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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느끼고 표현하다 딱한 단어의 착한 여정 ‘낭만’의 느낌적 느낌, 그리고 ‘낭만틱’한 서사 한자어, 그 애증의 역사 지금과 점심, 그리고 내일 수리수리마수리의 열반 가가 그 가가? 짱껨뽀, 우리 말에 왜 왔니? ‘오라이’와 ‘빠꾸’의 갈림길 훼미리 쥬스여 텔미썸딩하라 외거어 - 외래어가 된 한국어 | 데이백 핼류 화이팅! 2부 더불어 살아가다 건달의 전성시대 아수라 백작의 추억과 아바타의 부활 바톨과 무수리 장사치와 벼슬아치, 그리고 납해치 오랑캐와 환향녀의 설움 ‘꾼’과 ‘끼’의 내숭 바울의 法國 巴黎 五輪 勝戰報, 요지경 속 고유명사 코리아, 자신의 이름을 수입하다 빨치산, 빨갛게 산을 다스리는 이들? 외거어 - 외래어가 된 한국어 | 국경을 넘는 오빠와 언니 3부 먹고 마시다 빵의 공간 여행과 시간 여행 김치와 장아찌의 고향 배추와 시금치의 비밀 수라, 임금님의 파인 다이닝? 숭늉과 과메기. 꼭 그렇게 갖다 붙여야 속이 후련하냐? 소젖의 변신 설렁탕, 그리고 업진살 아랑에서 쐬주까지 도라지 유사길과 삐루의 추억 비지깨와 칼바싸 짜장과 우동, 그리고 라면과 짬뽕의 짬뽕말 외거어 - 외래어가 된 한국어 | 교푸사루와 치맥, 포용과 조화 그 잡채 4부 입고 꾸미다 철릭부터 우주복까지, ‘원피스’의 역사 한자,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근대의 어숨찐 4인방 ‘빠마’는 영원한가? 빤쓰와 난닝구의 빤쓰런 붕대에서 대일밴드까지 염병하는 외래어 ‘야매어’의 ‘에프엠적’이지 않은 말맛 외거어 - 외래어가 된 한국어 | 한복(韓服) 사랑과 한푸(韩服) 증오의 간극 5부 날로 써서 편안해지다 설마가 상투 잡는다 정글의 치타와 사인 곡선 깡통과 깡패의 따로 또 같이 대패로 깎아내고 조리로 걸러내도 남는 말 빠따로 치고 머리로 받는다 대파 알우?, 현대 하이테크 용어의 변신 요오드와 게르마늄, 교과서 속의 세계 대전 삐라에서 찌라시까지 외거어 - 외래어가 된 한국어 | 명품 한글, 세계인으로 하여금 날로 씀에 편한케 하라? 에필로그 |
한성우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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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을 넘어, 외국의 말이 우리말이 되는 전 과정을 읽다
순수한 말은 없어도, 살아 있는 우리말은 있다 우리는 흔히 ‘순우리말’만이 가장 가치 있고, 외래어나 한자어는 오염된 언어라 여기며 순혈주의적 환상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러나 현장을 발로 뛰며 방언을 채집하고, 대중의 일상과 문학 속에서 언어의 생명력을 포착해 온 저자 한성우에게 한국어는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수많은 언어가 만나 섞이고 진화한 거대한 생태계다. 이 책은 그가 언어학자로서 쌓아 온 오랜 현장 연구와 깊은 통찰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출발한다. 한국어는 고립된 언어가 아니라, 인접 국가 및 세계사적 사건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다. 한성우 교수는 ‘순수 고유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만주어, 산스크리트어, 몽골어, 한자어, 일본어, 그리고 영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가 한국어의 어휘와 문법 체계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50편의 이야기로 추적한다. 『어쩌다 한국어』는 바로 이 ‘말의 이력서’를 추적하는 책이다. 국어학자 한성우는 일상의 익숙한 말에서 출발해 그 말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길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지를 유쾌하고 집요하게 파고든다. 말이 섞이고 변하는 과정을 우리말의 역사로 바라보자는 것이 이 책의 중심 생각이다. 이 책에서 한성우 교수가 보여 주는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빵’부터 ‘담배’까지, 우리가 쓰는 말은 처음부터 순수하지 않았다 먼저, 역사적 수용성. 매일 쓰면서도 외래어라고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 말이 많다. 『어쩌다 한국어』에서 저자가 어원을 숨긴 찐 외래어, 줄여서 ‘어숨찐 4인방’이라고 부르는 고무, 구두, 냄비, 담배가 대표적이다. ‘고무’는 프랑스어나 네덜란드어에서 일본을 거쳐 들어온 말로 추정된다. ‘냄비’는 일본어 ‘나베’와 관련된 말로 보며, ‘담배’는 포르투갈어나 스페인어의 ‘타바코(tabaco)’가 일본을 거쳐 들어와 변한 말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고무줄 잣대’, ‘냄비근성’, ‘줄담배’라고 말한다. 이 말들은 한국인의 생활뿐 아니라 한국어의 관용적인 표현 속에도 깊이 자리 잡았다. ‘빵’의 여정은 더욱 흥미롭다. 포르투갈어 ‘팡(pão)’이 일본에서 ‘판’으로 불리다가 한국에 들어와 ‘빵’이 되었다. 