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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랗게 칠한 문을 여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야콥은 파란 문을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상상하는 건 아주 쉬웠다. 상상은 야콥의 특기였다.
기분이 좋을 때는 누가 바로 옆에 서 있다고 상상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원하는 만큼 크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면 상상 속의 인물이 야콥과 나란히 걸었다. 심지어 거리에서도, 그뤼네부르크 공원에서도 함께 걸었다. --- p.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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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이 눈을 뜨자 거울 속의 남자애도 눈을 떴다. 눈이 빛났다. 야콥은 마음에 드는 듯 거울 속의 남자애에게 고개를 끄덕했다. 큰 눈에 비해 코와 입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얼굴빛이 창백하고 여기저기에 주근깨가 많았다. 엄마 말대로 좀 밖에 나가서 놀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만 야콥은 파란 문 안에 있을 때 마음이 더 편했다. 파란 문 안에서는 안전하니까.
--- p.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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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은 친구를 찾는 데 질렸다. 모두들 친구를 찾으라며 야콥을 괴롭혔다. 마치 수퍼마켓에 가면 친구를 살 수 있는 것처럼! 통조림 뚜껑을 열면 친구가 나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친구가 냉장고에 들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자기들도 친구가 없으면서 난리들이었다
--- p.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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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 이제 아무도 널 도울 수 없어...”
외톨이 소년의 굳게 닫힌 ‘파란 문’을 누가 열어줄 수 있을까? 여기 야콥이라는 소년이 있습니다. 아빠를 잃은 뒤 야콥은 자기도 모르게 병에 걸린 듯이 조금씩 달라져갑니다. 자기를 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전과 같지 않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기가 힘이 듭니다. 아빠를 잃은 슬픔을 잊고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엄마의 제안대로, 어느 날 야콥은 엄마와 함께 문을 파랗게 칠합니다. 야콥은 파란 문이 좋습니다. 파란 문 안에 있으면 마음이 편합니다. 파란 문 안에서는 상처받는 일 없이 안전하니까요. 야콥은 파란 문을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상상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방에 처박혀 상상만 하며 외톨이로 지내는 야콥에게 엄마는 좀 밖에 나가서 놀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야콥에게 친구가 필요하다며 친구를 사귀라고 야단입니다. 마치 수퍼마켓에 가면 친구를 살 수 있는 것처럼, 통조림 뚜껑을 열면 친구가 나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친구가 냉장고에 들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야콥에게 친구를 사귀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지만 상상은 아주 쉽습니다. 상상만 하면 누군가 바로 곁에 있고, 그 사람과 나란히 걸을 수도 있습니다. 야콥은 상상 속에서 외로움도 슬픔도 걱정도 모두 잊을 수 있습니다. 상상 속에는 자기를 이해해주는 친구도 있습니다. 야콥은 이제 상상 속의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눕니다. 그러나 상상 밖의 현실에서는 이런 야콥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모두들 야콥이 착실하게 공부하기만을 바라지 상상을 하거나 상상 속의 친구와 말하는 것은 문제라고 여깁니다. 야콥은 그렇게 문제아가 되어갑니다. 야콥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인 엄마조차도 야콥을 이해하지 못하고 점점 더 멀어집니다. 엄마는 방에만 처박혀서 혼자 떠들기나 하는 야콥을 데리고 상담을 받기도 하고, 병원에 데려가 뇌 검사를 받게 하기도 합니다. 결국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문제아가 된 야콥은 청소년 보호시설로 보내질 위기를 맞습니다. 야콥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엄마조차도 더는 어쩔 수가 없다며 포기합니다. 그런데 야콥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생깁니다. 상상 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친구를 현실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이제 야콥은 파란 문 밖으로 나오려고 애를 씁니다. 야콥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작품은 이렇게 굳게 닫혀 있던 파란 문이 조금 열려진 채로 끝날 뿐입니다. 이렇듯 독일 청소년문학의 거장 페터 헤르틀링은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외톨이가 되어버린 소년의 마음속과 차가운 현실을 투명하고 담담하게 들여다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작가가 마지막에 살며시 열어둔 문틈으로 희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주변 세계로부터 소외된 외로운 영혼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따뜻한 이해입니다. 이 작품이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