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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이는 기억의 지층
일본군 '위안부' 서사와 역사 아래의 목소리 양장
이지은
역사비평사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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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들어가며: 중첩된 경계와 혼종 공간의 지도 그리기(cartographie)

1장 전선과 국경, '위안부' 서사의 두 경계
1. 제국에 동원된 여자들의 (빈)자리
2. 사건의 장소로서 전장戰場, 의미화의 장소로서 국민국가
3. 국경을 유동하는 '위안부' 서사

2장 '위안부' 문제의 담론 지형과 재현의 전장戰場
1. '위안소란 무엇인가' vs '위안부란 누구인가'
2. '위안소'를 '수정(re-vision)'하는 '위안부' 재현
3. 역사적 '사건'을 포식하는 담론의 폭력성

3장 '위안부' 서사의 지층들
1. 목격자의 증언에서 생존자의 증언으로
2. 혼선과 혼성: 유동성, 상호텍스트성, 되받아쓰기

제2부 국민국가의 형성과 '목격-침묵-재현'의 매듭

4장 목격자들의 귀환과 '위안부' 담론의 재구성
1. 증언보다 먼저 도착한 소문
2. 애국자로 둔갑한 위안소 업자와 타자화된 '위안부'
3. 위안소 업자가 누락된 민족반역자 처벌 논의
4. 미완의 전후 처리와 군'위안부' 제도의 지속

5장 어느 특파원이 본 중일전쟁기 상하이와 조선인 '위안부'
1. 상하이 특파원 강로향
2. 배 위에서 만난 여자들, 조선인 골목의 위안소 업자들
3. '위안부'에게 허락되지 않는 '명일明日'
4. 지식인 부역자와 '위안부'의 지워지(지 않)는 '화인火印'

6장 학병, 연루된 목격자
1. 가해자이자 피해자, 목격자이자 방관자
2. 탈영병과 패잔병의 시차差
3. '식민지 민족의 동류의식'과 '위안'의 중첩
4. 포로수용소에서 시작된 국민국가 기획과 이탈하는 '위안부'
5. 자기 안의 타자성을 발견할 것인가, 그녀들을 타자화할 것인가

7장 학병의 사명과 '위안부'의 운명
1. 대중소설의 학병과 '위안부' 재현
2. 제국의 폭력 장치 속 '학병-위안부'의 연대
3. 학병의 사명: 식민지 역사와의 단절과 국민국가 건설
4. '위안부'의 운명: 역사로부터 배제 혹은 초월
5. 기림비가 된 살아있는 '위안부'

제3부 국경을 통과하는 '위안부' 서사의 증식과 변이

8장 어문역語文域의 검문과 '위안부' 서사의 상호텍스트성
1. 전쟁회고록에 출몰하는 '위안부'
2. 한일 지식인의 '목격담' 수집: 센다 가코와 임종국
3. 월경越境하는 담론과 증식하는 목격담

9장 일본군 병사와 민족 남성의 분열과 공모
1. 되받아쓰기(writing back) 혹은 미완의 역습(back)
2. 제국 병사의 판타지와 '동지적 관계'의 기원
3. '탈식민주의-가부장제'의 '위안부' 복권 방식

10장 조선인 '위안부' 수기 번역본들의 파노라마
1. 의심스러운 텍스트 『여자의 병기』
2. 탈식민주의적 번역과 피해자상 만들기
3. 덧쓰인 텍스트에서 찾은 '위안부'의 목소리

제4부 '위안부' 서사의 탈국경화와 기대지평의 변화

11장 미귀환 '위안부'와 텍스트의 포획
1. 민족국가 바깥에서 등장한 조선인 '위안부'들
2. '남성-목격자(testis)' 담론에 포획되는 '생존자(superstes)' 서사
3. 조선인 '위안부'로 동일화되지 않는 삶과 귀향의 거부/실패

12장 '침묵'의 이중성과 공개 증언자 서사의 이면
1. 김학순의 등장과 공개 증언의 시대
2. '위안부' 운동의 초국적 전개와 '텍스트화된 목소리'
3. 두 겹의 침묵과 '잊어주는 선의'의 딜레마
4. '아웃팅'과 '커밍아웃' 사이, '김복자'와 '김복동' 사이
5. 증언을 초과하는 피해자의 서사

13장 윤리적 강박을 넘어 '증언 소설'의 가능성 탐문
1. 증언에 대한 인식 변화
2. 윤리적 강박과 문학적 상상력의 위축
3. 유동하는 '위안부' 서사, 물화되는 피해자 증언
4. '듣는 이'에서 '말하는 이'로의 전이
5. 새겨지는 증언과 흐르는 증언

제5부 나가며: 전환기 '위안부' 서사의 향방

14장 '세계적 의제'로의 전환: '위안부'는 영어로 말할 수 있는가
1. 일본군 '위안부' 담론의 새로운 '주전장'
2. '위안부' 문제 지형의 단순화와 '보편'으로서 미국
3. '보편성'의 함정과 서발턴의 전략
4. 가해자를 사면하는 '보편 윤리'를 넘어

