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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성문제란 무엇인가
일상적 파시즘 - 따로와 끼리 억압과 폭력의 남성 지배문화 단지 그대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지배문화의 위기 - 아버지 없는 사회 2. 남성은 누구인가 남성되기, 남성만들기 - 분리와 이행 남성이기, 남성으로 살기 - 억압과 폭력 남성지키기, 망가지기 - 남성 중심 성문화 3. 남성담론 - 남성문제, 남성학, 남성운동 남성성의 신화와 이데올로기 남성학의 등장과 남성문제 담론의 문제점 따로와 끼리에서 나눔과 섬김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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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은 지금까지 거대 담론에 따른 '남성성의 신화'에 가려져 스스로를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제 다른 이들의 노력으로 벗겨진 헐벗은 존재성에서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거듭 남성이 되고, 남성으로 살고자 기를 쓰고 만들고 지켜온 남성의 존재성을 더욱 억압하고 폭력으로 다스릴 수밖에 없는 빌미를 제공한다.
이제 남성들은 차츰 홀로 서기 시작한 여성들과 '관계의 위기'에서 흔들릴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드러난 '존재의 위기'까지 느끼게 된다. 지금, 여기의 '남성임'은 가건물처럼 부실돼 빗물이 새고 바람이 드는데, 그렇다고 그 동안의 억압 때문에 거세된 감성으로 그 아픔과 어려움을 드러내는 것조차 힘들다.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힘과 권력을 앞세워 위악을 떨자니 달라진 세상이 그걸 받아주지 않는다. 그나마 조심스레 고개를 드는 여성적 본성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에 있지만 이를 체험하고 드러내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성들은 관계와 존재의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려고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그 위기를 덧나게 하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지고 바뀌어도 이미 지나가버린 옛 질서의 폐허에 줏대 없이 기대어 남성 우월주의를 과장해서 흉내내는 것이 그렇다. 다른 한편 일상의 권력에서 여성들과 또는 자기 자신과 가학-피학적인 병리적 관계로까지 비뚤어져 억압과 폭력을 일삼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 pp.5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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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직장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 남성 10명 중 6명(64.2%)이 맨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맨 콤플렉스란 '남자다워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을 말한다. 유달리 강한 우리 사회의 가부장성이 남성들에게 '남자다움'에 대한 강력한 자기 최면과 집단적이고 권위적인 사고방식을 답습시킨 데서 온 병폐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병폐가 남성들에게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 사회는 오랜 가부장적 전통의 잔존과 서구 자본주의의 가부장적 전제가 뒤섞여 있는 사회다. 남성은 이 가부장사회에서 일등 권위로 통한다. 따라서 맨 콤플렉스를 비롯한 남성들의 위기는 사람의 위기, 사회의 위기로 직결된다. 즉 남성들이 위기라면 이 사회 또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총체적 위기를 제대로 바라보고 극복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남성의 주체적 자각과 남성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에 출간된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8번 『따로와 끼리 남성 지배문화 벗기기』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아 남성과 남성 지배문화 바로 보기를 단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40대 남성 사망률은 세계 1위다. 사회조직과 가정 내에서 갖는 남성들의 스트레스는 그 위험 수치를 훌쩍 넘어섰다. 1997년도의 IMF 국제금융 위기를 겪으며 한국 사회의 남성들은 한층 더 움츠러들어 있다. '아버지'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 남성의 상징적 권위는 〈용의 눈물〉과 같은 강한 남성적 기획의 드라마에 의해 복고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다. 그러나 복고만이 해답은 아니다. 저자는 본문에서 20세기 대표적 교육사상가인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1921~1997)의 '지식인들은 날마다 계급적인 의미의 자살을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말을 다음과 같은 문구로 바꿀 것을 요청한다. '남성들은 날마다 '젠더'적 의미의 자살을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성의 주체적 자각을 강조한 문구라 할 수 있다. 남성들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 이상, 남성 지배문화에서 파생된 사회의 여러 질곡들, 나아가 그들 스스로의 문제점들은 해결되기 어렵다. 더불어 남성들 스스로의 몰락 또한 예정된 수순이다. 따라서 사회의 여러 위기 조짐들. 그 중에서 사람의 위기, 남성의 위기는 남성 지배문화가 가져온 폐해를 객관적으로 응시하는 일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저자가 판단하는 남성 지배문화의 폐해는 한마디로 '따로와 끼리', '가름과 나눔'의 문화다. 