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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희의 어둠과 빛 박우연
인터뷰 박우연×하혁진 말과 풍경 윤단 인터뷰 윤단×이소 킬링 파트 최미래 인터뷰 최미래×강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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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시 그 빛은 권승희가 줄곧 찾아 헤맸던 바로 그것처럼 느껴졌다. 이내 사라질 것이 분명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것만이 유일했다.
---「박우연, 권승희의 어둠과 빛」중에서 내가 걷는 동안 그들은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아니면 내가 먼저 떠났거나. 뭔가 얘기를 한다면 나는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윤단, 말과 풍경」중에서 연애는 백진주가 가장 잘하고 또 자신 있어 하는 종목이었다. 연애 재밌잖아.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 힘과 시간을 쏟는 거. ---「최미래, 킬링 파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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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 계절의 소설
가을, 소리 내어 발음하면 너른 들판이 풍요로 차오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봄여름에 싹튼 것들이 한껏 무르익은 생을 거두어들이는 때이기도 하다. 붉고 노란 낙엽의 하강 곡선 사이에서, 『소설 보다: 가을 2026』에 실린 세 편의 이야기는 삶에 산재하는 필연적 상실을 둘러싼 인물들을 그린다.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 이별. 기척 없이 멀어진 인연. 살아남기 위해 죽였던 스스로의 모습. 언젠가 사라진다는 그리움으로 더욱 선연해지는 장면까지. 우리는 상실로부터 벗어난 채 살 수 없지만, 이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빈자리에만 고여드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박우연, 「권승희의 어둠과 빛」 “지금까지 빛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그저 어둠의 밝은 부분에 불과한 것처럼 여겨졌다” 2025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우연을 처음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고른 완결성과 유려한 문장,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문학평론가 심진경)로 신인상을 거머쥐었던 박우연은 데뷔하고 1년을 갓 넘긴 신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못 자국이 거의 보이지 않는 탄탄한 구조물-그야말로 잘 빚은 항아리-같은”(소설가 조해진)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 이번 선정작 「권승희의 어둠과 빛」에서 작가는 ‘어딘가 고장 난 인물’의 어두운 내면을 깊이 탐구하며 그 끝에 스며드는 희미한 빛까지 포착해낸다. 어느 가을, ‘권승희’는 세 달간 끊이지 않는 여러 “알 수 없는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 퇴사 후 오빠의 기일에 맞춰 고향으로 향하던 중 그는 기차 창밖에서 “아주 거대한 빛”을 발견한다. 열일곱 살 때부터 방 밖으로 나오지 않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고, 그마저도 실패해 1년간 병상에 있다 죽음에 이른 오빠. 권승희는 10여 년도 더 지난 오빠의 죽음 때문에 자기 삶이 “손쓸 수 없이 망가지거나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시기에 느꼈던 어떤 ‘막막함’이 삶의 곳곳으로 틈입하려들 때, 기차에서 본 빛과 그 빛을 “응시하던 몇 초간,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자유로웠는지”를 곱씹는다. 권승희는 그 발원지를 찾아 나서기에 이르고, 폐허가 된 호텔과 그곳에서 값비싼 대리석을 캐 가려는 한 ‘여자’를 마주친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5층으로 향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네모지고 어두운 세 줄의 공동(空洞)”이다. 택배 상자가 무질서하게 쌓인 빌라, 황폐한 임야, 문 닫은 호텔의 잔해…… 박우연의 소설에서 인물의 내면은 장소로 탁월하게 형상화된다. 작가가 섬세하게 설계한 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한 인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그려보려는 불가능한 시도의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나아가 소설을 읽으며 ‘빛’과 ‘어둠’이라는 명백한 긍부정의 대상을 재정의하는 경험은 독자로 하여금 희망과 상실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권승희의 어둠과 빛」은 희망이란 상실의 반대편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상실을 반복해서 통과하며 그것을 자신의 삶 속에 새롭게 조직해가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생성된다는 사실을 아름답고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작품이다”(문학평론가 강동호). 소설에서 빛과 어둠의 이미지는 일면 통상적인 인식-빛은 밝고 긍정적인 것, 어둠은 어둡고 부정적인 것-에 기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독자분들이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그 인식이 희미해지며 빛과 어둠을 새롭게 정의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빛과 어둠, 어둠과 빛. 그 둘의 관계를 공식처럼 정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이 소설 안에서 빛도 어둠도 완전히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지 않아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부재와 존재가 그 자체로 나쁘거나 좋지 않듯이요. 