15장 '포스트 메모리' 시대로의 전환: 새로운 증언의 청취는 가능한가
1. '전장戰場의 언어'로서 증언
2. '갈라진 혀'의 노래
3. 왜곡된 혼종성과 제국의 문법으로(부터) 귀속/이탈
4. 웅성이는 문서고를 향해

저자 소개 1

201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되어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일본군 ‘위안부’ 서사 연구」(2023)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부터 문학 평론을 시작하여, 문학 연구와 비평을 병행하고 있다. 평론집 『소셜 클럽』을 썼고, 『위안부', 더 많은 논쟁을 할 책임』(공저), 『소수자와 내러티브』(공저), 『난민, 난민화되는 삶』(공저) 등에 참여했다. 국가 폭력의 문제나 국가 경계에 놓인 여성의 삶에 관심을 두고 공부해왔다. 관련한 논문으로는 「여성탈북기의 '미국화' 장치들」, 「모독하지 않는 서사란 무엇인가: 5·18 담론 지형
201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되어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일본군 ‘위안부’ 서사 연구」(2023)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부터 문학 평론을 시작하여, 문학 연구와 비평을 병행하고 있다. 평론집 『소셜 클럽』을 썼고, 『위안부', 더 많은 논쟁을 할 책임』(공저), 『소수자와 내러티브』(공저), 『난민, 난민화되는 삶』(공저) 등에 참여했다. 국가 폭력의 문제나 국가 경계에 놓인 여성의 삶에 관심을 두고 공부해왔다. 관련한 논문으로는 「여성탈북기의 '미국화' 장치들」, 「모독하지 않는 서사란 무엇인가: 5·18 담론 지형과 『소년이 온다』의 시민군 재현 연구」, 「'매음굴 소년들'은 어떻게 '남성-국민'이 되는가: 1950년대 소설의 '펨푸보이(pimp boy)' 재연 연구」 등이 있다. 최근에는 세계사적 지평에서 한국문학에 나타난 '전쟁-여성-서사'의 계보학을 작성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의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국문학과에서 현대소설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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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76쪽 | 152*224*25mm
ISBN13
9788976967879

출판사 리뷰

먼저 물어야 할 질문,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위안소란 무엇인가' VS '위안부란 누구인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로 누적되어 형성된 일본군 '위안부' 담론의 지층을 살펴보는 이 책은 본론에 앞서 중요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바로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이다. 이는 담론 지형을 고찰하기 위한 질문으로서, 다음 두 가지로 대별된다.

'위안소란 무엇인가' VS '위안부란 누구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이 책의 핵심 개념어인 '위안소'와 '위안부'에 대한 용어 규정을 넘어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제국 범죄의 추궁' VS '제국에 대한 면책'으로 나뉠 수 있다는 점이 내포되어 있다.

역사 왜곡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역사수정주의자들이 공통적으로 역점을 둔 지점은 '위안부=매춘부'라는 표상 만들기였다. 이는 '위안부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 위안소를 재규정하는 언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역사수정주의자들의 담론적 거점으로 삼는 것이다. 역사수정주의자들이 '장교보다 돈을 많이 번 위안부'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고자 한 까닭은 '위안부'에 대한 언표가 위안소의 성격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하면 위안소는 매춘 시설로 인식되고, '위안부'를 전시 성폭력의 피해자라고 하면 위안소는 성범죄 시설로 인식된다. 저자는 "어떻게 묻느냐는 '위안부' 담론 구조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한다"라고 말한다.

'위안부'에 대한 기억과 침묵, 그리고 공개 증언
일본군 '위안부' 서사를 이루는 지층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1991년 이날의 공개 증언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당당히 공론장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그런데 이 공식 증언을 '위안부' 담론의 시작점이라고 간주할 경우, 자칫 증언 이전의 시간은 '침묵의 시기'로 이해될 수 있으며, '위안부'에 대한 공동체의 기억도 전혀 없었던 것처럼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1991년의 이전에도 '위안부' 피해 사실을 밝힌 이들이 있었으며, '위안부'에 관한 다양한 형태의 텍스트가 존재했다. 해방 직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공동체의 기억은 전장터에서 돌아온 이들에 의한 소문과 목격담이 중심을 이루었고, 신문 기사, 전쟁회고록, 참전 병사의 수기 등에서 '위안부'는 전쟁과 군국주의를 향수하게 하는 소재로, 혹은 그 시절을 '위안'하는 존재로 재현되었다. 남성 중심의 서사로 전개되는 가운데 전쟁기록물의 출판 상황과 맞물려 전시 성폭력은 남성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서사로 왜곡되어 소비되었다. 그뿐 아니라 피해자가 일인칭 시점으로 쓴 '위안부' 수기라면서 대중여성잡지에 실린 글은 실상 편집자가 가필·삭제·윤색·편집한 글이었다. 1970~80년대에 '위안부' 피해자가 공론장에 나타나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기도 했으나, 공론장은 그녀들의 증언을 기존의 남성적·민족주의적 서사에 포획하여 전형화하거나, 선정적으로 소비하여 '위안부' 피해를 전시 성범죄로 다루지 못했다.

