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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여름방학
방학이면 으레 놀러 갔던 할머니 집. 할머니는 매일매일 나와 꽃밭을 정성껏 돌봐 주었습니다. 할머니 꽃밭을 보고 있으면 겹치고 겹친 꽃들이 마치 풍경화처럼 보였어요.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진 다음에는 풀냄새가 더 싱그러웠고, 수국처럼 모여서 피는 작은 꽃들은 유난히 탐스러웠습니다. 하루는 할머니가 해 준 부침개가 너무 맛있어서 이름을 물었더니 부추전이라고 하셨어요. 부추를 모른다고 하자 바람에 흔들리는 잎들을 가리키셨지요. 그때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춤추는 것들이 아름답다는 걸 처음 깨달았습니다. 이렇듯 이 책에는 어릴 적 작가가 할머니 집 꽃밭을 통해 처음 마주하고 깨달은 세상이 가득합니다. 할머니의 사랑이 가득한 아름다운 서른한 개 꽃밭도, 잊지 못할 추억도. 할머니들은 박애주의자 우리에게 ‘할머니’는 어떤 존재일까요? 대체로 인자한 미소와 포근한 향기로 다가와 손이 주름지고 허리가 굽어 쇠잔해질 때까지 우리를 마냥 보듬어 주시는 존재 아닐까요. 엄마와 아빠를 낳고 키운 경험자로서 자식에게 주었던 사랑은 물론, 자식에게 주지 못한 사랑까지 자식의 자식에게 주는 존재, 할머니. 그래서일까? 할머니의 손주 사랑은 항상 넉넉하고 따뜻합니다. 할머니는 양육의 노하우를 넘어 살아낸 세월만큼 삶의 지혜도 가득합니다. 꽃밭은 애써 가꾼 만큼 향기로워진다는 걸, 음식할 때 가장 필요한 양념은 사랑이란 걸 너무너무 잘 알지요. 무엇보다 살아오면서 받은 모든 사랑을 세상에 다시 뿌려야 하는 세상 이치까지 할머니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모든 할머니가 뿌려준 사랑만큼 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우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꽃밭을 가꾸고 있다 아주 우연히 전시장에서 본 원화는 스케치 없이 마카펜으로 그려 자유분방했고 컬러감이 돋보였습니다. 그림책 편집자로서 작가의 작품 의도에 공감했고, 작가의 마음과 할머니의 사랑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1년여 시간 동안 이 꽃밭을 정성껏 가꾸었습니다. 작가는 여러 꽃밭들을 다시 그렸고, 디자이너는 판형과 프레임을 끊임없이 조율했고 저는 원고와 구성에 매달렸습니다. 글을 매만질 때는 어릴 적 작가의 마음을 좇았고, 심상의 확장을 위해 영어를 병기했습니다. 모두가 정성껏 가꾼 이 아름다운 꽃밭으로 놀러 오세요. 끝으로 여러분의 꽃밭에도 싱그럽고 향긋한 꽃들이 만발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