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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는 오랫동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을 기다렸다 나카야마 미호 / 나란히 앉아 목욕하는 사람들 / 눈으로 만든 꿈 / 시레토코와 곰 / 아주 약간의 자유 / 한 명을 위한 쓸모 / 2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안개의 도시 / 읽기 방식 / 여기가 끝 / 사람이 보이지 않는 마을 / 신들이 노니는 정원 / 잘 먹는 일 / 부처의 언덕 / 유빙 / 혼자가 아닌 / 마지막 여행 / 나무가 잘려 나간 자리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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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과 여행의 쓸모 작가는 뭔가를 더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여행을 떠났다. 그 무언가가 삶을 영원히 망가뜨리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는 여행지에서 자꾸만 과거의 누군가를 떠올리고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이와 마주치는 상상을 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임을 아는데도 그랬다. 그에게 여행은 상실감을 회피하려는 유희였던 걸까. 하지만 그가 외면할 수 있는 상실은 없다. 애써 외면하려고 하지 않는다.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에 가서 과거를 떠올리고, 타인의 상실을 떠올린다. 잃어버린 과거를 연상하며 여행지의 현재를 채워나간다. 곰을 생각하며 지금 쓸 수 있는 것을 상상한다. 그에게 여행은 과거를 살피며 현재를 살게 하는 힘이 된다. 그렇게 써내는 소설은 단 한 명에게 쓸모 있더라도 괜찮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소설은 그를 조금 자유롭게 했다. 나아가 그의 소설은 타인의 회복과 애도를 도왔다. 홋카이도에서의 회상은 자연스레 소설과 문학의 쓸모를 논하는 데까지 발을 디딘다. 거기에 곰 발자국이 있다손 치더라도, 작가의 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 만개할 미래를 상상하기 민병훈 작가의 여행은 글뿐 아니라 48장의 사진으로도 책에 남았다. 1부와 2부 사이, 홋카이도의 다양한 색을 소거한 채, 글의 정서만을 담백하게 담은 사진이 실렸다. 이후의 글은 카메라를 든 작가를 상상하며 읽을 수 있다. 안개와 함께 맞이한 구시로의 여름 축제, 일본의 최북단 도시 왓카나이와 최동단 도시 네무로, ‘신들이 노니는 정원’이라 불리는 카무이 민타라 등등. 작가는 우리가 아는 홋카이도에서 몇 발짝 더 나아가는 방식으로 홋카이도를 종주한다. 그건 과거의 이별을 떠올리며 극복하는 여행이자 현재의 상실을 맞이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픔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결국 여행이었다. 여행자는 자기 자신에게 계속 말을 건다. 작가는 그 대화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최선을 다해 아팠다고. 잘 견뎠다고. 작가는 이제는 사라져버린 패치워크의 자작나무를 보러 간다. 그곳은 나무가 잘려 나간 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왜 굳이 그곳에 가느냐는 택시 기사의 말에 작가는 말을 삼킨다. 여행자는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존재니까. 그러고 이렇게 말한다. 그 자리에 다시 새 생명을 얻은 나무들이 자라서 잎을 만개할 미래를 잠시나마 상상해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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