하지만 빵은 외국에서 건너온 이름을 그대로 간직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한국어 안에서 ‘찐빵’, ‘술빵’, ‘호빵’, ‘건빵’이 만들어졌고, 오늘날에는 ‘빵순이’와 ‘빵지순례’ 같은 말까지 낳았다. 다른 언어에서 들어온 단어가 한국어의 재료가 되어 새로운 말들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말의 출신지가 외국이라고 해서 그 말이 언제까지나 한국어 바깥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쓰이고 다른 말과 자유롭게 결합하기 시작하면, 외래어도 어느새 우리말의 일부가 된다. 『어쩌다 한국어』는 바로 이 변화에 주목한다. 어떤 말이 순수한지 가려내기보다, 낯선 말이 어떻게 우리 입에 오르고 생활 속에 뿌리내려 오늘의 한국어가 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한자어는 우리말이 아니라고? 출신은 달라도 모두 우리말-‘지금’과 ‘점심’과 ‘내일’ 둘째, 언어의 자생력. 외래어는 단순히 ‘침략자의 언어’로 머물지 않고, 한국어의 ‘하다’나 접미사 체계와 결합하여 고유한 의미와 뉘앙스를 지닌 우리말로 재탄생한다. ‘한글’과 ‘한국어’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고유어’와 ‘우리말’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어쩌다 한국어』는 이 익숙한 구분에 질문을 던진다. ‘지금’, ‘방금’, ‘금방’, ‘점심’은 모두 한자어다. 그런데 우리가 이 말들을 외국어처럼 느끼는가? 그렇지 않다. 이미 우리말 속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자어가 고유어를 무조건 밀어낸 것이 아니라 우리말이 필요로 하는 빈자리를 채우며 함께 살아온 역사를 살핀다. 특히 ‘내일’은 흥미롭다. 한자로는 ‘來日’이라 쓰지만 옛 문헌과 방언을 살펴보면 고유어였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낼, 니알, 니얼, 냘, 녈’ 같은 방언형은 오히려 이 말이 한자어와 멀어진 흔적처럼 보인다. 결국 ‘내일’이 고유어인지 한자어인지는 확실히 결론 내리기 어렵지만,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그보다 고유어와 한자어를 굳이 적대적인 관계로 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지끔은 바쁘니 냘 겸심 때 와.” 방언 속에서 ‘지금’과 ‘내일’과 ‘점심’은 고유어인지 한자어인지의 경계를 이미 훌쩍 넘어 있다. 그저 우리가 쓰는 우리말이다. 수리수리마수리에서 오빠와 언니까지 말은 국경을 넘어가면서 다시 태어난다 셋째, 외거어(外去語)의 시대. 과거에는 일방적으로 외래어를 수용하던 입장이었으나, 현재는 한류와 K-컬처의 영향으로 '대박', '오빠', '화이팅' 등의 한국어가 세계인의 외래어가 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어쩌다 한국어』의 흥미로운 대목 가운데 하나는 우리말이 다른 언어의 영향을 받는 과정뿐 아니라 우리말이 다른 나라로 건너가는 과정까지 살핀다는 점이다. ‘수리수리마수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익숙한 우리 주문처럼 들리지만 그 뿌리는 산스크리트어다. 불교 경전의 진언이 한자로 음역되고, 그것을 다시 우리의 한자음으로 읽는 과정에서 오늘날의 ‘수리수리마수리’가 되었다. ‘부처’, ‘석가모니’, ‘비구’, ‘비구니’, ‘염라대왕’, ‘열반’도 먼 길을 거쳐 우리말에 자리 잡은 말들이다. 반대로 이제는 우리말이 세계로 나간다. 한류와 함께 ‘오빠’와 ‘언니’가 국경을 넘었다. 영어권에서는 ‘oppa’, ‘unnie’, 중국에서는 ‘오우바(欧巴)’, ‘오우니(欧尼)’와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말의 발음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그것은 외래어가 다른 언어에 들어갈 때 거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화이팅’ 역시 흥미롭다. 영어 ‘fighting’에서 출발했지만 영어권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한국식 표현이 되었고, 이제는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발음에 가까운 ‘Hwaiting’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한때 ‘엉터리 영어’라며 부끄러워했던 말이 오히려 한국어에서 만들어진 외래어가 되어 다시 세계로 나가는 셈이다. 버려야 할 말과 살아남을 말을 누가 결정하는가 외래어가 밖에서 들어온 말이라면 외거어는 우리말이 밖으로 나가 다른 언어의 외래어가 된 것 언어의 표준과 규범은 학자나 기관이 아닌, 실제로 그 말을 사용하는 주권자인 대중의 합의와 필요에 의해 결정된다. 외래어를 둘러싼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빤쓰’와 ‘난닝구’는 일본을 통해 들어와 우리말 속에서 변형된 말이다. ‘팬티’와 ‘러닝셔츠’는 원어에 더 가까운 형태다. 그렇다면 앞의 말은 나쁜 말이고 뒤의 말은 좋은 말일까? 저자는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지 않는다. 