우리 사회의 학연, 혈연, 지연, 남성 중심 성문화도 '따로와 끼리', '가름과 나눔'의 문화에서 파생된 사생아들이다. 무기력한 인간 양산, 인간관계의 도구화, 시민은 없고 국민만 있는 사회, 개인은 없고 가족만 있는 사회, 물화된 인간 정체감 등도 그 문화의 결과물이다.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장본인은 바로 가족에서 민족까지 아우르는 단일한 '동일자(同一者)'다. 이들은 위계에 따라 서열화되는 경직된 단일 주체로 독점과 지배를 도맡아온 권력지향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 어른, 중산층이다. 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미분화된 객체로 삼고 타자화하는 '따로와 끼리'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이 문화의 질곡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가의 권력기구'라는 정치적 기제로 위에서 덮씌우거나 '확대된 가족주의'인 연고주의라는 문화적 기제로 밑에서 떠받치는, 본질을 눈가림하는 행위들이 그 근거다. 문제는 그들의 눈가림의 행위가 일상 생활의 영역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가부장주의 또는 부계 혈통주의와 결합함으로써 일상적 파시즘을 만든다는 데에 있다. 이 일상적 파시즘은 획일적이고 경직된 사고방식, 위계와 권위에 대한 맹종 등 개인의 주관과 정체성에까지 스며들어 인간성 파괴를 불러온다. 이것은 남성성의 왜곡, 파괴와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따라서 저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남성은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다. 남성 또한 사회가 만들어놓은 남성성, 남성다움, 남성의 정체성이라는 틀에 의해 만들어지고 조정되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여자 아이들은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작용, 즉 '인격적 동일시personal identification'를 통해 성 정체성을 얻을 수 있는 데 반해, 남자 아이들은 추상적이고 간접적인 '위치적 동일시positional identification'를 통해 남성의 성 정체성을 배운다(아버지 부재에 의해). 즉 남성은 동일화 이전에 분리와 이행을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라난 남자 아이들은 남성이 된 후에도 남자답게 살도록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강요당한다. 남자다운 증거를 내보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려는 남성들은 사람 사이, 그리고 스스로와의 관계에서 쉴 새 없이 폭력과 억압의 기제를 끌어들이게 된다. 또 폭력의 공범자들인 남성들 사이에서 지배와 복종이라는 또다른 폭력 관계를 낳는다. 그때 그러한 획일적인 지배문화에 따르지 않는 남성들은 가장자리로 내몰리고, 권력을 차지한 지배집단 안에서는 주도권 다툼이 벌어진다. 바로 이러한 현상 안팎에서 '따로와 끼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감을 상실한 남성들은 더욱 변질된 형태로 스스로를 지켜나가고자 한다. 그 예의 하나가 바로 남성 중심 성문화라 할 수 있다. 성기 비교, 성경험 자랑과 같은 남성들 사이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성적 담론은 여성들의 생명력에 대한 그들의 거듭된 무기력감, 열패감이 투사된, 변질 문화다. 더불어 남성들은 남성 지배 성담론을 되풀이하고 부풀려 남성성 또는 남성의 '성신화'를 만들어간다. 성적 콤플렉스, 성적 능력 과시, 성 상품화 모두가 현재의 비뚤어진 남성 지배 성담론의 면면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오랜 시간 동안 남성은 소외와 억압, 그리고 정체성 형성의 변질과정을 통해 만들어져왔고 길들여져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했을 존재론적 고통이 제거되지 않고 여전히 유지되며 변질되고 있는 까닭은 남성들의 자각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가부장성이라는 부동의 권좌에 앉아 있을 때에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부동의 권좌가 흔들리고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남성들 스스로에게도 현재는 위급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남성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에 도달하기까지, 또 『따로와 끼리 남성 지배문화 벗기기』라는 책을 쓰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던 그가 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꾸게 된 독일 체류 기간 동안의 경험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학연, 혈연, 지연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채 홀로 분투하며 여성학 전문 남성 강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한국 학문 사회에서는 거의 무풍지대라 할 수 있는 남성학을 가르치기까지의 여러 곡절들이 고해성사의 그것처럼 사실적으로 고백되고 있다. 이 짧은 글이 쉽게 덮어지지 않는 까닭은 아마도 저자 스스로가 자신의 일생을 담보로 하여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증폭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고민의 진지함과 열린 태도를 강조하는 것은 인정적 측면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으나, 남성문제, 남성 지배문화, 남성 지배문화 담론 등 현재 우리 사회의 질병을 쾌유시키기 위한 모든 공론화와 담론, 그리고 그 연구의 전범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리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