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カン.ファギ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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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과 고립의 시간을 지탱해준 영화라는 진통제
자신의 약한 구석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이 작가가 풍부하고 즐겁게 삶을 누리는 법 『낭만적으로 산다』는 2020~2021년 『씨네21』에 연재된 에세이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몸의 질환 위로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위기가 겹친 그 시기, 강화길은 통증과 고립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로 ‘영화’를 꼽는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정말로 괜찮았”고, “불안하고 초조했기에 (…) 닥치는 대로 스릴러 책을 찾아 읽고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등 이야기라는 각양각색의 진통제를 찾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도 OTT를 통해 감염병이 퍼져나가는 낯선 현실 속에서 타인과 여전히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한 경험과 함께 기록된 강화길의 일상은 ‘문학, 삶, 영화’의 삼위일체와도 같다. 예를 들어, 작가는 자신이 앓는 지난한 병의 정체를 파악하려 애쓰다가 영화 〈엑소시스트〉 속 신부들의 구마 의식을 떠올린다. ‘악마의 이름은 병명을 은유한다’는 엑소시즘 영화 해석을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보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고통에 관해 사유한다. 의식이 거세질수록 악마는 온 힘을 다해 저항하며 더럽고 추한 것들을 숙주의 몸에서 끌어낸다. 덧씌운다. 숙주는 추악해진다. 거센 면역반응에 무너진 몸 구석구석처럼 말이다. 그래. 질병과 치료 사이에 규칙이 있다면 아마 이것일 것이다. 통증과 통증의 교환. 그리고 고통은 오직 환자의 몫. 그 어떤 사랑도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엑소시스트〉에서 신부들이 악마를 물리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감동을 받는다. _「낭만적으로 산다」, 29쪽 관람할 때마다 울게 된다는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를 감상하면서는 견습 마녀 ‘키키’와 마찬가지로 작가 지망생이었던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왜 그렇게 열심이었는지, 왜 그 삶의 방식이 다시 돌아가도 바꾸지 않을 후회 없는 선택인지 확인한다. 키키는 가난하다. 나도 가난했다. 내 마음속에는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다는 자만심과 철딱서니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자책이 늘 뒤섞여 있었다. 항상 불안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에, 현재를 채찍질했다. 그게 나 자신을 견디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_「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르지」, 169~170쪽 문득 소설쓰기에 지칠 때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쉼이 필요한 순간마다 펼쳐 읽는 만화책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기도 하고, 사랑해마지않는 수많은 작품들이 자신과 소설의 발전에 어떤 자양분이 되었는지 기쁘게 발견하기도 한다. 어차피 나를 몰아붙일 거라면, 나를 아까워하지 않을 거라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 이치코의 수유잼처럼. 혜원의 배추전처럼. 내가 먹고 싶은 요리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내가 좋아하는 인물, 내가 좋아하는 결말. 내가 좋아하는 표정. 그렇게 쓴 작품이 「괜찮은 사람」 「니꼴라유치원-귀한 사람」 「호수-다른 사람」 같은 작품들이다. _「하지만 쉽지 않네요」, 72쪽 『대불호텔의 유령』을 쓸 때 책상에 붙여두었던 메모를 찾았다. ‘공포 이야기가 끝없이 계속되는 이유는, 인간이 결국 악마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저주의 목록이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인간이 계속 싸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게 우리의 삶인 것 같다. 끝없는 공포. 그럼에도 계속되는 삶.’ _「은유, 그 모든 은유들에 대해」, 114쪽 이 책에서 강화길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과 마주치는 우연한 즐거움을 오롯이 느낀다. 마감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작품을 골똘히 감상하며 그 안에서 삶의 동력을 길어올린다. 비록 실존하지 않는 인물과 서사라 해도, 픽션이란, 상상력이란 잠시간 고통을 잠재우고 일상의 행복을 되찾을 소중한 치료제라고 작가는 말한다. 산문에 드러난 강화길의 변화에 비춰 보자면 이야기는 번뜩이는 깨달음과 지혜를 축적하는 영양제가 되기도 한다. 그것이 인생에 대한 은유라는 것을 기억하는 한. 강화길에게 ‘낭만’이란 고통과 더불어 나아갈지라도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나의 무언가를 끄집어내며” 사는 일이다. 아직 살아 있는 한 낭만적으로 살아가려는 의지로 가득한 그의 산문은 작가이면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강화길이 감추고 있던 환하고 건강한 매력을 낱낱이 폭로한다. 당신에게도, 당신의 노하우와 주문이 있겠죠. 혼자 걷는 방법. 그게 있는 한, 우리는 끝내 무엇을 빼앗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믿고 싶어요. 통증은 통증일 뿐이니까요. 0부터 10까지의 숫자 중 하나. _에필로그, 13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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