모두 외래어이고, 차이는 어떤 경로로 들어와 어떤 시대를 살아왔는가에 있을 뿐이다. 공장과 건설 현장에서 쓰이던 ‘데파’와 ‘아루’도 마찬가지다. 각각 영어 ‘taper’와 ‘radius’에서 일본어를 거쳐 들어온 말이지만,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구체적인 작업을 가리키는 살아 있는 용어로 기능했다. 이를 모두 ‘일본어의 잔재’로 치부하기 전에 왜 그 말이 살아남았는지, 무엇이 그 말을 필요로 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언어는 누군가의 명령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이 편리하게 쓰고, 잘 통하고, 필요로 하는 말이 살아남는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우리말을 하나의 ‘정글’에 비유한다. 고유어와 한자어, 일본을 거쳐 들어온 말, 서양에서 들어온 말 등이 뒤섞여 우리말의 숲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 역시 라틴어와 프랑스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에서 들어온 단어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언어의 정글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언어가 더 순수한가가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말이 충분히 살아 있는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외래어는 침략자라기보다 때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오는 손님에 가깝다. ‘착하다’처럼 다른 언어에서 들어와 우리말의 일부가 된 말도 있고, ‘오빠’와 ‘언니’처럼 우리말에서 밖으로 나가 다른 언어의 일부가 되는 말도 있다. 저자가 말하는 ‘외거어’는 바로 이 흐름을 가리킨다. 외래어가 밖에서 들어온 말이라면 외거어는 우리말이 밖으로 나가 다른 언어의 외래어가 된 것이다. “먹고 마시고 입고 꾸미고, 느끼고 표현하는 사이에 한국어가 있다” 수많은 언어와 부딪히며 오늘날의 한국어가 된 말들 『어쩌다 한국어』는 언어의 역사를 거창한 문헌 속에 가두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입는 옷, 사람을 부르는 호칭, 스포츠에서 사용하는 말, 미용실과 공장에서 쓰는 말, 심지어 ‘삐라’와 ‘찌라시’ 같은 말까지 끌어와 그 속에 숨어 있는 언어의 역사를 들춰낸다. 책은 1부 ‘느끼고 표현하다’, 2부 ‘더불어 살아가다’, 3부 ‘먹고 마시다’, 4부 ‘입고 꾸미다’, 5부 ‘날로 써서 편안해지다’로 이어진다. 각 부에는 ‘딱한 단어의 착한 여정’, ‘한자어, 그 애증의 역사’, ‘수리수리마수리의 열반’, ‘국경을 넘는 오빠와 언니’, ‘빵의 공간 여행과 시간 여행’, ‘짜장과 우동, 그리고 라면과 짬뽕의 짬뽕말’, ‘정글의 치타와 사인 곡선’, ‘깡통과 깡패의 따로 또 같이’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의 글들이 실려 있다. 책은 말로 느끼고 표현하는 순간에서 출발한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를 부르고 관계 맺는 방식, 먹고 마시는 밥상, 입고 꾸미는 몸, 생활과 노동을 편리하게 만든 도구와 기술의 언어로 차례차례 시선을 옮긴다. 그 여정에서 ‘착하다’와 ‘수리수리마수리’, ‘오빠’와 ‘언니’, ‘빵’과 ‘짜장’, ‘정글’과 ‘치타’, ‘깡통’과 ‘깡패’처럼 서로 무관해 보이던 말들이 만나 저마다의 이동 경로와 변천 과정을 드러낸다. 다섯 부의 구성은 결국 우리가 느끼고 관계 맺고 먹고 입고 일하는 모든 순간이 한국어의 역사와 맞닿아 있음을 전한다. 각 글은 하나의 단어에서 시작해 역사와 문화, 사람과 사회를 거쳐 다시 오늘의 말로 돌아온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평범했던 단어 하나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낯선 외래어와 신조어를 만났을 때 ‘맞는 말인가, 틀린 말인가’부터 묻는 대신, 어떤 필요를 채우기 위해 들어왔는지, 한국어 안에서 소리와 뜻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누가 어느 자리에서 사용하며 어떤 소통의 기능을 맡고 있는지를 살피게 한다. 이러한 관점은 ‘일본어의 잔재’, ‘잘못된 영어’, ‘요즘 말’처럼 출신이나 규범만으로 평가해 온 표현을 그 말이 살아남은 역사와 사용 맥락까지 포함해 이해하도록 돕는다.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 수많은 언어와 접촉하고, 필요한 말을 받아들이고, 발음과 뜻을 바꾸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고 쓰는 이 순간에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책을 덮으면 음식점의 메뉴판, 스포츠 중계, 가족 간의 대화, 일터의 전문어와 온라인의 신조어가 이전과 다르게 들리는 이유다. 우리가 매일 쓰는 말이 곧 한국어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