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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화창한 날이었다. 어린 사자가 총 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정글 반대편에서 총소리가 들려 왔다.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지만, 어쨌든 사자들은 모두 또다시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린 사자가 물었다. "어디로 도망치는 겁니까?" 나이 많은 사자가 대답했다. "이 봐, 지난번에 다 집고 넘어갔던 얘기잖아. 꼬치꼬치 캐묻지 말고 빨리 피해." 그 소리에 어린 사자도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정신 없이 달리던 어린 사자는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아니, 내가 무엇 때문에 달아나는 거지?" 그러더니 어린 사자는 정글 한복판에 자리잡고 앉아 사냥꾼들을 향해 맞사격을 시작했다. 빵! 빵! 그 다음 순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하니? 사냥꾼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단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사자들은 숨어 있던 곳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왔다. 사자들은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자들은 "아니,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 봐, 무슨 일이야?", "이런 세상에." 하면서 수군거렸다. 사자들은 모두 놀라워하면서도 기뻐했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은 사자들은 흐뭇한 웃음을 지으면서 따스한 햇빛 아래 드러누워 낮잠을 잤다. 사자들의 콧수염에는 빨간 털실이 조금씩 묻어 있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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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대체 누구이며 무엇인가?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이러한 근원적인 물음을 되풀이하며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의 주인공은 원래 정글에서 살던 어린 사자였다. 어느 날, 어린 사자는 단지 마시멜로가 먹고 싶은 마음에 '사자'라는 자신의 존재를 잊은 채 대도시로 온다. 그리고 위대한 명사수, 라프카디오라는 이름 아래 점점 사람처럼 변해간다. 이제 더 이상 꼬리를 뒤에 축 늘어뜨린 채 다니는 법도 없다. 하지만 꼬리를 감출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꼬리가 영원히 없어지는 법은 없다.
결국 라프카디오는 자신이 '사자' 인지? '사람'인지? 하는 근원적인 물음 앞에서 쓸쓸히 혼자 길을 떠나고 만다. 쉘 실버스타인은『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를 통해 그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의 재치를 보여줌과 동시에 자기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하나를 독자들에게 던져 준다. 다른 여느 작품에서 보아 왔듯이 쉘 실버스타인의 상상력은 그저 맹목적인 재미와 웃음만을 자아내게 하지는 않는다. 그의 상상력을 따라가다보면 진정한 삶과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쉘 실버스타인의 작품들이 독자들을 강하게 사로잡는 이유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