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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가 home
집으로 만난 우리 시대 교양인들이 사는 법
김서령
황소자리 200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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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top10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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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칼럼니스트, 안동 출생, 경북대 국문과 졸업. 남의 이야기 듣기를 즐겨 급기야 사람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것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사람이 우주이며 한 인간의 생애 안에 가히 우주의 천변만화가 담겨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숱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지난 세기 초중반 한국 여자로 태어나 우리 역사의 우여곡절을 온몸으로 밀고 온 분들, 그들의 삶 앞에서 전율의 농도가 가장 컸다. 이 책은 그 감동의 기록이다.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이 우리들의 가장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과일이 서리를 맞아야 단맛이 돌고 향기를 풍기듯 인생도 고난 속에서 익어간다는 것을 믿는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이 지
칼럼니스트, 안동 출생, 경북대 국문과 졸업. 남의 이야기 듣기를 즐겨 급기야 사람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것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사람이 우주이며 한 인간의 생애 안에 가히 우주의 천변만화가 담겨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숱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지난 세기 초중반 한국 여자로 태어나 우리 역사의 우여곡절을 온몸으로 밀고 온 분들, 그들의 삶 앞에서 전율의 농도가 가장 컸다. 이 책은 그 감동의 기록이다.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이 우리들의 가장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과일이 서리를 맞아야 단맛이 돌고 향기를 풍기듯 인생도 고난 속에서 익어간다는 것을 믿는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이 지금 행복한 사람에겐 삶의 확장을, 지금 불행한 사람에겐 삶의 깊이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팔뚝이 잘린 사람 앞에선 손가락이 잘린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앞 세대가 몸부림치며 살아온 이야기가 뒤 세대의 가슴을 울리기를, 그 울분과 통한이 서로를 연대하고 위안하고 사랑하게 만들기를, 더불어 고통을 뚫고 나와 더 너그럽고 강인해진 분들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통찰해내기를 희망한다. 한때는 국어교사였다가 신문, 잡지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사라진 잡지 [샘이 깊은 물]에서 인물 인터뷰의 매력에 눈떠 인터뷰 칼럼을 주로 써왔다. 펴낸 책으로 『김서령의 家』,『김서령의 이야기가 있는 집』,『삶은 천천히 태어난다』,『참외는 참 외롭다』 등이 있다. 2018년 10월, 향년 6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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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7쪽 | 85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1508156

책 속으로

1. 화가 박태후의 나주 죽설헌
죽설헌 3,000평의 땅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그가 스무 살 때였다. 나주 원예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광주 고등법원의 정원사가 되었던 그는 또래들이 대학 신입생다운 치기에 잠겨 있을 때 흙을 깊이 파고 어린 나무의 뿌리를 꾹꾹 눌러 심었다. 그 위로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내와 두 딸이 생기고 그의 나이 쉰이 되었다.
나는 지금껏 한 세대 30년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지 못했다. 아이가 태어나 서른 살이 되는 시간, 그 막연한 추상을 죽설헌의 나무들은 아주 구체적인 풍경으로 보여준다.

--- p.16~17

화가 박태후는 이 나무들의 어버이다. 화가 이전에 나무를 심어 가꾼 숲의 조물주이다. 마르고 키 크고 꽁지머리를 등 위로 출렁거리는 박태후가 허리를 꼿꼿이 편, 조물주다운 걸음으로 자신이 만든 숲길을 걸어간다. 울타리에 심긴 좌탱자 우꽝꽝이 가시를 뻗어 그를 근엄하게 호위한다. 산벚나무 꽃잎이 어깨 위로 후광처럼 환하다. 이렇게 오지고 통쾌한 삶이 또 있을까. 나는 사람 사는 방법으로 기중 빼어난 것이 나무를 심는 일인 줄을 죽설헌에서 재확인했고 인생의 해답은 제 좋아하는 일에 평생 매달리는 것임을 또 한 번 실감했다.

--- p.26~27

2. 농암 이현보 종가 17대손 이성원 씨의 안동 긍구당
저물 무렵 종손과 그 퇴계 오솔길을 걸었다. 과연 아름다운 길이었다. 알맞춤한 경사와 구비와 탄력을 가진 길이었다. 멈춰서면 어디서든 흐르는 강물이 보였고 강은 번번이 제 모습을 바꿨다. 나는 구분을 가송에 와서 소리 내 흐르는 여울을 보며 비로소 납득한다. 이 퇴계 오솔길에 대한 종손의 사랑은 넘치고 들끓는다. 거기 대해 원고지 수백 장의 글을 썼다. 퇴계 문집을 찾아 냇가의 바위 이름, 벼랑의 이름, 소의 이름을 모조리 밝혀냈다. 이름 지은 건 퇴계지만 훗날 그걸 다시 찾아낸 이는 종손이다.

