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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다기보다는 소박했던 시절 이야기
시인이자 신문 기자인 김택근이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저자가 어린 시절 시골 마을에서 경험한 일들이다. 자장면 한 그릇을 행복한 사치로 여기던 시절, 친구들끼리 호기로 중국집에 들어가 돈 없이 자장면을 먹고 도망가다 붙잡히기도 하고, 중국집 주인은 장난스런 벌로 기꺼이 용서해주기도 했다(「그 겨울의 중국집」). 서울로 수학여행 온 시골 아이들에게 공순이로 불렸던 공장 언니 누나들은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이 생각나 남몰래 사탕을 한 가득 챙겨주기도 했고(「수학여행」), 동네마다 한명쯤은 있었던 ‘머리에 꽃을 꽂은 여인’을 한 가족처럼 살뜰히 보살피는 인심이 있었다(「예쁜 꽃니」). 경제적 궁핍보다는 마음의 궁핍을 수치로 여겼던 시절이다. 그런가 하면 요즘 사람들은 이해못할 ‘똥꼬가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이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간 형을 뒷바라지하느라 학교를 그만두기도 하고(「병태의 마지막 방학」), 집에 홀로 계신 할머니를 위해 학교에서 나눠주는 죽을 두 번씩 타다가 속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에게 설움을 당하기도 했다(「옥수수죽」). 그렇게 배고프고 힘든 시절에 나고 자랐기에 오늘날의 자식들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 수가 있었다. 자신들이 너무 부족하게 자랐기에 자식들에겐 더 이상 그런 결핍을 맛보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 부모와 고향은 그 의미를 잃고 껍데기만 남았다. 1974년 귀성객 압사사건을 다룬 「덜 익은 한가위」에는 가족과 부모를 위해 상경한 그 시절 공순이, 식순이들에 대한 애환이 담겨 있다. 우리 모두의 고향이었던 시골마을은 이제 빈집이 반이고, 아이들 울음이 끊긴 자리에는 노인들의 기침소리만 가득하다. 작가는 시골 어머니를 억지로 서울로 모셔왔다가 어머니가 오래도록 변을 못보는 낭패를 겪자 어쩔 수 없이 다시 시골로 모셔다 드린다. 그러고는 깨닫는다. 시집와서 오십 년 동안 한 곳에서만 대변을 봤다는 어머니의 말에서 어머니의 손길이 있었기에 그 시절, 고향 집이 따뜻하고 부유했음을(「야윈 여름」). 그리고 노모를 위해 ‘용한 집’을 찾아가 환약 다섯 말을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가는 늙은 자식의 효심(「효도 다섯 말」)을 지금 우리가 헤아릴 수 있다면 아직 우리에게도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부모’와 ‘고향’을 되찾을 희망은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마을 ‘김택근의 동화가게’라는 제목으로 2004년 5월부터 2005년 1월까지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은 이 책은 당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의 홈페이지에서부터 젊은 대학생의 블로그에까지 올라가 있을 정도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의 공감을 샀던 글들이다.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문장들은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사연과 어우러져, 시인 김용택의 말대로 “우리가 살아왔던 저쪽에 아름다운 사람들의 마을이 이렇게 따뜻하게 숨을 쉬고 있노라고” 일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