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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
사계절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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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머리말

1장 근대를 마주한 여성들: 조선의 개항
1. 명성황후와 그 시대
2. 개항 이후의 조선과 여성
* 드라마와 뮤지컬로 보는 역사
└ 드라마와 뮤지컬의 주인공이 된 명성황후 | 투쟁하는 여주인공 〈미스터 션샤인〉의 고애신

2장 ‘밖’으로 나오는 여성들: 1910~1930년대 식민지 조선
1. 한일 병합과 ‘이왕가’의 결혼
2. 한일 병합 이후의 여성 교육
3. 여학생들의 ‘운동’
4. ‘신여성’의 등장
* 영화와 잡지로 보는 역사
└ 〈덕혜옹주〉, ‘라스트 프린세스’와 식민 지배 | 『신여성』과 『학생』에 담긴 여학생들의 진심

3장 한반도의 전쟁과 여성들: 동원, 협력, 피해
1. 일본의 전쟁과 조선의 여성들
2. 일본군 ‘위안부’ 문제
3. 한국 전쟁과 여성들
* 인물로 보는 역사
└ 조선의 무비 스타 문예봉

4장 ‘투쟁하는’ 여성들: 독재 정권을 넘어 민주화로
1. 독재 정권 시기의 여성들: 여성 운동의 시작
2. 민주화와 여성들의 싸움
3. 민주화 이후의 한국 사회와 여성: 새로운 싸움
* 영화로 보는 역사
└ 민주화 운동을 그린 영화 〈1987〉 | ‘위안부’와 마주하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

5장 ‘아시아’를 넘나드는 여성들
1. 일본으로 간 여성들
2. 중국으로 간 여성들
3. ‘아시아’에서 한반도로 온 여성들
* 다큐멘터리로 보는 역사
└ 어느 일본인 부인의 이야기 〈잠깐 북한에 다녀올게〉

6장 ‘지금 여기’, 한국의 여성들
1. IMF 외환 위기와 여성의 사회·정치 진출
2. 한국 최초 여성 대통령의 취임
3.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 신드롬
4. 여성 혐오 범죄와 미투 운동
5. LGBTQ+를 둘러싼 문제
6. 북한의 여성들
* 드라마로 보는 역사
└ 남과 북의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의 불시착〉

맺음말
후기

저자 소개 2

1977년 홋카이도에서 출생한 재일 교포 3세로, 도쿄여자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히토쓰바시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츄오대학교 종합정책학부 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조선 근대사, 교육사, 젠더사이다. 지은 책으로 『근대 조선의 중등 교육: 1920~1930년대의 고등보통학교·여자고등보통학교를 중심으로(2019)가 있다. 2024년 인기리에 방영된 NHK 아침 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虎に翼〉에서 조선인 유학생, 간토 대지진 학살, 재일 조선인 차별 등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삶에 대한 고증을 담당했다.

權容徹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기대학교 사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원대 중후기 정치사 연구』, 『고려사 속의 원 제국』 등이 있고, 학술 논문 60여 편을 발표했다. 번역 기획 공동체 ‘창窓’의 일원으로 『몽골족의 역사』, 『칭기스의 교환』, 『랍반 사우마의 서방견문록』, 『중국과 이슬람 세계의 지도 그리기』, 『내몽골 분쟁』, 『이슬람에서 바라보는 유럽』, 『발해국이란 무엇인가』, 『당나라: 동유라시아의 대제국』, 『몽골 제국과 해역 세계: 12-14세기』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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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40*200*30mm
ISBN13
9791169815482

책 속으로

역사는 영어로 history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탐구’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historia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러나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 서술은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history가 his story, 즉 ‘그들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그들의 이야기’를 her story, 즉 ‘그녀들의 이야기’로 바라본다면 역사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 그렇다면 이 her story는 여성들만을 위한 이야기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이 세상에 살아가는 여성과 남성, 그리고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위한 역사입니다. (……) 이 책이 동아시아와 지구라는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를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서로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pp.5-6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근현대는 조선의 여성들이 교육과 사회 진출의 기회를 얻은 시대이기도 하고, 따라서 투쟁하고 고민하고 갈등하는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여성들의 투쟁과 고민,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요. 이 책은 이렇게 역사에 존재했지만 가려져 버린 한반도의 여성들을 ‘가시화’하고, 지금도 여전히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을 되묻습니다.
--- pp.10-11 「머리말」중에서

