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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밑천
2. 양조장 3. 올드 타운 4. 진흙 인형 5. 오래된 계약 6. 칼날 위의 두 여자 7. 선택의 대가 8. 끝내야 할 이름 에필로그 참고 문헌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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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와’만큼은 모녀의 것이라고 믿었다. 준요가 담근 간장 냄새, 손님들이 비운 밥그릇, 매일 쌓이는 리뷰가 이곳을 조금씩 모녀의 것으로 만들어 준다고 믿었다. 아직은 손님의 불평 한 줄에도 하루 매출이 흔들렸고, 별점 몇 개에 감정이 들쑥날쑥했다. 모든 게 고정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이 가게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p.23 “어머님께 키네장유의 지분이 일부 남아 있습니다.” 미쓰즈는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그리고 지금 그 권리는 은재 양에게 넘어왔고요.” 은재는 테이블에 흐르는 투명한 소주를 바라보았다. 사내의 입에서 나온 단어. ‘유산’. 은재는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p.38 “그런데 전어를 보냈다니… 이상하군요. 일본 사람들은 전어를 잘 먹지 않습니다. 그러니 선물으론 절대 주지 않죠. 굽는 냄새가 시체 타는 냄새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p.65 “이런 날은 좋지 않아요. 습도가 변하거든요. 그러면 간장에 쓰이는 콩이 콩이 아닌 것으로 바뀌어요.” “아, 그러면 간장 맛이 변하겠네요.” “네. 그것도 그렇지만…” 미사가 장난스럽게 고개를 갸우뚱했다. 손가락을 모았다 펼치며 폭발하는 듯한 제스처와 함께 펑, 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곤, “날아가 버리죠. 여기가 통째로.” ---p.81~82 또르르 움직였다. 여덟 개의 심홍빛 눈알. 그 뒤로 마디가 많은 다리들이 바짝 접혀 있었다. 뛰어내리기 직전처럼, 그것은 완전히 멈춰 있었다. ---p.90 준요는 왜 이 집을 떠났을까. 키네장유를 물려받는 것, 오다 히카루라는 이름으로 사는 것, 할머니의 곁에 남아 이 이상한 양조장의 규칙을 따르는 것. 그것이 숨 막혀서 도망친 걸까. 어쩌면 준요는 이 집안의 돈에 딸려 오는 것을 피해서 한국으로 간 걸지도 몰랐다. 오다라는 가문과 당주의 무게, 묵직한 간장 냄새가 온 곳에 배어 버린 이 오래된 집과 사람들. -119~120쪽 방금까지 장막 속에서 은재를 탐색하던 것이 몸을 웅크리고 물러나는 기척이었다. 자가각. 발소리는 어느 순간 은재의 방 아래쪽에서 났다. 소리는 양조장 쪽으로 점점 멀어졌다. 창밖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이 층 창문에. 은재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p.1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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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명예를 얻는 대신, 후손의 목숨을 바쳐라”
피보다 짙은 비린내를 풍기는 오래된 양조장에 깃든 백 년의 저주 엄마 준요와 함께 퓨전 간장게장집 ‘기와’를 운영하던 은재. 이제 막 입소문을 타 빛을 보려던 찰나, 비극이 연이어 찾아온다. 건물주로부터 집과 식당을 빼고 나가라는 통보를 받은 지 며칠 뒤, 준요가 검은 실로 자신의 입을 꿰맨 기이한 모습의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은재에게 남은 것은 일억 원의 빚더미뿐. 벼랑 끝에 몰린 은재에게, 준요의 장례식날 의문의 일본인 미쓰즈가 찾아온다. 그는 준요가 120년 전통의 간장 명가 ‘키네장유’의 후손이며, 은재에게도 유산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일러준다. 가문에 대해 조사하던 은재는 키네장유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만들어져 수탈과 착취를 통해 막대한 부를 일구어냈다는 어두운 과거를 알게 된다. 핏줄에 새겨진 끔찍한 역사에 거부감이 들면서도, 절박했던 은재는 모든 사실을 외면한 채 교토로 향한다. 은재를 맞이한 것은 키네장유의 주인인 할머니 오다 칸나를 비롯해, 은재를 데리러 왔던 삼촌 미쓰즈와 그의 아내 미사, 집안일을 도맡은 치에, 그리고 묘한 인상의 청년 하쿠토였다. 겉으로는 한국에서 온 ‘가족’인 은재를 반기는 듯하지만, 이들의 미심쩍은 태도 속에서 은재는 불길함을 감출 수 없는데…. 『모로미의 딸』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와 씨간장이라는 소재에서 출발하는 오컬트 호러 소설이다. 돈이 절실해 어머니가 도망쳐 나온 집으로 제 발로 들어가는 딸, 그리고 그곳에서 대대로 이어져 온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빠르게 따라간다. 오팬하우스 오리지널 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서미애·김보영·조예은 심사위원 강력 추천 오팬하우스 오리지널 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은 『모로미의 딸』은, 120년 된 일본의 간장 명가를 무대로 대를 이어 부와 저주를 함께 물려받아 온 한 가문의 이야기를 그린 호러 미스터리다. 작가는 작품을 쓰며 직접 일본의 양조장을 찾아 취재했다. 오래된 고택과 양조장, 커다란 나무통에서 발효되는 검은 씨간장 등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구체적인 풍경도 이러한 취재를 바탕으로 완성되었다. 특히 어둡고 습한 양조장의 풍경과 씨간장의 이미지는 작품을 관통하는 ‘대물림’의 공포와 맞물리며 『모로미의 딸』만의 분위기를 만든다. 김보영 작가는 “성실한 연구와 조사로 그려낸 현실감 넘치는 묘사 덕분에 눈에 그려지는 듯한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호평했고, 서미애 작가는 “선대부터 이어진 기묘한 저주와 희생양이 될 주인공의 이야기가 검은 씨간장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라는 심사평을 남겼다. 조예은 작가 역시 “‘간장’이라는 탁월한 아이템 선정과 능숙한 호러 연출이 초반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라며 호러소설 독자들에게 추천했다. “피 묻고 더러운 돈이라도 상관없어. 지금 나에겐 돈, 돈이 필요해” 욕망이 썩어 들어간 자리에는 지독한 저주가 고인다 『모로미의 딸』은 오컬트적 공포를 넘어서,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잔혹한 가문의 유산과 ‘모녀 관계’의 그늘을 파고든다. 스스로 입을 꿰매고 죽은 엄마 준요와 빚더미 속에서 엄마의 비밀을 추적하는 딸 은재의 이야기는, 피할 수 없는 핏줄의 굴레와 부와 권력이라는 가치 아래 무시되었던 비극을 조명한다. 오다 가문은 일제강점기 수탈로 일군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대대로 잔혹한 대가를 치러왔다. 절박한 생존을 위해 교토로 향하는 은재의 모습은 부정한 역사 앞에서도 당장의 욕망을 외면하기 힘든 현대인의 씁쓸한 단면을 반영한다. 그러나 교토 양조장 구석에 숨겨진 비밀은 탐욕으로 쌓아 올린 유산이 결코 은재에게 구원이 될 수 없음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엄마가 도망쳐야만 했던 지독한 비밀을 알게 된 은재는 가문의 피를 이은 이상 원하는 유산만을 골라 가질 수 없음을 깨닫는다. 탐해선 안 될 것을 탐했던 인간의 욕망과 120년간 썩어 들어간 저주가 맞물리며, 소설은 마지막까지 극도의 서스펜스와 함께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