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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양장
조동범
문학동네 200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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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하루의 대부분을 읽고 쓰고 강의하며 지내는 강의집필노동자이다.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은 이후 시와 산문, 비평과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으며, 대학 안팎에서 문학과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시집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금욕적인 사창가』, 『존과 제인처럼 우리는』, 산문집 『알래스카에서 일주일을』, 『보통의 식탁』,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시창작 이론서 『묘사 진술 감정 수사』, 『묘사』, 『진술』, 글쓰기 안내서 『부캐와 함께 나만의 에세이 쓰기』, 『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 평론집 『이제 당신의 시
하루의 대부분을 읽고 쓰고 강의하며 지내는 강의집필노동자이다.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은 이후 시와 산문, 비평과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으며, 대학 안팎에서 문학과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시집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금욕적인 사창가』, 『존과 제인처럼 우리는』, 산문집 『알래스카에서 일주일을』, 『보통의 식탁』,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시창작 이론서 『묘사 진술 감정 수사』, 『묘사』, 『진술』, 글쓰기 안내서 『부캐와 함께 나만의 에세이 쓰기』, 『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 평론집 『이제 당신의 시를 읽어야 할 시간』, 『4년 11개월 이틀 동안의 비』,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인문 교양서 『팬데믹과 오리엔탈리즘』, 『100년의 서울을 걷는 인문학』, 연구서 『오규원 시의 자연 인식과 현대성의 경험』 등이 있다. 김춘수시문학상, 청마문학연구상, 딩아돌하작품상, 미네르바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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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3월 3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03쪽 | 193g | 127*193*20mm
ISBN13
9788954601269

출판사 리뷰

심야 배스킨라빈스 혹은 차가운 도시의 상상력

시집의 제목에서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듯 이 시집에서 시인이 주목하는 공간은 “이미지의 왕국, 버거킹”(「버거킹을 먹는 여자」)으로 상징되는 “찬란과 풍요의 거리”(「르네상스 안경점」), “스타벅스에 앉아 미라가 되어가는”(「파랑」) 사람들로 넘쳐나는 도회지이다. 이미 등단 당시부터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익명화되고 물화된 삶에 대한 비판이 주조음을 이루고 있다”(『문학동네』 2002년 가을호)는 평가를 받은 시인의 첫 시집은 바로 그 도회지에서 고스란히 배태되었다.
시집에 실린 대부분의 시들은 그러한 성격을 또렷이 규정하고 있는바, 마치 고해상도의 마이크로필름을 인화한 듯한 선명한 묘사와 그 파장이 일으키는 저리도록 차가운 상상력이 인상적이다. 가령 “죽음을 널어 식욕을 만드는 홍등의 냉장고/냉장고는 차고 부드러운, 선홍빛 죽음으로 가득하다”(「정육점」), “안경사는 무료하게 빛나는 불빛에 밥을 말아, 천천히 늦은 저녁을 먹고 있다”(「르네상스 안경점」), “주유원의 장갑이 바닥으로 떨어진다/장갑은 바닥을 움켜쥐고/앙상하게 잠든 주유원을 바라보고 있다”(「주유소」) 등의 개성적이면서도 직핍한 묘사는 주변적 도회 공간들을 냉정하게 함축하며 쇼윈도 불빛들로 흥성거리는 도시 이면의 불모성과 황폐한 적요 등을 적확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 묘사는 표제작인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에 보이는 ‘살의’의 상상력으로 응집된다.


사람들은 거리를 가로질러 빠르게 심야로 흘러간다. (……) 아이스크림 판매점은 평화롭게 심야를 맞고 있는 중이다./평화롭게 심야가 다가오고, 심야의 아이스크림 판매점은 평화로운 살의로 가득 찬다. 평화로운 살의를 가로질러 판매원은 냉동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냉동고에서의 죽음. (……) 판매원은 희미하게 사라지는 냉동고 밖의 세상을 바라본다. 서늘하게 누워 있는 판매원은 고요해 보인다.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중에서

이 고요하고 날카로운 살의의 상상력은 도시의 요란스런 번쩍거림 뒤에 도사리고 있는 밀폐와 죽음의 이미지를 표상한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조강석은 시집의 해설에서 도회적 삶의 표징이 되는 공간들이 전시하고 있는 것이 실은 화사한 풍요가 아닌 적막한 죽음임을 밝힌다(조강석,「시적 풍크툼(punctum), 혹은 전시된 죽음과의 속도전」참조).


그리운 남극 혹은 빙원의 그리움

자본주의 도시 공간의 속성에 대한 예리한 관찰이 이 시집의 씨줄을 이룬다면 그 냉정한 시선 속에 서려 있는 차갑고 아득한 그리움은 날줄로 엮인다. 그 그리움의 원형은 시인의 등단작인 「그리운 남극」에서부터 어렴풋이 찾을 수 있다. “나침반의 바늘은 고집스럽게 극점을 가리키고 있다. 바늘의 끝을 따라가면 빙산을 만날 수 있을까”(「그리운 남극」). 그런가 하면 시인은 고물이 되어버린 냉장고에 의탁해 “고물상 입구에 버려진 냉장고. 폐허가 되어/극점의 푸른 빙원을, 까마득히/떠올리고 있다.”(「냉장고」)며 그리움의 목적지를 직접적으로 밝혀놓는다. 그리고 극점 혹은 빙원의 상상력이 실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싱싱한 야성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이 곧 드러난다. “눈 내리는 한겨울의 동물원/우리 밖의 빙점을 가늠하는/여우의 눈망울이 서늘하게 빛난다/여우의 본능은/북극으로 돌아갈 수 없는,/야성의 운명을 알고 있다/ (……) /마지막 남은 야성을 움켜쥔 북극여우 한 마리/눈보라 속으로 잊혀지고 있는 중이다”(「북극여우」). 이러한 밀폐된 도시의 그리움은 “평화로운 공중”이 되기 위해 “한 무리의 혜성처럼 질주하는 속도”(「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외곽으로부터의 이탈을 향한 꿈에 가 닿으며 시적 아름다움의 궤적을 이룬다. 그리고 조동범의 첫 시집은 바로 그 궤적 속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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