왕궁에서 조용하게 지냈던 그전까지의 왕비들과는 달리 국왕의 존재를 가릴 정도로 정치적 수완을 발휘했던 명성황후를 일본·청나라·러시아 같은 강국들에 보호를 요청한 사대주의자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영역에서 여성이 존재감을 보인 데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 우리는 명성황후의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여성으로서 정치 공간에 등장하여 조선의 개항, 외국과의 교섭이라는 근대를 상징하는 무대에 있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궁에서 보냈던 명성황후는 근대를 마주한 여성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 p.36 「1장 근대를 마주한 여성들: 조선의 개항」 중에서

‘동맹 휴학’이란 학생들이 교육상의 문제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업을 거부하는 행동입니다. 즉, 학생들의 파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 그중에서도 가장 주된 이유는 교원 배척이었습니다. 특정 교원이 학생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고 여성 차별적이며, 생각이 너무 낡았다는 등의 이유로 여학생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고자 동맹 휴학을 일으켰습니다. 남편이나 형제를 따르고, 얌전히 집 안에만 있는 조선 여성의 모습은 더 이상 그곳에 없었습니다.
--- p.79 「2장 ‘밖’으로 나오는 여성들: 1910~1930년대 식민지 조선」 중에서

‘위안부’와 위안소에 대해,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군대의 관여를 부정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요시미 요시아키, 한국의 윤정옥을 비롯한 역사 연구자들에 의해 ‘위안부’와 위안소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일본군 관련 문서, ‘위안부’를 모집하는 신문 광고 등 1차 자료가 확인되었지요. 위안소는 1932년에 상하이에 최초로 설치되었다고 알려져 있고, 이후 일본, 조선, 대만,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설치되었습니다. 일본군이 있는 곳마다 위안소가 있는 상황이었지요.
--- pp.125-126 「3장 한반도의 전쟁과 여성들: 동원, 협력, 피해」 중에서

한국 전쟁 이후 한국 사회는 독재 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반정부 시위, 5·18 민주화 운동, 1987년 6월 민주 항쟁에서 주목받아 온 이들은 주로 무기를 들고 전선에 선 남성들이었습니다. 민주화가 실현된 후에도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조는 변하지 않았고, 병역 의무도 유지되면서 ‘마초’적이고 호모 소셜한 분위기가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나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고, 그러다 한탄하고, 상처 입은 여성들 또한 그곳에 있었지요. 민주화를 실현하기까지 한국 사회에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박종철, 이한열과 같이 투쟁의 결과 사망한 대학생, 시위대 근처에 있다가 휘말려 들었던 시민, 광주에서는 자택에 들어온 유탄에 맞아 사망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가족을 잃고 남은 어머니, 부인, 딸 들은 사인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싸웠지요.
--- p.186「4장 ‘투쟁하는’ 여성들: 독재 정권을 넘어 민주화로」 중에서

일본은 조선에서 단계적으로 노동력을 동원했습니다. (……) 여성 역시 노동력으로 징용 대상이 되었습니다. 여성들은 주로 방적 공장의 여공이나 식모가 되었고, 아이를 돌보는 등의 일을 했습니다. (……) 조선인 집단촌에서 여성은 일부는 남성과 함께 육체노동에 종사했고, 많은 경우 가사 노동을 했으며, 오사카 이카이노 등에서는 조선 시장을 형성해 조선 식재료 등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익숙지 않은 일본 생활 속에서도 한복을 입고 자신의 문화를 지켜 나가며 살았습니다. 이카이노의 조선 시장은 전쟁 후 상점가로 발전했고, 재일본 여성들은 계속해서 김치나 나물 등 조선의 반찬, 관혼상제에 중요한 전통 의복을 만들어 파는 일을 했습니다. 한류 붐, 케이팝의 인기에 영향을 받아 과거의 이카이노, 전쟁 후의 미유키모리 상점가는 오사카 코리아타운으로 발전했습니다.
--- pp.225-227 「5장 ‘아시아’를 넘나드는 여성들」 중에서

