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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ji Nakagami,なかがみ けんじ,中上 健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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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과 바다로 둘러싸인 땅의 전경이 보이는 곳으로 와서 아키유키는 차를 세웠다. 바람이 계속 불고 있었다. 차창에서 보이는 산에 심은 나무들의 가지가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늘어선 인가 너머로 산이 보였다. 그 산 너머에 혼구가 있고 나라가 있어서 인가 너머로 산이 보였다. 그 산 너머에 혼구가 있고 나라가 있다. 산은 겹겹이 중첩되어 있었다. 산은 끝이 없었다.
다케하라 일족은 기세이 선이 개통되기 전인 옛날에, 해안선의 와부카에서 산길을 통해 혼구를 지나, 혼구에서 강을 따라 이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것은 그 사내의 옛 조상 하마무라 마고이치의 패주로와도 매우 흡사했다. 하마무라 마고이치는 애꾸눈 절름발이가 되어 신경이 마비된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가레키나다 해안에서 구마노 산 속의 나카헤지를 지나 혼구에 도착, 다시 강을 건너 이 땅이 아닌 아리마로 내려갔다. 아키유키는 문득 생각했다. 그 애꾸눈 절름발이의 덩치 큰 사냐야말로 가공의 인물이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골목 안에 있는 후사의 집에 나타날 때까지의 이십여 년 간을 어떻게 지내왔는지 불분명한 사내의 열병이 만들어낸 것이다. 역사에 의하면 오다 노부나가의 군에 의해 마고이치는 그의 일당과 추종자들과 함께 멸망했다고 한다. 죽어 멸망한 자가 구마노 산 속을 기다시피하며 걸어서, 이자나미노미코토를 모신 하나노이와가 있는 황천의 땅에서 되살아나 자손을 낳았다고 그 사내는 말하는 것인가. 아키유키는 생각했다. 그 사내 하마무라 류조의 자식인 아키유키는 죽어서 멸명한 인간의 씨앗으로 인해,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햇빛이 비치는 땅을 지금 보고 있다. ----pp.263~2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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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처럼 죄어오는 뒤틀린 피의 계보, 욕망의 컴컴한 심연을 가로지르며 솟구치는 생명의 격류!
일본을 대표하는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이 "나카가미와 더불어 일본 근대문학은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빼어난 문학적 진경을 보여준 나카가미 겐지의 대표작『고목탄』. 해풍으로 나무들이 고목처럼 자라는 가레키나다 해안 마을을 무대로, 복잡하게 뒤얽힌 피의 계보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스물여섯 살 청년 아키유키의 분노와 갈등, 사랑과 증오를 '흙과 피를 호흡하는 자신의 심장의 고동"으로 그려냈다. 일본 순수문학의 기수로 활약한 작가는, 1976년「곶」으로 제74회 아쿠타가와 상을, 1977년에는『고목탄』으로 마이니치 출판문화 상과 예술선장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자신의 혈연관계와 고향 구마노를 모티프로 한 작품들을 통해 주변부의 웅크린 역사성을 집요하게 형상해냈다.
「서울 이야기」라는 중편소설을 쓸 만큼 한국에 가결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실제로 약 6개월 동안 한국에 거주하며 글을 쓰기도 했고, 윤흥길의 작품에 반해 그의 작품을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 소개하려고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고목탄』의 속편 격인『땅의 끝, 지상의 시간』이 한국의 문예지『문예중앙』에 번역, 연재되기도 했었다. '중심'에서 버려져 '주변'의 삶을 사는 이들의 들끓는 자리를 근육이 느껴질 정도의 남성적 문체로 힘있게 그려낸『고목탄』은 일본 현대문학의 한 정점을 보여주는 고전적 품격이 여실하며, 좀체 맛보기 힘든 문학적 감동을 내장하고 있다. 막노동 작업반을 이끌고 있는 의붓아버지 밑에서 작업반 감독을 맡고 있는 스물여섯 살의 청년 아키유키. 그에게는 어머니 후사와 전남편 니시무라 가쓰이치로 사이에서 낳은 4명의 이부(異父) 형제자매와, 동시에 세 여자를 임신시킨, 생부 '파리왕' 하마무라 류조가 낳은 4명의 이복 형제자매가 있다.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 넷을 버리고, 사생아인 아키유키만을 데리고 아들이 하나 딸린 다케하라 시게조와 재혼한 후사. 그런 후사를 증오한 이부 형 이쿠오는 술을 마시는 날이면 도끼나 칼을 들고 와 어린 아키유키와 후사를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3월3일 여자의 축제날, 친자식을 버리고 새 남자와 살림을 차린 후사를 저주하듯 스물네살의 이쿠오는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그후 아키유키는 원죄처럼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의붓형 이쿠오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한편 방화, 사기, 갈취, 살인 등 '골목'에 떠도는 온갖 나쁜 소문의 주인공인 생부는 아키유키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하고 그의 삶을 조여온다. 아키유키는 생부 류조에 대한 복수심으로, 더러운 피로 이어진 끈을 끊기 위해 창녀인 이복 여동생과 관계를 맺고 이를 폭로하지만 류조는 "어디에나 있는 일이야"라는 말로 일축시켜버린다. 죽은 자의 혼을 강물에 띄워 흘려보내는 축제가 있는 날 밤, 갑자기 자신에게 덤벼든 이복동생 히데오를 살해한다. 그러나 생부 류조는 악의 대명사와도 같은 자신의 후계자가 되려면 그 정도의 피는 손에 묻혀봐야 된다고 생각하며 교도소에 수감된 아키유키가 출소하는 날을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