한편 임종국과 재일학자 김일면은 공식 증언자도 문서도 없던 시절 군인·군속들의 회고에서 발견되는 '위안부'의 모습을 수집하여 그 존재를 증명하고자 했다. 그들에 의해 재현된 '위안부'는 제국에 의해 훼손된 민족과 등가적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위안부'의 참상, 곧 '훼손된 육체'를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제국에 대한 적개심도 비례하여 커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미 순결 이데올로기가 전제되어 있고, 따라서 정작 '위안부' 피해자는 '훼손된 존재'로서 사회에 드러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인식은 근본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사고 안에서 가능한 것이고, '민족-제국'의 남성이 공유하는 기반 위에서 '위안부'는 다시 '위안하는 존재'로 타자화되었다.

1991년의 공식 증언 이후 1990년대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은 그간 목격자(testis)들이 구성한 담론의 지층을 생존자(superstes)의 목소리로 전환했다는 의의가 있다. 또한 '위안부' 문제가 전쟁범죄이자 여성 인권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전환기를 맞는다.

증언 문학의 가능성
고착화된 증언이 아닌 살아있는 기억으로

저자는 '위안부' 담론의 변화와 그 본질을 살펴보기 위해 해방 직후부터 1970~80년대의 '위안부' 서사물을 폭넓게 분석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등장 이후 생산된 수기, 증언, 인터뷰 기사 및 조갑상·김원일·임철우·김숨 등의 소설도 적극적으로 다룬다.

특히 김숨의 일련의 증언 소설 중 『한 명』과 그 영역본인 One Left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또 다른 소설인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를 살펴보면서 증언 문학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저자는 김숨이 소설 『한 명』에 각주를 통해 증언자 하나하나를 불러들여 위안소 생활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문학적 의의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각주에 근거하여 소설의 진실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데는 비판한다. 다양한 실제 증언이 하나의 서사로 통합되면서 증언은 증언자가 원래 의도한 맥락과 다르게 분절되고 절취되며, 소설화되는 과정에서 증언은 변형될 수밖에 없는데 굳이 각주를 붙임으로써 증언을 성화(聖化)하는 결과를 빚어낸다는 것이다. 증언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자 하는 강박적인 태도는 증언에 대한 끊임없는 재해석을 가로막는 증언의 '물화(物化)'를 낳는다고 우려한다. '살아있는' 피해자는 자신의 삶과 경험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계속해서 재구성하므로 증언은 매번 달리 진술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증언이 원본 그대로 반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그 의도와는 별개로 증언 속에서 증언자마저 소외시킨다고 역설한다.

반면 김복동의 목소리가 담긴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길원옥의 목소리가 담긴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는 '위안부' 당사자의 진술을 담은 것이자, 다른 국가폭력, 전시 성폭력 피해자에 관한 이야기로서 의미를 획득한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김숨의 이 두 소설이 증언자와 서술자의 대화를 통해 증언 소설을 시도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대화를 서사의 구성 원리로 삼음으로써 증언을 '듣는 사람'은 곧 증언을 '말하는 사람'이 된다면서 '포스트 메모리 시대'의 증언 소설로서 의의를 평가한다.

문서고 속 웅성이는 기억
'포스트 메모리' 시대의 증언 청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은 국민국가의 공식 언어로 균질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위안소라는 전시 성폭력 시스템은 '전선(front line)'을 따라 확대되었는데, 전선은 기존의 공권력이 구획한 것과는 다른 영역을 만들어 냈고, 특히 언어적 차원에서는 다민족·다국적 주체에 의한 혼합적·혼종적 어문역(語文域)을 형성했다. 진상 규명이 우선적 과제였던 증언 연구 초기에는 피해자 증언에 내재한 이질적이고 혼종적 언어가 상당 부분 소거되었으나, 2000년대 이후 피해자의 구술 언어를 반영하려는 시도에 따라 증언의 혼종성이 텍스트에 기입되었다. 저자는 증언자가 발화하는 이질적인 언어와 증언자가 스스로 해석하는 의미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폭력적인 언어 조건과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행위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특히 『증언집』 1권과 4권의 영역·일역본을 대조하고 비교하면서 증언자의 혼종적 언어가 새로운 문법 체계 속에 귀속되거나 혹은 그것으로부터 이탈하는 양상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저자는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 이제 '포스트 메모리' 시대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본다. 새로운 증언이 생산될 수 없다고 해서 증언의 새로운 의미마저 발견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하면서, '위안부' 증언 역시 증언집의 형태로 다듬어지지 않은 피해자의 생애 구술 기록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증언을 재청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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