강남은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으로 비즈니스와 쇼핑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사건은 지하철 2호선이 지나가고, 사람들의 왕래도 많은 강남역 인근의 공용 화장실에서 일어났습니다. 강남역 10번 출구 부근에 있는 이 화장실을 이용한 23세 여성이 살해된 것이지요. 당시 30대 남성이던 범인은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고 진술했습니다. (……) 사건 현장과 가까운 강남역 10번 출구에도 다양한 입장에서 적은 포스트잇들이 붙었습니다. “나는 우연히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죽어야 될 이유는 없다. 그게 나였을 수도 있다”라고, 필시 여성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귀 외에도 “다음 생엔 부디 남자로 태어나요” 같은 문구도 붙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여성을 과도하게 적대시하고 혐오하는 풍조를 한국에서는 ‘여성 혐오(여혐)’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 혐오 범죄는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 pp. 277-279 「6장 ‘지금 여기’, 한국의 여성들」 중에서

이 책은 한반도의 왕족 및 황족 여성들에서 시작해 엘리트 여성을 거쳐 이민 여성, 한국의 일반 여성들까지, 시대와 함께 신분이나 위치가 변화하는 여성들의 모습에 주목하여, 그 역사를 밝혔습니다. 이러한 여성들을 마주하면서 원고를 쓰다 보면 항상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고는 했습니다. 이 책에 미처 담지 못한 여성들에게도 마음을 기울이며 원고를 썼습니다. 역사를 마주하고, 역사가 건네 오는 말에 귀 기울이면서 이 책을 썼다는 점을 독자 여러분도 느껴 주신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 pp.297-298 「맺음말」중에서

출판사 리뷰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처음 읽는 한국 근현대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
우리가 몰랐던 역사의 빈칸을 채우자!

“역사 속 인물 중 세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여러분은 어떤 인물들을 떠올렸나요?”

이 질문을 들으면 대부분 왕이나 장군, 정치가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대개 남성이다. 역사는 이들이 벌이는 정복과 전쟁, 권력 다툼을 중심으로 기록되어 왔다. 이는 세계사도, 한국사도 마찬가지다. 역사가 남성을 중심에 두고 쓰이는 사이, 여성은 가려지거나 주변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비교적 가까운 근현대사로 접어들면 여성 인물들이 좀 더 떠오르지만, 식민 지배와 항일 투쟁, 분단과 전쟁, 독재와 민주화 같은 키워드들과 함께 언급되는 것은 여전히 대부분 남성들이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하게도, 역사의 모든 순간에는 여성들이 있었다. 단지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여성들은 매 순간 연대하고, 투쟁하고, 정치하며 역사의 장면들을 만들어 왔다. 그렇다면 개화기부터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기, 독재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 속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여성의 자리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되돌아볼 때, 우리는 어떤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될까? 이제 이 질문에, 우리 역사의 빈칸에 답을 채워 보자. 마침 우리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도착했다. 바로 이 책, 『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이다.

역사는 영어로 history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탐구’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historia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러나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 서술은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history가 his story, 즉 ‘그들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그들의 이야기’를 her story, 즉 ‘그녀들의 이야기’로 바라본다면 역사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 p.5

우리 역사는 오랫동안 남성을 중심에 두고 기록되고, 이야기되어 왔다. 역사 수업 시간이나 역사책들을 떠올려보자. 시대와 국가로 먼저 뼈대를 세우고, 유명한 왕들과 장군, 정치가들의 이름과 그들이 중심에 놓인 사건들로 살을 채운다. 한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 시대의 왕들은 “태정태세문단세……” 하며 줄줄 외울 정도다. 그에 비해 왕비나 왕녀의 이야기는 희대의 악녀/열녀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전해지지 않는다.

