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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린, 딸의 공전 6
유진, 엄마의 공전 80 효린, 딸의 마지막 공전 144 유진, 엄마의 마지막 공전 162 효린, 공전의 끝 186 유진, 공전의 끝 198 작가의 말 205 |
황모과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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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당일 아침, 나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다. 제대로 재수 없는 꿈을 꿨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하던 일을 꿈에서 딱 만났다. 한 문제, 고작 한 문제 때문에 S대에 불합격하는 꿈이었다.
---p.9 현관을 나서면서 평소처럼 엄마에게 인사를 건넸다. 엄마는 시험장으로 향하는 딸을 여느 날처럼 무표정한 눈빛으로 배웅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싸늘한 표정이었다. ---p.11 로하가 어떤 심정으로 삶을 반복했는지 이해하며 슬펐다. 우리 둘 다 결국엔 파국을 만날 거였다. 그걸 알면서 우리는 이 실패를 반복해야 하는 걸까? 앞으로도 영원히? ---p.66 로하 엄마도 로하가 추락한 뒤 사망했다. 이상한 연좌제라고만 생각했었다. 그 연속된 죽음 뒤에야 나는 악몽에서 깨어났다. 혹시 내가 모르는 곳에서 엄마가 미리 뛰어다니고 있었나? 내가 죽은 뒤 엄마도 매번 자기 삶을 버린 걸까? ---p.72 주변을 정리할 새도 없이 곧장 인적 없는 바다를 찾았다. 썰물이 밀려오는 곳에 누워 눈을 감았다.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효린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효린이 걸음마를 하던 시절의 기억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생생한 기억이었다. 세상이 차가운 침묵 속으로 잠긴 순간 삶을 놓을 수 있었다. 집착도 욕심도 무언가를 증명하려던 아집도 버렸다. 오로지 효린이의 새로운 삶을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p.114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내 눈에는 늘 간절한 간청이 어려 있을 거였다. 효린에게는 매서운 집착으로 보이진 않았을까. 어릴 때부터 효린은 나와 마음의 거리를 두었다. 효린이에게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p.122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공전을 통해 무얼 얻고 또 무얼 잃었을까. 어떤 삶이 우리의 최선이었을까. ---p.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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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대가가 온 가족의 목숨이 되는 사회,
우리는 이 끔찍한 연대책임의 루프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생의 계급이 결정되는 대한민국에서 입시는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다. 황모과 작가의 신작 『공전하는 자들의 나라』는 입시 실패가 곧 인생 실패로 규정되는 이 시대의 가혹한 현실을 ‘무한루프’라는 SF적 장치로 극대화한다. 주인공 효린은 S대 입시에서 단 한 문제 차이로 낙방한 뒤 건물 옥상에서 추락하며 다시 수능 당일 아침으로 회귀한다. 작가는 이러한 현상을 공전(헛바퀴)이라고 표현한다. 문제는 이 지옥 같은 행위가 결코 개인만의 형벌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식의 실족과 실패 뒤에는 반드시 부모의 끔찍한 죽음과 자기희생이 뒤따른다. 소설 속 효린은 반복되는 죽음 속에서 “우리나라에서 자식의 실족은 연좌제인 게 분명하다”고 뼈저리게 자조한다. 실패의 대가를 온 가족이 목숨으로 짊어져야 하는 ‘연대책임’의 굴레는, 부모의 재력과 희생을 갈아 넣어 자식의 성공을 빚어내야만 하는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교육 생태계를 뼈아프게 직격한다. -지워진 자들의 목소리를 복원해 온 황모과 세계관의 서늘한 현재진행형 황모과 작가는 데뷔 이래 꾸준히 타임슬립과 SF라는 장르적 틀을 빌려 ‘역사 속에서 배제되고 침묵을 강요당한 자들’의 목소리를 복원해 왔다. 1990년 여아 선별 임신중지 문제를 다룬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와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파헤친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과거의 폭력적인 시스템에 희생된 이들을 호명했다면, 이번 신작 『공전하는 자들의 나라』는 그 날카로운 시선을 온전히 ‘현재’로 옮겨왔다. 작가는 부유층만이 거액을 내고 접근할 수 있는 ‘비문증 교정 클리닉’이라는 설정을 통해, 약자들을 짓밟으며 굳건해지는 기득권의 카르텔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무한 경쟁에서 밀려나 세상의 변두리를 맴도는 수험생과 부모들의 처절한 서사는, 황모과 문학이 줄곧 천착해 온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작업’의 가장 동시대적인 확장이자 날카로운 현재진행형이다. -끝없이 반복되는 죽음을 멈출 용기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경쟁하면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 믿도록 강요받는다.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아무리 생을 반복하고 발버둥 쳐도, 예정된 최악의 결론과 기득권이 만들어놓은 함정을 쉽게 피하지 못한다. 『공전하는 자들의 나라』가 지금 이 시대에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성공이라는 신기루를 좇아 무한 경쟁의 쳇바퀴를 도는 우리에게 “이 헛된 공전(空轉)을 멈출 용기”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던지며 루프를 반복하던 엄마 유진과 영인은, 결국 기득권이 정해둔 궤도 안에서의 맹목적인 생존을 포기하고 상처 입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 책은 끝없는 자기 증명의 압박 속에 질식해 가는 현대인들에게, 타인이 정해놓은 운명의 궤도를 이탈할지라도 기꺼이 곁의 손을 맞잡고 나아가자는 눈부신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정답 없는 우주에서 끊임없는 자기 의심과 싸우며 묵묵히 오늘을 버텨내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절망을 뚫고 피어난 아름답고도 숭고한 회복의 소설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사소하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었던 일들, 그저 스치고 말지라도 중요하게 우리를 구성했을 무언가가 사라졌거나 보이지 않게 되었거나 혹은 멸시받았다고 느꼈다. 그게 무엇일까. 그걸 깨닫게 된다고 갑자기 세상이 좋아질 리 없겠지만, 그 정체를 조금 생각해 보고 싶었다. 아버지 세대의 악행과 관행과 권세를 부정한 여자들의 그 홀로된 근본 없음에 대해, 자유롭지도 못한 상태로 덩그러니 떨궈진 상태에 대해, 그리고 그 딸들에게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고통에 대해. 그 사이에 낀 그 무언가에 대해 조금 응시해 보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