--- p.34

긍구당은 지은 지 600년이 넘은 집이다. 가로 세 칸 세로 두 칸의 자그만 몸체에다 서북 모서리에 한 칸의 온돌방이 덧붙여져 독특한 니은자 꼴을 하고 있다. 전면 세 칸은 모두 앞내를 바라볼 수 있는 누마루인데 마루 끝엔 궁창 난간을 달아 단정하고 우아하다. 여러 번 옮겨다니는 운명을 지녔건만 당차고 의연한 기상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네 귀가 살짝 들린 팔작지붕 위로 바람과 구름이 흘러간다. 세월은 여기 오면 잠시 흐름을 멈춘다.

--- p.35

4. 데니와 젬마의 무욕의 집 마운틴
나는 마운틴에서 무조건 행진하던 발걸음을 일단 멈췄다. 더 많이, 더 크게를 향한 갈망을 회의했고 바쁘게 일하는 게 선이라는 일차적 판단을 반성했고 지금 내가 누리는 터무니없는 풍요에 당황했다. 마운틴은 결국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우리가 꼭 마주쳐야 할 본질적 질문을 다시 던진다. 그것도 아주 부드럽게, 가볍게.

--- p.55

소나무의 그을음이 만든 건지, 흙에서 절로 우러나온 건지 그 둘이 가마 안에서 부딪친 광휘인지 난 모르겠다. 아무튼 수천 도의 고온을 견디고 나온 김기철의 그릇들은 표면에 붉은 서슬이 어려 있다. 유약이 흉내낼 수 없고 화학물감이 건드리지 못하는 우아의 지경, 그의 찻잔을 유난히 탐내는 사람들 중에는 탐내지 않을 것을 평생 공부해온 선승들이 많다. 승려에게 탐낼 꺼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회심의 작업이라니 김 선생도 쌓인 업장이 만만찮을 게다.

--- p.85

9. 소설가 이윤기 선생의 과천 과인재
벽도 마루도 창문도 다 너그럽고 편안하다. 제 가족만을 위한 새침한 공간이 아니다. 외부인을 내치지 않고 윗입술이 아랫입술을 꽉 누르는 주인의 웃음처럼, 넉넉하게 받아 안아준다. 그건 충만이기도 하고 탈속이기도 하고 집 안에 감도는 용맹전진의 기운이기도 하다고 나는 느낀다. 온갖 시시껍절한 것을 우습게 아는 삶의 태도가 읽힌다.

--- p.116

12. 50평 미만의 땅에 지은 김인회 교수의 관산재
유년기 추억이 갈피갈피 묻어 있는 동네, 어려서 자란 동네로 그는 은퇴 후 다시 돌아왔다. 귀향인 것이다. 귀향 하면 시골로 돌아가는 낙향이 얼른 연상되지만 서울이 고향인 사람은 서울 안에서 그 일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은퇴하면서 귀향했다.

--- p.154

22. 시인 최하림의 양평군 문호리 수류화개명서지실
새로 지은 집의 맑은 벽에는 돈 주고 산 장식 대신 두 아이와 친구들의 작품만 걸기로 했다. 아이들 어렸을 때 그린 색 고운 크레파스 그림과 옛 친구인 소설가 김승옥이 기름물감으로 그려준, 감성적이고 감미로운 그의 젊은 날 모습과 생각하면 눈물 도는 시인 이제하가 얼른 그려준 연필 크로키를 간결하게 그려뒀다.

--- p.226

출판사 리뷰

우리시대 교양인의 삶을 찾아 떠난 여행
4년 전 여름, 이 책 《김서령의 가》를 기획하면서 우리는 간단하지만 명확한 몇 가지 원칙을 마련했다.
우선, 우리가 떠나는 ‘집으로의 여행’은 호화롭고 사치스런 고급주택으로 향하는 발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따라서 대지와 건축비를 합쳐 당시 서울의 30평대 아파트 가격을 넘지 않는 집들을 취재 대상으로 정했다.
두 번째, 집을 재산 가치로 여겨 사고파는 데 익숙한 이즈음 한 자리에 지긋이 붙박여 사는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다. 멋지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곰삭여온 사연들이 집 안 구석구석에 배여 있는 곳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세 번째, 집주인들의 삶이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우리시대 일반인들의 전범이 될 만한 격조와 품위를 갖고 있기를 바랐다. 사람이 제대로 산다는 게 뭔지를 말없이 실천하는 삶, 행복과 충만이란 예상외로 단순하고 명료하다는 걸 몸으로 실증하는 우리시대 교양인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인간에 대한 두터운 배려와 삶에 대한 기품 있는 이해가 돋보이는 글