이처럼 역사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는 내내 주변부로 밀려나고, 비가시화되어 왔다. 이 책은 그런 여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불러오며, 한국 근현대사 속 여성들의 모습을 가시화하는 데 집중한다. 19세기 말 개항과 근대화는 조선 사회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오며 집 ‘안’에 머무르던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는 계기를 마련했다. 거기에 일제에 의한 식민 지배는 식민지 조선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지우며 동원과 협력을 통해 여성들을 더 먼 ‘밖’으로 향하게 했다. 물론 시대의 역경 속에서도 교육의 길을 찾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스스로 ‘밖’으로 나아간 여성들, ‘밖’으로 나와 목숨을 걸고 식민 지배에 저항한 여성들 또한 있었다. 해방 이후에도 여성들은 포화 속에서, 그다음은 독재에 맞서서 투쟁해 왔다. 사회 진출과 정치 참여, 교육의 기회와 권리가 보장된 이후에도 여성들의 투쟁과 고민,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 책은 이렇게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만들어 온 여성들의 존재를 기록하며, 그들의 자리에 서서 한국 근현대사를 다시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여정을 안내하는 저자 최성희는 재일 교포 3세로 태어나 조선 근대사·교육사·젠더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2024년 인기리에 방영된 NHK 아침 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2024)에서 조선인 유학생, 간토 대지진 학살, 재일 조선인 차별 등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삶에 대한 고증을 맡아 우익과 역사 수정주의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일본 사회에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삶과 과거사를 전하는 역할도 했다. 저자는 근현대 한국 여성들의 자료를 들여다보며 글을 쓸 때면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게 근현대 한국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시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이 『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국내에 소개되는 저자의 첫 저작이기도 하다.

한편, 재일 교포 3세로서 한국 근현대사를 대하는 위치성은 저자에게 완고한 국경을 넘어 역사를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한다. 그동안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책들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재일 조선인, 재한 일본인 부인, 북한 여성, 중국 조선족 그리고 아시아 곳곳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러한 점을 잘 보여 준다. 저자가 바라보는 ‘한국 근현대사’ 속에는 이처럼 서로 다른 위치와 상황 속에서 함께 역사를 써 내려간 다양한 여성들의 삶이 담겨 있다.

여성의 자리에서 다시 보면
그동안 가려져 있던 이름과 얼굴, 장면들이 보인다!
개화기부터 응원봉 시위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만들어 온 여성들의 이야기

저자가 들려주는 한국 근현대사의 출발점은 19세기 말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왕이 아닌 왕비가 선다. 1장의 주인공은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에서 근대를 맞이한 여성들, 바로 명성황후와 순헌황귀비이다. 일찍이 서책을 읽으며 세계정세를 탐구한 명성황후는 잇따른 외세의 개입 속에서 고종과 함께 개화와 외교 정책을 펼쳤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정치적 수완을 발휘한 사례였다는 평가와 외세의 힘에 기댄 처사였다는 상반된 평가를 모두 들려준다. 그러나 저자는 명성황후가 여성으로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정치 무대에 등장하여, 개화와 외교라는 근대를 상징하는 일들에 직접 맞부딪쳤다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명성황후의 이야기는 고종의 아관파천을 주도하고 근대 여성 교육 보급에 힘쓴 순헌황귀비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2장에서는 1910~1930년대 식민지 조선을 살아간 여성들의 모습을 담는다. 1910년 한일 병합 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로 남은 영친왕과 결혼한 일본 황족 출신의 이방자(나시모토노미야 마사코), 어려서 일본으로 떠나야 했던 덕혜옹주의 삶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이동해야 했던 이왕가 여성들의 굴곡진 여정을 보여 준다. 2장에서는 신식 학교에 다니고 유학을 떠나 배움의 길을 찾는 한편, 일제에 맞서 동맹 휴학과 만세 운동을 일으킨 여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유관순과 또 다른 여러 ‘유관순들’을 발견한다. 또한 이들과 같이 근대 교육을 받은 여성 중에는 가부장제에 도전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 ‘신여성’들이 있었다. 저자는 조선 여성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여성 운동의 선구자인 나혜석, 조선 최초의 여성 개업의 허영숙, 반도의 무희 최승희의 삶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들의 삶을 남성 중심적 프레임에 가두지 않는 동시에 그들이 가부장제와 전통의 벽 앞에서 고뇌하고 갈등했던 순간도 감추지 않으며, 근대를 마주한 한국 여성들의 입체적인 생애를 조명한다.

