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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어 나무를 떠난 낙엽 한 장이, 자신에게 맞는 보금자리를 찾아 바람 기차에 오른다. 부지런함이 유일한 기준인 개미 마을, 화려하지만 무관심한 금붕어 마을, 반가운 얼굴 뒤에 다른 속내를 감춘 다람쥐 마을을 차례로 지나며 낙엽은 매번 자리를 잃는다. 지친 낙엽이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주저앉았을 때, 줄곧 그를 지켜봐 온 흙이 말을 건넨다. 낙엽이 그토록 찾아 헤맨 것은 머물 수 있는 집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봐 주는 이의 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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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지금 떠나는 중 - 계절의 시간을 품고 시작한 가을 여행
낙엽에게 가을은 버려지는 계절이 아니다. 한 계절을 충분히 살아낸 낙엽은 설렘을 품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아 나선다. 『낙엽 손님』의 낙엽은 처음부터 유쾌한 여행자다. 말끔한 몸에 가방까지 멘 채 바람 기차에 올라탄다. 그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상상하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낙엽의 여행을 따라간다. 낙엽은 아무것도 모른 채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 봄의 햇살과 여름의 볕을 견디며 한 계절을 살아낸 존재다. 계절이 바뀌었기에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것뿐이다. 새 학년, 새 교실, 새로운 친구, 처음 도전하는 일 앞에서 아이 역시 기대와 긴장을 함께 느낀다. 낙엽이 지나온 계절을 품고 떠나듯, 아이도 자신이 겪은 모든 것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로 간다. 그래서 이 책에서 낙엽의 떠남은 상실보다 가능성에 가깝다. 웃음 뒤에 숨은 마을들 - 현대 사회의 관계에 대한 유쾌한 풍자 작가는 『낙엽 손님』의 동물 마을에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비틀어 담았다. 개미 마을에서는 모두가 바쁘다. 일하고 또 일한다. 쉬는 낙엽은 이상한 존재처럼 보인다. 이곳에서는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가 곧 얼마나 가치 있는가가 된다. 금붕어 마을은 다른 방식으로 차갑다. 화려한 물속에서 모두가 자기 갈 길을 가고, 다른 존재에게 관심을 기울일 여유는 없다. 무심함이 평온함처럼 보이는 마을이다. 다람쥐 마을은 가장 따뜻해 보인다. 반갑게 맞아 주고 편안하게 대해 주지만, 그 환대 너머에는 자신들의 필요와 이익이 먼저 있다. 익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웃음 뒤에 숨은 마을의 모습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질문으로 남는다. “왜 개미들은 저렇게 바쁠까?”, “금붕어들은 왜 낙엽에게 관심이 없을까?”, “다람쥐들은 정말 친절한 걸까?” 아이와 어른이 나란히 책을 읽고, 각자 다른 마을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이야기 나눌 거리가 이야기 곳곳에 놓여 있다. 가방을 잃고 점점 너덜너덜해진 낙엽 - 겉모습을 내려놓고 비로소 만난 진짜 보금자리 여러 마을을 지나며 낙엽의 몸은 점점 망가진다. 가방을 잃어버리고, 몸은 찢기고 구겨진다. 하지만 낙엽이 잃는 것은 가방과 단정한 모습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잘 보이는 나를 만들려고 애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운동을 잘하는 아이, 친구가 많은 아이가 되려 하고,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꾸미기도 한다. 낙엽은 여행을 거듭할수록 그런 겉모습을 잃는다. 그리고 가장 초라해진 순간, 흙을 만난다. 가진 것이 거의 없는 그 순간, 낙엽은 처음으로 마음을 놓는다. 무엇을 가졌는지, 얼마나 멋진 모습인지와 상관없이 자신을 받아 주는 존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좋은 옷을 입어서, 공부를 잘해서, 친구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냥 나이기 때문에 사랑받는 경험. 이 경험은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단단하게 만든다. “이번엔 내가 도와줄게” - 깊은 사랑과 응원은 머물지 않고 이어진다 실제 자연에서 낙엽은 땅에 떨어져 흙을 덮고 겨울 동안 땅을 보호한다.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흙이 낙엽을 품고, 낙엽은 다시 흙을 돕는다. 『낙엽 손님』은 이 순환을 관계의 이야기로 옮겨 놓는다. 처음에는 낙엽이 도움을 받는다. 자신을 받아 주는 흙을 만나고, 그 곁에서 비로소 쉰다. 그러나 겨울이 다가오자 낙엽은 흙에게 말한다. “이번엔 내가 도와줄게.” 충분히 받아들여진 경험은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는 힘으로 자란다. 가을의 낙엽이 흙으로 돌아가 다시 새로운 생명을 키우듯, 받아들여진 경험도 한 아이 안에 머물지 않고 자란다. 이런 돌봄의 경험은 유년기에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어른이 된 뒤에도 오래 남아 삶을 지탱한다. 계절이 바뀌고 낙엽이 떨어지는 순간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일, 자연의 순환을 몸으로 먼저 느끼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낙엽 손님』은 아이가 그 순환과 돌봄을 그림책 속에서 먼저 살아 보게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