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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2007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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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그 일을 좋아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삶을 지어내고 그들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 점을 염려한 엄마가 늘 주의를 주던 게 기억난다.
“그만해, 거짓말.” 엄마가 ‘이야기’라고 하지 않고 ‘거짓말’이라고 한 것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p.12~13 나는 열일곱 살이다. 나는 알지 못했다. 두 번 다시 열일곱 살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젊음이란 영원하지 않은 한순간이며 금세 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젊음이 다 지난 뒤에야 너무 늦게, 그 시간이 그대로 날아가버린 뒤에야, 젊음을 잃어버린 뒤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이 사실을 먼저 깨달은 몇몇 이들이 이야기해줘도, 어른들이 끊임없이 일러줘도 나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p.18 그래서 이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어째서 나야? 근시 안경, 허름한 스웨터, 괜히 한 대 치고 싶게 생긴 학생, 지나치게 좋은 성적, 여자아이 같은 몸짓. 나의 이런 모습들이 떠올라 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대답했다. “네가 남들과 전혀 달라서. 너는 모르고 있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너뿐이야.” 그리고 내가 절대로 잊지 못할 말을 덧붙였다. “왜냐하면 너는 떠날 거고, 우리는 남을 테니까.” ---p.44 말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증명할 수 있지? 어느 날 그 관계가 끝나면, 왜냐하면 언젠가 끝날 테니까, 아무도 그런 것이 존재했다고 증언할 수 없을 것이다. 그중 한 사람(그)이 원하기만 하면 그것을 아예 부정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냐고 격분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나)이 내세울 것이라고는 자신의 말뿐일 것이고, 그리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 발언은 평생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말한 적이 없다. 오늘을 제외하면. 이 책에서 처음으로 말했다. ---p.113~114 나는 그것이 그저 정에 불과하다고 설명하면서, 그에게 ‘마음이 갔을’ 뿐이라는 식으로 아무 의미나 다 포함할 수 있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럴듯한 말로 나 자신을 속이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진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은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확한 단어를 쓰는 것이 가장 낫다. ---p.125~126 정정한다. 방금 거짓말을 했다. 독자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했다. 이별을 받아들이기까지,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당연히 오랜 시간,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오랫동안 어떤 신호가 오기를 기대했다. 후회, 죄책감에 기대를 걸었다. 또, 다시 만나는 기회를 마련해보려고도 했다. 보내지 않은 편지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욕망이라는 것은 입김을 분다고 꺼지는 성냥불 같은 것이 아니다. 끝까지 타들어가며 소진될 뿐이다. ---p.158 그리고 “아니.”라고 대답했다. “만약 내게 선택의 여지가 있었더라면 후회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p.196 그가 웃으며 말했다. “또 거짓말을 하네요. 안 그래요?” 나도 그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허락해줄 건가? 이 이야기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허락할 거야?” “제가 금지할 일은 아니죠.” ---p.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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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첫사랑과
32년이 지나 도착한 작별 인사 1984년, 열일곱 살의 ‘나’는 교장의 아들이자 장래를 촉망받는 우등생이고, 토마는 졸업 뒤 아버지의 농장을 물려받아 고향에 남아야 하는 과묵한 소년이다.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리지만, 그들의 사랑은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이다. 남들 앞에서는 모르는 사이인 척하고, 날짜와 시간만 적은 쪽지를 사물함에 넣어 만남을 약속하고, 다른 누구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만 서로를 사랑한다. 졸업 시험 이후 여름이 끝날 무렵 토마는 인사도 없이 스페인으로 떠나고, ‘나’ 역시 보르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작품은 1984년의 첫사랑, 2007년의 뜻밖의 만남, 2016년에 전해진 인사를 오가며 한 사람의 생애에 남은 사랑의 흔적을 복원한다. 화자가 기억하는 토마의 사소한 몸짓, 냄새, 옷차림과 함께 보았던 풍경은 지나간 청춘을 생생히 되살리는 동시에 기억이 어떻게 사실을 선택하고 변형하는지를 보여준다.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럴듯함이고, 정확성보다는 적절함”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본인의 기억과 소설의 허구성, 진실과 거짓말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든다. 『그만해 거짓말』은 끝나버린 첫사랑의 회고담을 넘어, 열일곱 살의 한순간이 이후의 사랑과 이별,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성장과 기억의 소설인 셈이다. 비밀은 사랑을 지켜주지만 사랑은 비밀로 남을 수 없다 베송은 당시의 관계를 두고 “비밀은 이 사랑을 꽃피울 수 있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그 사랑을 죽였다”고 말한다. 남들의 시선을 피해 사랑하는 일은 짜릿한 일탈이자 둘만의 세계를 지켜주는 방패지만, 언제까지나 그늘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자신의 성적 지향을 비교적 일찍 받아들인 편이다. 