3장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을 통과해 온 여성들의 삶을 다룬다. 1930년대로 접어들며 한반도와 아시아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더욱더 깊이 휘말려 들었다. 전시 동원 체제에서 일본은 조선인의 동화를 더욱 밀어붙였고, 전쟁에 협력하기를 부추겼으며, 조선인들을 강제로 동원했다. 식민지 조선의 여성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여기서 우리는 조선, 일본, 대만의 공장과 탄광으로 동원된 여성들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마주한다. 특히 저자는 일본군이 ‘위안부’를 조직적으로 동원하고 관리한 증거들과 위안소의 실태를 살피며, 전시 총동원 체제 아래 자행된 여성들의 동원과 그로 인한 피해를 명확히 드러낸다. 1945년 8월 15일 광복과 해방 정국을 거쳐 한반도의 여성들은 또 한 번 전쟁과 맞닥뜨린다. 바로 한국 전쟁이다. 여성들은 한국 전쟁에 군인으로 참여하는 한편, 민간인 학살과 사별, 피난과 이산을 경험했다. 또한, 이 장의 끝에서는 근대 국가의 형성과 함께 찾아온 변화 중 한 가지인 ‘퍼스트레이디’의 등장, 즉 남과 북의 첫 번째 퍼스트레이디 프란체스카 도너 리와 김정숙을 소개한다.

4장은 ‘투쟁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는다. 한국 전쟁 이후 한국 사회는 독재 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 5·18 민주화 운동, 1987년 6월 민주 항쟁에서 주목받아 온 이들은 무기를 들고 시위대의 최전선에 선 남성들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기억되고 있는 운동가 박기순, 이한열의 어머니이자 거리의 투사였던 배은심, 5월 광주에서 시민군에 합류하고, 부상자를 치료했으며,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을 지원한 수많은 여성들이 있었다. 또한 4장에서는 타국에서 분투한 파독 간호사들, 농촌에서 새마을 운동에 동원되었던 여성들 역시 빼놓지 않고 소개한다. 민주화 이후에도 여성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투쟁에 나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운동, 가족법 개정 운동, 여성 노동 운동을 거쳐 촛불 시위와 응원봉 시위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5장에서는 ‘아시아’를 넘나드는 여성들을 다룬다. 먼저, 시대를 다시 거슬러 올라가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에 일본과 중국 만주 등지로 떠나야 했던 여성들을 만난다. 해방 이후에도 새로운 삶의 터전에 머무른 이들은 재일 조선인과 중국 조선족으로 남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대로, ‘아시아’에서 한반도로 이동해 온 여성들도 있다. 먼저 해방 전후 일본에서 가족을 따라 한반도로 들어온,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한반도에 남은 일본인 부인들이 있다. 이들은 남과 북에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출신을 숨기고 살아왔다. 2000년대에 이르면 중국 조선족과 다문화 가정의 이주 여성들의 이야기가 포개어진다. ‘아시아’에서 한반도로, 한반도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은 5장에 이르러 젠더와 민족, 노동과 결혼 등이 중첩되는 역동적인 이슈로 재편된다.