「인터뷰 박우연×하혁진」에서 윤단, 「말과 풍경」 “마치 내 삶이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 놓여 있는 기분이 드는 거야” “섣불리 답하지 않고 끝내 품고 있는 질문들에 마음이 묵직하게 움직”(소설가 윤해서)이도록 이끄는 힘으로 2024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윤단을, 2025년 봄에 이어 두번째로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작가는 지난 선정작 「남은 여름」에서 ‘부재’로 와닿는 존재감과 느리게 도착한 마음을 곱씹는 인물을 그리며 삶의 지면 위로 아스라이 비치는 고통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이번 선정작 「말과 풍경」은 돌아갈 수 없는 한 시절의 풍경과 그 풍경을 풀어내는 ‘말’이 오가는 장면들을 조심스레 담아내는 작품이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4년 동안 칩거하던 스물다섯 살의 ‘나’는 직업학교의 조경 설계 양성 과정을 등록한다. 그곳에서 유일한 또래 친구인 ‘미래’ ‘준기’와 수업이 끝나면 함께 산책하는 일상을 보낸다. 공고 졸업 후 여러 일을 해왔지만 “뭔가 자꾸, 마음처럼 되질 않”는 준기와 엄마가 떠난 뒤 오빠의 일을 도우며 사는 미래. “조금 어긋나고, 일반적인 코스를 밟지 못한, 어딘가 흠이 있는” 이들과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 또한 자신이 지닌 흠에 서로라는 조각을 맞추며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과정이 진행될수록 ‘나’ 그리고 준기와 다르게 미래는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결정적으로 미래의 오빠를 만나면서 셋의 관계에 작은 균열이 생기게 된다. 이윽고 어느 겨울날, 미래는 그들의 곁을 떠나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윤단은 세 사람이 함께 보냈던 짧은 시절의 풍경을, 흙을 다지고 씨앗을 심어 식물을 키우듯 차근차근 그려간다. 시절인연의 필연적 유한성과 무용함, 그에 따르는 일말의 부채감과 소진되지 않는 그리움. 「말과 풍경」에서 돋보이는 것은 이러한 마음들을 경청하고 복기하는 사람의 자세다. “윤단의 소설은 감싸안되 움켜쥐지 않는 오목한 손길로 안에 담은 것을 골똘히 보면서 함부로 아는 체하지 않는 마음의 거리를 지킨다.” 그리고 인물들이 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 미래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발생하는 “팽팽한 긴장으로 외려 느슨한 공간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아득한 풍경”(문학평론가 홍성희)이자 삶의 나지막한 안식처로 거듭날 것이다. 저는 문학이 정원이 되어줄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 정원에서는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로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어딘가에 마음이 동해 잠시 멈춰 서고, 원한다면 언제든 그 정원을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빠져나왔는데 주머니 속에 무언가 들어 있을 수도 있고요. 저는 문학을 읽을 때마다 각각 다른 빛깔과 냄새를 지닌 정원을 거닐다 온 기분이 들어요. 「인터뷰 윤단×이소」에서 최미래, 「킬링 파트」 “엄마, 구멍은 통과하는 거야” 2019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미래를 처음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깊이 있는 관찰과 성찰, 힘 있는 서사의 전개” 능력으로 “우리 소설의 한 축을 담당할 역량이 충분하”(심사 위원 이순원·구효서·권정현)리라는 기대 속에 데뷔한 작가는 사랑과 몸에 대한 적극적인 탐구를 이어가며 소설집 『녹색 갈증』 『모양새』 『돼지 목에 사랑』을 출간하고 제2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는 등 당당히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번 선정작 「킬링 파트」는 타인의 욕망에 스스로를 끼워 맞춰왔던 한 여성이 또 다른 여성들을 통해 맞이하는 새로운 국면을 그린다. 헬스 트레이너 ‘백진주’는 연애를 “잘하고 또 자신 있어” 했으며 “주요한 취미로 즐”겼던 사람이다. 수없는 연애 끝에 짧은 결혼 생활을 마치고 홀로 딸 ‘서준’을 키우며, 백진주는 엄마로서 서준이 자신처럼 부질없는 연애를 반복하는 여자로 크지 않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서준은 연애와 사랑을 주창하는 아이돌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여자애 무리에 끼는 일에 온 신경을 쏟는다. 그러던 중 백진주는 같은 헬스장의 트레이너 ‘재철’과 ‘커플 헬스 파트너십’을 맺게 되는데,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사이를 가장한 채 운동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것. 그들의 채널이 열띤 호응을 얻던 중 백진주가 아이를 숨긴 채 재철과 유사 연애를 하고 있다는 고발 글이 올라온다. 설상가상으로 서준의 요구가 늘어나고 친구 ‘재은’과의 관계도 뒤틀어지려는 순간에, 백진주는 여러 선택의 기로 앞에 놓이게 된다. 한 인물을 중심에 두고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에서 최미래는 연애와 사랑을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연출하고, 사랑받을 만한 존재로 만들어가는 여성의 삶과 노동의 문제로 확장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애란 어떻게 성립되는가. 연애 상대로서, 엄마로서, 교육자로서 여자가 가져야 한다고 요구되는 각기 다른 모습은 무엇인가. 세대가 바뀔 때 ‘여성성’은 어떻게 답습되고 한편으로 탈피되는가. 동시대를 소묘하는 최미래의 날카로운 펜 끝은 한 편의 이야기로 담대한 질문들을 끌어낸다. 그리고 “연애의 기술로 시작된 더 자세히 보기가 타인을 바라보는 윤리로 전환되는 순간, 이 소설의 진짜 ‘킬링 파트’가 시작된다”(문학평론가 소유정). 사회는 연애를 능숙하게 이용합니다. 연애라는 감정에 의지해 거대한 산업들이 굴러가고, 연애가 마치 인생의 필수 요소인 것처럼 여겨져요. 그런 세계에서 개개인의 삶은 우스워집니다.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애틋함 때문에, 연애는 사람을 손쉽게 구멍으로 떠미는 가장 극명한 도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런 곳에 살고 있다고요. 이러한 세상을 통과해서 제가 가고 싶은 곳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켜내는 자기 존중. 「인터뷰 최미래×강도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