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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소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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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침묵

4월 그리고 5월

투틸로

새

불으한 어리니 한태

울타리

졸업식

연두

베네딕트보이언

해바라기

너무나 종교적인

해후

순간, 순간들

자아

집


■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02년 『소설시대』에 단편 「태양은」 발표로 등단했다. 장편소설로 『열하나 조각그림』 『표현형』 『흐릿한 하늘의 해』 『숨』 『날마다 시작』, 연작소설로 『희미한 인(생)』, 소설집으로 『반대말·비슷한말』, 산문집으로 『스물셋,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이 있고, 학술서로 『도이칠란트·도이치문학』 『창작과 사실. 양심으로서의 문학에 대한 고찰 1983~2009』 등이, 번역서로 『강풍경을 마주한 여인들』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카프카의 편지 1900~1924』 등이 있다. 이화문학상(2004), 광주문학상(2014), PEN문학상(2017), 광주광역시 문화상 문학부
2002년 『소설시대』에 단편 「태양은」 발표로 등단했다. 장편소설로 『열하나 조각그림』 『표현형』 『흐릿한 하늘의 해』 『숨』 『날마다 시작』, 연작소설로 『희미한 인(생)』, 소설집으로 『반대말·비슷한말』, 산문집으로 『스물셋,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이 있고, 학술서로 『도이칠란트·도이치문학』 『창작과 사실. 양심으로서의 문학에 대한 고찰 1983~2009』 등이, 번역서로 『강풍경을 마주한 여인들』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카프카의 편지 1900~1924』 등이 있다. 이화문학상(2004), 광주문학상(2014), PEN문학상(2017), 광주광역시 문화상 문학부문 박용철문학상(2023) 등을 수상했다. 전남대학교 독일언어문학과 명예교수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42*207*30mm
ISBN13
9791130824574

책 속으로

열일곱, 침묵을 시어로 쓴다. 어쩌자고 느낌표와 함께. 교지에 세로쓰기로 인쇄된 깨알 같은 빛바랜 글자들은 읽어내기도 힘들게 거기 그렇게 남아 있다.

어두운 건 밤하늘만이 아니었다

침묵!

그게 그리 어두웠었지

침묵과 침묵 사이, 동그란 반지를 나누어 낀다.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교집합이 생긴다. 어느 순간 교집합은 오픈 링처럼 끊겨 있다. 일그러진 텅 빈 공간에는 침묵만 있다. 빈 공간에서 침묵과 더불어 사는 다른 누군가를 상상한다.

나의 주인공 노승욱 투틸로는 모태솔로, 다섯 살에 아버지를 바다에 잃은 트라우마로 사랑을 시작하지 못한다. 고백을 하고 관면혼을 하고 아들을 낳고 다섯 살 아들을 두고… 시작은 공포다. 속내는 발화되지 않고 침묵으로 쌓인다. 사랑은 그를 도망치게 하고, 허허롭게 사람들 밖에서 살게 한다. 코스모스 속 ‘창백한 푸른 점’에서 명멸하는 모든 가치들 - 그 속에서 우리는 우스울 정도로 왜소한 찰나의 생물일 뿐이라는 인식은 그를 오히려 안심시킨다. 어느 날 무심한 모래알들이 뒹구는 바닷가로 향한다. 숨을 쉰다. 침묵과 침묵 사이에.
-‘작가의 말’ 중에서

침묵은 당연한 결과였다. 말은 입술 안에 갇혔고, 글자들은 책 속에서 먼지 조각들이 되어 증발해 버렸다. 강의실에서 펼쳐진 책들은 뿌연 공간으로 흐늘거릴 뿐이었다. 교수님들의 강의 목소리며 동기들의 말소리들이 귓바퀴에서 바람처럼 쓸려나갔다. 소리들을 따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올라가던 그는 어떤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곤 했다. 그는 여기 이곳을 피해서 날고 싶었다. 날개가 없었다. 그는 새가 아니었다.
(59쪽)

‘창백한 푸른 점’은 너무나 대단해서 승욱은 따옴표 속에만 쓴다. 형용사도 명사도 너무나 특별한 표현이다. 이 함부로 내뱉기도 아까운 단어들은 먼저 사진으로 등장했었다. 군대에 있을 때였다. 우주선이 보내온 우주 속 지구의 사진, ‘가족사진/행성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행성들, 수금지화목토천해… 아니, 그 차례가 아니라 해왕성, 천왕성, 토성, 태양, 금성, 지구, 목성이 차례로 찍힌 사진이었다. 저 사진 속에서 창백하게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초라한 작은 점 하나. 그것이 지구라 했다. 우주에서 지구를 본다는 것은 상상 속에도 없던 일이었다. 뭔가 아찔했다. 거울 속 자신을 심각하게 들여다보는 일도 드물었던 터에.
(221~222쪽)

우주 행성 태양계 지구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어느 작은 바닷가일 뿐이다. 바다를 무서워하고 가까이 가본 적도 없다가 바닷물에 처음 발을 적시던 순간 무서웠더냐. 그것은 그냥 바닷물이었다. 발아래 모래알 중의 하나, 너, 노승욱. 아버지는 바닷물에 쓸려간 모래알. 두 모래알은 무한대의 시간 속에서 인간의 기준 5년쯤을 함께 볼을 비볐다. 아들에게 까끌한 감촉으로 남은 아버지. 그것이면 되었다. 산처럼 자리한 어머니, 어머니도 모래알처럼 사라질 것이다. 승욱도 모래알처럼 사라질 것이다. 사라지기에 남은 시간, 시간들…. 인간이 생명을 부지하는 시간의 길고 짧음은 애초에 의미가 없다. 초초초미세 순간일 뿐이다.
(322~323쪽)

사는 것은 하인들도 한다. - 드 비니의 이 문장을 오해했었다. 그는 심지어 자살 예찬의 글들을 썼다. 내 주장, 그것은 시인이 부득이할 수밖에 없는 자살이다. 승욱이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된, 그에 관한 자료들은 아주 적었지만 차츰 이해했다. 사유 없이 그냥 사는 것의 너절함, 사유를 침묵하지 않고 떠벌리며 사는 무의미. 거기에 무정한 자연,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는 신, 신에게 애원하느니 침묵하리라. 운명처럼 고독하리라.
(341~342)

출판사 리뷰

주인공 승욱은 1969년 3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이 임명되던 날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의 나이 다섯 살에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소년의 기억은 고독으로 시작하고, 1970년대, 1980년대의 불온한 시대를 배경으로,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와 어머니의 맹목적인 신앙 아래에서 그는 침묵하며 성장한다.

애초에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치 않은 그의 삶은 우왕좌왕, 무기력하기만 하다. 사춘기 시절의 애매한 짝사랑에서도 대학 시절의 서툰 연애에서도 뒷걸음질쳤고, 책을 읽고 역사를 전공하고 신학도 기웃거리면서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 헤맨다. 작가는 그를 모든 일에 회의하고 의문을 가지며 깊이 사색하면서, 또한 침묵하는 인물로 그려낸다. 사유 없이 그냥 사는 것은 너절하고, 사유를 침묵하지 않고 떠벌이며 사는 것도 너절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결말, 바닷가에 맨발로 선 그는 비로소 아버지를 애도하며 자기가 머물 곳이 어디인지를 깨닫는다. “우리가 이 세계에서 무엇이었고 또 무엇을 남기는지 생각해 볼 때, 오직 침묵만이 위대하다.”라는 작가 알프레드 드 비니의 경구가 이 소설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것에, 독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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