반면 토마의 어머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고, 그는 강인한 남성으로 살아야 한다는 요구와 장남이자 외아들로서 가족과 농장을 책임져야 한다는 기대에 둘러싸여 있다. 그에게 사랑은 욕망인 동시에 수치심이며,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는 위험한 일탈이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성격의 차이를 넘어 교육, 계급, 종교와 가족, 떠날 수 있는 사람과 남아야 하는 사람의 간극으로 확장된다. 토마가 후에 직접 썼듯이 그는 ‘평생 말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은 말 대신 서로의 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 내 감각적인 육체 묘사는 사랑을 말할 언어가 없었던 두 소년의 침묵을 대신한다. 베송은 토마의 선택을 비겁함이라는 말로 단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본성과 화해하지 못한 사람을 ‘너무 넓고 빽빽한 숲에서 길을 잃은 사람’에 비유하며, 한 시대와 공동체가 개인에게 강요한 침묵의 무게를 헤아린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택한 비밀이 결국 사랑의 존재마저 지우고, 한 사람이 평생 자기 자신을 부정하게 만드는 과정을 오직 당사자만이 관찰할 수 있는 시선으로 따라간다. 부재하는 사람을 되살리는 증언, 소설이라는 액자에 담은 첫사랑의 얼굴 『그만해 거짓말』에서 글쓰기는 지나간 사랑을 기억나는 대로 미화하는 일이 아니라, 세상에 자신을 그대로 내보이지도 못한 채 사라진 한 사람의 삶을 증명하는 행위다. 베송은 “책에는 부재하는 사람을 현존하게 하는 힘이 있다. 책은 사라짐을 바로잡고, 어떤 의미에서는 죽음을 폐기한다”고 말한다. 숨겨야만 했던 사랑은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았으므로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작가는 닥쳐오는 소멸에 맞서 토마의 몸짓, 목소리, 당시의 노래와 영화, 지방 도시의 풍경을 문장 속에 되살린다. 뒤라스와 기베르, 트뤼포의 작품과 당대의 노래들이 소설 곳곳에 흐르는 가운데, 개인의 사랑은 한 시대의 사회적·문화적 공기와 포개지고 한 소년의 비밀은 오랫동안 말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의 기억으로 넓어진다. 1984년부터 2016년까지, 33년이라는 시간을 가로지르는 절제된 서술을 통해, 『그만해 거짓말』은 한 작가가 평생 써왔던 이야기의 실체를 비로소 고백하는 문학적 증언으로 드러난다. 2017년 메종 드 라 프레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고, 그때마다 토마는 새로운 독자와 관객 앞에 다시 나타났다. 살아 있고, 생동하며, 사랑에 빠진 소년의 모습으로. 작가가 지어낸 허구가 아닌, 그의 삶이 직접 쓴 이 이야기에는 거짓말이 없다. 그리고 누군가 기억하고 기록하는 한, 한 사람의 삶과 사랑은 결코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30여 년 전, 필리프 베송은 첫사랑을 앓았다. 우리는 그가 사랑했던 소년을 오직 이 책으로만 만나볼 수 있다. · 시리즈 소개 삶에는 주목받는 A사이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볕이 닿지 않는 어두운 나날, 실패와 망설임, 끝내 말하지 못했던 마음은 언제나 뒤편에 남는다. B사이드 아카이브는 그 뒤편에 남겨진 목소리를 수록한 시리즈다. LP와 테이프의 B면에 보다 진실하고 실험적인 트랙이 실리듯, 이 시리즈는 청년들의 서툰 선택과 불안, 아직 완성되지 않아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시간을 기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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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저미고 당혹스럽게 하는 이 책은 아마 그의 최고작이며, 그의 작품 세계를 낳은 모태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결핍, 부재, 이루어지지 못한 충동, 불행한 사랑이라는 주요 주제들이 모두 들어 있다. 삶의 예측 불가능성, 삶의 진로를 바꾸는 뜻밖의 사건들 또한 그렇다.
베송은 간결하게 정제한 문체뿐 아니라 주제와 이름을 거듭 변주한다는 점에서도 점점 더 뒤라스의 계보를 분명히 한다. 사후에 이 소설을 헌정받은 토마 앙드리외라는 이름은 파트리스 셰로가 영화화한 베송의 두 번째 소설 《그의 동생》에도 이미 등장했다.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설명되지 않은 느낌을 남기는 필리프 베송의 역설 또한 그 작품에 이미 나타나 있었다. - 로브스(L’O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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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필리프 베송은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다. 그는 감동적인 이야기 속에서 한 남자이자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운 이 사건을 들려준다. 필리프 베송은 언제나 허구에 대한 애착을 내세워왔다. 이야기를 지어내고 현실을 꾸미는 일은 직업이 되기 전부터 제2의 천성이었다. 어머니는 이 타고난 이야기꾼에게 “거짓말은 그만하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진정한 소설가였다.
그래서 이 책은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자전적인 ‘사건’을 이야기하기 때문이자, 2000년대 이후 작가가 발표한 열다섯 편가량의 소설을 새롭게 비추며 작품 세계의 원천과 깊은 일관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브라보, 거장 베송. 계속 우리에게 진실을 들려주길 바란다. 당신은 프랑스판 〈브로크백 마운틴〉을 썼다. - 리베라시옹(Liber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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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지만 짧았던 이 관계에 관해 작가는 이 책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토마의 기억은 늘 부재와 상실, 마약처럼 상대를 갈구하는 결핍에 사로잡힌 소설들 속에 숨어 있었다. 필리프 베송은 바로 그 찢김, 한 번도 채워지지 않은 공백에서 작가가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토마가 한 가슴 아프고 예언적인 문장에서도 작가가 태어났을 것이다. “너는 떠날 거고, 우리는 남을 테니까.”
그는 실제로 떠났다. 바르브지외를 떠나 여행했고 작가가 되었다. 그러면서 토마는 어떻게 되었을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직 자신을 생각할까 하는 질문을 말없이 계속 품었다. 이번에는 필리프 베송이 아무것도 지어내지 않았다. ‘실제 삶’이 답을 내놓고 이 이야기의 고통스러운 에필로그를 써주었다. 그 에필로그는 작가의 언어를 기다려 형태를 얻었을 뿐이다. - 라크루아(La Croi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