신문 잡지에서 인물 인터뷰를 오래 했다. 그러면서 발견한 게 찻집에서 세 시간 이야기를 듣느니 살림집에 30분 가보는 편이 훨씬 낫더라는 점이었다. 찻집에서 들었던 얘기들은 애매하게 허공을 맴돌았으나 살림집에 같이 가보면 삶이 구체적인 몸뚱이를 드러내 글이 어렵잖게 술술 씌어졌다. -‘책머리에’ 중에서

20년 가까이 인물 인터뷰를 해온 인터뷰 전문가 김서령은 제 물 만난 물고기였다.
타고난 미감과 건축에 대한 해박한 식견, 한번 스윽 훑는 것만으로 집 전체의 구조는 물론 화장실 비누함의 모양과 층계참에 걸린 그림의 작가까지 읽어내는 놀라운 눈썰미. 거기에다 ‘진흙 속에서 찾아낸 진주’라는 칭송이 아깝지 않을 글 솜씨까지…….
《김서령의 가》가 한 신문에 연재되는 동안 그녀의 글에 반한 집주인들은 하나둘, 김서령에게 현관문을, 열린 거실을 지나 안방 문과 굳게 닫혀 있던 서랍장 문을 열어 그 속에 얌전히 누운 오래된 편지와 사진첩을 꺼내 보여주었다.
게다가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의 교유가 더해져 김서령의 글에는 집주인에 대한 한층 두터운 배려와 삶에 대한 기품 있는 이해가 얹히게 됐다.

집의 기능과 의미를 다시 찬찬히 돌아보다
《김서령의 가》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목소리는 낮고 다정하며 품위 있고, 그럼으로써 더욱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깃들이는 공간의 의미를 되묻지 못한 채 바삐 달려가는 많은 수의 이 시대 사람들에게 김서령은 ‘집이 무엇인가?’를 소리 높여 강변하기는커녕 사려 깊은 문장으로 자신이 직접 찾아가 보고 듣고 감탄했던, 스물두 명이 사는 법을 조근조근 들려준다.
나이 스물, 또래 친구들이 한창 치기에 빠져 있을 때 홀로 집 주위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화가 박태후의 나주 죽설헌, 투자가치 높은 강남의 아파트를 마다하고 일찌감치 서울 한적한 곳에 자신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윤명로, 김영작 교수의 집에서 김서령은 왜 사람이 제 사는 거처를 한 곳에 오래 터 잡아야 하는지를 읽어낸다.
또 젊은 날의 부유와 여행을 접고 선대의 역사와 어린시절의 체취가 남아 있는 고향으로 돌아온 이성원 씨의 안동 긍구당, 교육학자 김인회 교수의 관산재, 최범석 씨의 학소도, 방송작가 최환상 씨의 와선재에서는 집이 주거와 안식의 공간이라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한 가족의 영혼을 살찌우는 터전, 나아가 면면히 이어져온 선대들의 정신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까지 담보하는 역사의 현장임을 환키시켜준다.
그런가 하면 소설가 이윤기의 관산재, 도예가 김기철의 보원요, 소설가 송혜근의 조린헌에서는 맹렬전진하는 예술가들의 진지한 열정을 돌아보고 시인 조인의 사직동 집, 데니와 젬마의 마운틴, 이상철 씨의 장흥 토담집 주인들과 밤새워 이야기하면서 무욕의 삶이 가져오는 그 충만과 행복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승효상의 말을 다시 인용하지 않더라도 집은 신산한 우리의 삶을 어루만지고 새로운 기운을 북돋워주는 공간이자 우리를 우리 자신이게 만드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 책《김서령의 가》는 바로 그 같은 집의 기능과 의미를 찬찬히 돌아보게 하는 아름답고 따스한 산문집이다.

추천평

집은 물질화된 영혼이다. 그 사람의 집엘 가면, 그의 영혼이 순식간에 읽힌다. 그래서 나는 감히 남의 집에 가기를 조금은 두려워한다. 그런데 김서령은 편안하게 접근한다. 그의 글을 통해 남의 집을, 남의 영혼을 겁 없이 들여다보는 즐거움까지 느낀다. -화가 김점선

이제껏 건축가들이 짓는 집은 그들만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반 대중이 선호하는 것들을 키치로 여겨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대중들은 쉽게 건축을 보는 전문적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며, 결국 이 책은 우리의 건축문화를 격상시키게 될 것이다. -건축가 김효만

김서령 씨가 최고로 치는 집은 사는 이의 영혼이 깃든 집이다. 자꾸자꾸 이야기가 쌓여가는 집들이다. 김서령 씨에 이르러 ‘집’은 눈으로 감상하는 것에서 글로 읽을 수 있는 ‘집’이 되었다. 오랜만에 산문의 정수를 맛보는 즐거움도 크다. 김서령 씨가 찾아올 만한 집, 그런 집 하나 장만하고 싶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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