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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지상 낙원
개토피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격이 충분한 분들만 모셨습니다.” 구름 위 낙원, 개토피아에 처음 도착한 개들에게 문지기는 환대의 인사말을 건넵니다. 어두운 과거를 딛고 다정한 반려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던 양파도 개토피아에 도착하지요. 이곳에 모인 개들에게는 하나같이 상처받고 학대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혼자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개, 이름 대신 ‘어이’라고 불리던 개, 짖다가 목소리를 잃은 개……. 양파는 인간 곁에서 상처받은 개들을 차례로 만나며 자신의 과거와 새로운 반려 가족을 떠올립니다. 양파가 원한다면, 언제까지나 개토피아에 머물며 마음껏 뛰고, 먹고, 짖고, 땅을 팔 수 있습니다. 양파는 이제는 행복해 보이는 개들 곁에서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 상처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반려 가족을 떠올리게 되지요.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개들이 초대받는 곳 개토피아에 모인 개들은 모두 상처받고 학대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무엇도 부족하지 않고 온전히 평화로운 이곳은 모순되게도 상처받은 개들이 초대받는 곳입니다. 이 이야기는 독자를 한 걸음 더 깊은 곳으로 이끌어 줍니다. 개토피아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개들이라면 크든 작든 상처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 주는 세상의 거울 같은 곳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글을 쓴 김여진 작가는 거리에서 만난 떠돌이 개의 생애를 생각하며 개토피아라는 공간을 떠올렸습니다.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개들이 이곳에서만큼은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상상의 장소를 만든 것이지요. 길에서 두 마리 고양이를 구조한 후 길 위의 동물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이혜인 작가는 낯설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인 개토피아와 그곳에 당도한 양파의 모습을 친근하게 그려 내 독자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다가설 수 있도록 이끕니다. 낙하산을 메고 어딘가를 향해 착륙하는 양파의 행복한 얼굴에는 인간 곁의 개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인간의 오랜 친구이자 동반자, 세상의 모든 개를 위하여 낙원이 정말 있다면, 그곳은 어떤 곳일까요? 슬픔과 고통이 완전히 제거되고 원하는 모든 걸 이룰 수 있는 세상일까요? 그런데 그 완벽한 낙원에 사랑하는 존재가 없다면, 그곳을 낙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양파는 중요한 선택을 내리기 전 ‘우리들의 5대 자유’ 표지석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습니다. ‘동물의 5대 자유’에 기대어 만든 ‘우리들의 5대 자유’는 배고프지 않고 목마르지 않을 자유, 춥거나 덥지 않은 곳에서 지낼 자유, 아플 때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받을 자유, 달리고 뛰고 냄새 맡고 소리 내어 짖고 땅을 팔 자유,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상처받은 개들은 개토피아에서 이 다섯 가지 자유를 만끽하지요. 그런데 이 다섯 가지 자유를 가만히 바라보던 양파는 문득 깨닫습니다. 상처받은 과거와 달리, 새로운 반려 가족 곁에서 이 모든 것을 이미 누리고 있었다는 것을요.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잠들고, 아프면 병원에 가고, 무서울 것 없이 마음껏 뛰놀 수 있었던 건 자신을 사랑하는 한 사람 덕분이었다는 사실도요.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낙원과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살고 있는 미완의 세계. 그 사이에서 양파는 망설이지 않습니다. 씩씩하게 자신의 선택을 향해 나아가지요. 『개토피아: 행복한 개들의 세상』은 인간의 오랜 친구이자 동반자인 세상의 모든 개들을 위한 헌사이자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완벽한 조건이 아니라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유쾌하고 다정하게 보여 주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을 덮고 나면, 진정한 낙원은 저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이곳, 인간 곁의 동물들 사이에서도 그려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지난 상처와 슬픔이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아도, 서로의 존엄을 지켜 주며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개들의 천국, 개토피아가 아닐까요? 저자의 말 제주도를 비롯한 여러 섬에는 길거리를 떠도는 개들이 많아요. 반려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줄로만 알고 배를 타고 신나게 왔겠지만, 그길로 영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홀로 섬을 떠돌게 된 개들이지요. 하얀 승용차만 지나가면 하염없이 짖으며 쫓아가던 이름 모를 녀석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개들의 천국이 있을까요? 슬프지도 아프지도, 두렵지도 외롭지도 않은 곳. 충만함과 사랑과 따스함이 있는 곳. ‘개토피아’가 정말 있을까요? 온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세상 모든 개들에게 이 그림책을 바칩니다. - 김여진 『개토피아』를 그리는 계절은 유달리 구름이 아름답게 떠 있는 여름날이었어요. 구름을 볼 때마다 양파는 잘 있을지, ‘개토피아’에 남은 강아지들은 행복할지 생각하곤 했지요. 그리고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고통받는 다른 동물들까지도요. 우리가 있는 이 땅이 ‘유토피아’에 가까워지기를, 그래서 유토피아가 저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이 곳의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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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개에게 이 세상은 한순간도 행복이 아니었다. 평생 한자리에 묶여 있는 개, 한 번도 이름을 가져보지 못한 개, 이용만 당하다 이용 가치조차 사라지면 버림받는 개. 가혹한 현실 속에서 나는 모든 개가 행복한 세상을 상상하기를 포기해 버렸다. 그러나 작가는 내가 포기한 바로 그 상상에서 질문을 시작한다. 개들의 낙원은 무지개다리를 넘어야 닿는 천국일까, 인간이 없는 개들만의 세계일까? 마지막 장에 이르러 우리는 깨닫게 된다. 개들이 바라는 곳은 현실 바깥의 피난처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고 힘껏 안아 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바로 이곳임을. “슬픔은 희미해질 뿐 사라지지 않아.” 슬픔을 행복의 반대편에 두지 않는 작가의 다정하고도 용감한 상상을 믿는다. 슬픔을 품은 채로도 행복할 수 있는 세계. ‘개토피아’는 우리가 만들어야 할 바로 이곳의 다른 이름이다.
- 하재영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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