6장은 민주화 이후 여성들의 사회·정치 진출과 IMF 외환 위기, 그리고 최근 10년 사이 일어난 여성 혐오 범죄와 미투 운동을 다룬다. 또한, 6장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 또한 마땅히 여성이라는 인식 아래, 변희수 하사의 싸움과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둘러싼 논의를 소개한다. 한편, 6장의 마지막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북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북한에서는 최근 김여정과 리설주처럼 점차 정치 일선에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응원단과 악단 등을 통해 대중을 응원하고 고무하는 역할로 여성을 동원하고 있고, 대다수의 ‘평범한’ 여성들의 생활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여성의 자리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다시 썼다면,
영화, 드라마, 뮤지컬, 다큐멘터리로 다시 한번 읽어 보자!
〈미스터 션샤인〉부터 〈사랑의 불시착〉까지, 지은이가 직접 고른 콘텐츠들

개화기부터 바로 지금 한국 사회까지를 아우르는 여섯 개의 장이 끝날 때마다 저자는 앞서 다룬 시대상을 담은 영화, 드라마, 뮤지컬, 다큐멘터리, 잡지 등의 콘텐츠를 직접 골라 소개한다. 1장에서는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와 뮤지컬 〈명성황후〉와, 총을 들고 항일 운동을 펼치는 주인공 고애신에 주목하여 〈미스터 션샤인〉을 다룬다. 2장에서는 ‘라스트 프린세스’의 이야기 〈덕혜옹주〉를 통해서 식민 지배가 여성의 삶에 끼친 영향을 들여다보고, 1920년대에 발행된 잡지 『신여성』과 『학생』에 담긴 여학생들의 내심을 살핀다. 3장에서는 조선 최초의 유성 영화 〈춘향전〉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조선의 무비 스타 문예봉의 작품들을 돌아보고, 4장에서는 1987년 6월 민주 항쟁을 담은 영화 〈1987〉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소개한다. 5장에서는 북한으로 향한 일본인 부인인 언니를 찾아 나서는 동생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잠깐 북한에 다녀올게〉를, 6장에서는 분단을 배경으로 로맨스 서사를 그려 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다룬다.

또한 한국어판에서는 원서에 수록되지 않은 근현대 한국 여성들의 사진이 다수 추가되었다. 비교적 낯익은 유관순과 덕혜옹주의 모습부터, 이광수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허영숙과 전쟁 협력·월북 등의 행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던 최승희, 한국 전쟁기의 여군과 피란민, 파독 간호사들, 5·18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여성 시민들까지. 유명하고 무명한 여성들의 면면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책장을 덮을 때쯤 한국 근현대사 속 여성들의 얼굴과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몰랐던, 그러나 알아야 할
한국 근현대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

이 her story는 여성들만을 위한 이야기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이 세상에 살아가는 여성과 남성, 그리고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위한 역사입니다. 『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가 (……) 서로의 역사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도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 책이 동아시아와 지구라는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를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서로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대화를 통해 her story를 넘어 our story, 즉 ‘우리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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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침묵하지 않아야 미래의 불행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저자는 일본에서 ‘한국 근현대사’ 강의를 한 후, 그전까지 혐한 정서와 차별 의식을 갖고 있던 학생이 “인생이 바뀌었다”고 고백하며 눈물지었던 일화를 언급한다. 맺음말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듯,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 혐오 범죄와 백래시가 거듭되며, 남녀 사이의 단절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는 여성들의 역사를 복원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리에서 서로의 역사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추천평

“역사는 주로 남자들이 좋아하잖아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몹시 놀랐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역사를 진로로 삼겠다고 결심한 ‘역덕(역사 덕후)’이었기에, 역사가 주로 남성들에게 사랑받는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간 역사가 남성을 보편으로 상정하고 서술된 탓이 큽니다. 저 거대한 역사 이야기가 남성들에게는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흐름이라는 감각을 준 반면, 여성들에게는 그 세계에서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안겨 준 게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시도하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여성들의 이야기로 함께 엮어 냄으로써, 여성 역시 역사를 이끌어 가는 존재임을 일깨우고 오늘의 문제를 새롭게 비추는 것. 저마다의 취향을 키워 가며 무언가의 ‘덕후’가 될 한국의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역사를 새롭게 감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장지연 (대전대학교 역사문화학전공 교수, 〈역사 속 여자, ○○하다〉 시리즈 기획 및 집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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