 정지된 이미지가 아니었다. 내 시선을 통과한 사진이 짧은 시와 만나면서, 사진은 숨을 쉬기 시작했고 언어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눈으로 쓰고, 마음으로 읽는 나의 ‘언어’. 그것이 나의 디카시다. 사진은 멈추지만 언어는 그 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피워낸다. 바로 그 교차 지점에서 태어난 ‘사유의 형식’. 그것이 바로 나의 디카시다. 이렇게 탄생한 나의 디카시가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을 흔들어 깨우는 프란츠 카프카의 ‘도끼’가 되면 좋겠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에 서툴지만, 며칠 간이나 마주 앉아 의미를 찾아다니며 번역을 도와준 아들 라빈에게 큰 사랑과 고마움을 보낸다. 시집 발간을 위해 정성을 다해 주신 [작가] 손정순 대표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 오렌지카운티에서, 성민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