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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복수만을 바랐던 두 번째 삶비틀린 욕망으로 시작된 운명의 저주언뜻 보편적인 가족의 가식과 허위를 한 꺼풀씩 벗겨나가는 소설로 보일 수 있으나, 대단원을 앞두고 짜릿한 방향 전환이 일어난다. 이 과감한 전환을 직접 경험하고 경악에 빠져보기를 권한다._정세랑(소설가)( )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어. 이때 괄호 안엔 무엇이 들어갈 수 있을까? 오주희는 그 자리에 복수라고 적고 다시 태어난 여자다. 흥미진진한 전개 끝에 만나는 저주와 인연의 우로보로스._이희주(소설가)타락한 세계에서 나였던 것과 나인 것과 나일 것 그 모든 것에서 아무런 희망을 찾아내지 못한 이들은 회귀의 원 안에서 돌아버리기를 선택했다. 천륜을 거스르는 불쾌한 쾌락의 맛이 대단하다._권김현영(여성학자)청예는 2023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 당시 “이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완주한 것이 이번 심사 과정의 보람”(소설가 구병모), “시종일관 유머가 흐르고 활력감이 있다”(소설가 김성중)라는 평을 받으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오렌지와 빵칼』 『일억 번째 여름』 등을 통해 현실을 초월한 통쾌하고 애틋한 작품들을 발표한 청예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예스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되며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확인했다.『주와 연』에는 저주와 인연이 뒤얽히며 예기치 못한 삶을 맞닥뜨리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첫 번째 삶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태어난 연린은 어린 시절부터 또래보다 영특함을 뽐내며 각종 경시대회 수상을 휩쓴다. 대단한 자식을 두었다는 기분에 도취된 부모는 그들의 뻔뻔한 욕심을 거름 삼아 연린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두 사람의 통장 잔고가 줄어들수록 자신이 준비한 복수를 성실히 완성해가는 연린. 이 과정에서 전생의 악연이 ‘흉한 인연’이 되어 돌아오는가 하면, 우연한 만남이 거스르지 못할 인연으로 변화하면서 연린은 뜻밖의 고뇌에 휩싸인다.천륜마저 스스로 선택한 주인공의 삶에는 복수라는 열망이 뜨겁게 자리해 있다. 파멸로 치닫던 이 소설은 생을 향한 깊은 성찰을 경유하며 멸망과 구원의 기로에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파격적인 세계관과 매혹적인 문장으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이 소설은 서늘한 쾌감을 자아내며 청예표 미스터리의 진가를 또렷이 재확인시킨다.욕망의 지평을 확장하는 대담한 상상력통념을 뒤집는 파란만장한 복수극“이깟 신분증, 몇 번이고 재발급하면 그만이야.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까먹고 살 텐데 어떻게 복수가 돼. 복수는 말이야, 당했다는 사실을 평생 못 잊게 만들어야지. 복수는 사건이 아니라 기억이라고.” (p. 95)“살아감이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아주 오래전 동화에서 봤는데요. 우리는 매 순간 누군가를 가해하며 살잖아요. 그러니 살아감은 형벌이고 죽음만이 축복이래요. 매일 삶을 소진하고 죽음에 가까워진다면, 사실은 매일 축복을 받고 있는 거죠.” (p. 275)매 작품마다 다채로운 시공간을 누비며 대담한 상상력을 펼친 청예는 이번 작품에서 복수와 사랑을 맹렬히 탐구하며 욕망의 지평을 폭 넓게 확장해 보인다. 환생 후 계모와 아버지를 향한 복수를 치밀하게 실행하던 연린. 그의 눈에 가족 누구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하는 은정의 모습이 들어온다. 은정을 향한 동정, 그리고 전생의 자신을 보는 듯한 묘한 기시감을 품고 연린은 은정과의 거리를 착실히 좁혀간다. 은정이 연린의 복수를 함께하는 조력자로 거듭나며 두 사람은 “서로의 가정을 파괴하는 나쁜 기적”이 되기로 결심한다. 복수가 완성될수록 더욱 단단한 유대를 맺는 두 사람. 어느새 연린과 “한편”이 아닌 “한 몸”이 되기를 바라게 된 은정은 자신만의 맹목적인 사랑을 빠른 속도로 키워간다.그러던 연린에게 또 다른 인연이 다가온다. 한평생 치열하게 복수만을 좇은 후 찾아온 알 수 없는 허무, 그리고 자신을 옭아매는 은정에게 지쳐 있던 차에 나타난 ‘이현’. 연린의 과거도, 두 번째 삶에서 갖고 태어난 여섯 번째 손가락도 그저 묵묵히 감싸며 곁을 내주는 그의 올곧은 사랑을 통해 연린은 은정과의 사이에서는 느끼지 못한 낯선 평화를 경험한다. 『주와 연』이 그려내는 사랑과 복수, 사과와 용서는 흉하고 지리멸렬하게, 투명하고 지극하게 시시각각 변모하며 욕망의 경계를 거침없이 허물어간다. 단일한 형태를 넘어 나아가고 머무르는 욕망 앞에서 우리는 이윽고 도식에서 해방된 감정들을 좀 더 선명한 해상도로 감각할 기회를 얻는다.이 밖에도 『주와 연』에는 생과 사라는 거대한 흐름을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게 하는 독특한 질문들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연린이 전생의 엄마를 위해 선택한 죽음을 과연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지부터, 인간이 죽음과 탄생을 반복해야 하는 숙명이라면 죽음이 이 고리를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살아감은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지 않겠느냐는 물음까지. 이 파란만장한 복수극은 죽음에 덧씌워진 통념을 뒤집으며,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로 우리가 삶을 재정의할 때 어떠한 현실을 살아갈지 가늠해보도록 한다.수많은 선택으로 쌓아 올린 생의 의미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압도적인 전환“네가 선택한 복수는 아주 구색이 좋은 변명이었다. 네가 정말로 네 어미를 위해 이 일을 선택했겠어? 그 근원에는 한 번쯤 차라리 그들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겠지. 더러운 개울물에 들어가지 말아야겠다고 너무 오래 다짐한 사람은 그 두려움에 이끌려 더 바라보게 되거든.” (p. 212)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죽었느냐?’가 아닙니다. ‘그대로 사느냐?’는 더더욱 아닙니다. ‘의지가 꺾임을 경험하고도 살아가느냐?’겠지요. 죽음은 중요하지 않고, 그냥 살기만 한다고 의미가 생기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청예 인터뷰 중에서)손 부적을 사용해 두 번째 삶을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윤회라는 불교적 관점으로 생의 다음을 그려보게 하며, 현실에서는 도달하지 못할 생의 장면을 압도적인 전개로 보여준다. 연린이 전생에 주희였던 시절, 엄마는 업보와 회귀를 은유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선택하려는 욕심이 있는 한 굴레를 끊을 수 없고, 선택을 포기하는 일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선택”이라 말한다. 수많은 선택으로 쌓아 올린 것이 곧 삶임을 색다른 방법으로 환기시키는 이 소설은 각자가 현재의 삶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기꺼이 타락의 불길로 돌진하던 이야기는 우리가 앞으로의 선택으로 뜻밖의 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나아간다. 소설가 정세랑이 “이 짜릿한 방향 전환”을 직접 경험하고 경악에 빠져보라 말했듯, 복수를 숙명으로 탄생한 삶에는 광기 어린 충격이 기다리고 있다. 불온함을 원동력 삼아 질주하는 이 소설은 마침내 독자들을 또 하나의 극락으로 데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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