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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세계문학총서

책소개

목차

싸리나무
끝과 시작
피아노 위
코요테의 노래
금목서
커다란 항아리
지네
애기동백
소나무 혹
마
벼락
기말고사
춘란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 『저녁 구름』의 추억
옮긴이 해설 ·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힘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저자 소개 2

저쇼노 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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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규슈 제국대학에서 동양사를 전공했으며, 1943년 동인지 『마호로바』에 소설 「눈·반딧불이」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45년부터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다. 1949년 시마오 도시오의 추천으로 『신문학』에 단편소설 「애무」를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전후파 문학의 거대한 이념과 역사적 문제의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일상과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냈다고 평가받는 ‘제3의 신인’으로 엔도 슈사쿠, 야스오카 쇼타로, 요시유키 준노스케 등과 함께 거명되었다. 1951년 아사히 방송국에 입사해 교육 프로그램 제작 담당으로 일했으나 4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규슈 제국대학에서 동양사를 전공했으며, 1943년 동인지 『마호로바』에 소설 「눈·반딧불이」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45년부터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다. 1949년 시마오 도시오의 추천으로 『신문학』에 단편소설 「애무」를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전후파 문학의 거대한 이념과 역사적 문제의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일상과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냈다고 평가받는 ‘제3의 신인’으로 엔도 슈사쿠, 야스오카 쇼타로, 요시유키 준노스케 등과 함께 거명되었다. 1951년 아사히 방송국에 입사해 교육 프로그램 제작 담당으로 일했으나 4년 뒤 전업 작가로 전향해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1955년 단편소설 「풀 사이드 소경」으로 제32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이후 가족의 일상을 담담하고 세밀하게 그리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만년에는 노부부의 소박한 나날을 담은 이른바 ‘부부 만년 시리즈’를 통해 평범한 삶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작가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저녁 구름』은 1964년부터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연재되어 이듬해 출간되었다. 이 작품으로 1966년 제17회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소설집 『정물』로 1960년 제7회 신초샤문학상을, 소설집 『그림 맞추기』로 1971년 제24회 노마문예상을 수상했으며, 1978년 일본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2009년 향년 88세로 타계했다.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에서 문학 번역을 공부했다. 현재 빗방울화석 시인 동인이자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공동 시집 『혼자 걸어도 홀로 갈 수 없는』 『야고』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130*200mm
ISBN13
9788932045795

책 속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집이 사나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서 자구책을 세워야 한다. 사나운 바람은 태풍을 뜻하지만 굳이 사나운 바람이라고 에둘러 말하는 건, 태풍이 왔을 때를 딱 꼬집어 떠올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집이 송두리째 하늘로 날아가고 안에 있는 그와 아내와 아이들이 잠옷 바람으로 고함친다.
“안 돼!”
이런 장면을 상상하기에는 그나마 사나운 바람이 낫다. 태풍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10~11쪽)

역시 사람은 될 수 있으면 한곳에 정착해 평생 어디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몇십 년이고 그곳에 쭉 사는 게 좋다. 그게 최고다.
---p.12

‘물감’이 흩뿌려지면서 도화지에는 산나리 잎과 단풍잎 모양이 어렴풋이 나타났다. 주위로는 자주달개비의 파랑과 글라디올러스의 빨강이 따로 또는 함께 떨어지면서 중요한 무언가를 하나 빼먹은 것 같기도 하고, 무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아리송한 그림이 완성되었다.
아무튼 완성은 완성이다.
---p.28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서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법이다.
---p.44

단지 계획은 오우라네 가족이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 이미 결정되었다. 단지가 전부 들어서면 그들의 집이 있는 한 귀퉁이만 (집 뒤의 잔솔밭과 잔솔밭 따라 쭉 가면 나오는 비탈의 잡목림과 함께) 외떨어진 작은 섬처럼 남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공사가 언제 시작될지는 확실히 알지 못했다.

1년 뒤가 될지 2년 뒤가 될지 알 수 없었다. 철두철미한 사람이라면 시작 시기를 확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우라는 원체 성가신 일을 싫어하는 데다 확실하지 않은 일은 확실하지 않은 채로 두는 편이 좋다고, 구태여 확실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좋은 일이라면 그때 가서 기뻐하면 된다. 만약 나쁜 일이라면 더욱, 확실히 해두지 않는 편이 좋다. 어차피 알게 되면 괴로운 것은 매한가지이니 굳이 먼저 알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인생에서 좋은 일은 드물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확실히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p.70~71

그는 말실수를 한 것 같았다. 이렇게 부피가 큰 물건을 들고 오면 누구나 ‘그게 뭐예요?’ 하고 묻기 마련이다. 그 물음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하는 게 더 이상하다. 이렇게 큰데 아무것도 아닐 리 없지 않은가.
아무리 상대가 소학교 3학년에 체육복 반바지를 입고 있는 아이라 해도 그런 대답에 속아 넘어갈 리 없다. […]
이럴 때는 뭐라고 해야 좋을까.
‘내일 알게 될 거야’ 하면 좋았을까.
---p.88~89

이렇게 그들은 지네에 익숙한 부부가 되어 하루하루 나이 들어간다. 언젠가 아이들도 다 커서 집을 떠나고, 텔레비전으로 서부극을 보던 중에 언제 왔는지 벽 한가운데서 몸을 비비 꼬고 있는 왕지네를 발견하고 기겁했던 일도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p.120

둘은 주전자를 바라보았다.
“영어 속담에,” 오우라가 말했다. “이런 말이 있어. 어 워치드 팟 네버 보일스A watched pot never boils. 냄비를 지켜보고 있으면 물이 안 끓는다는 뜻이야.”
“네? 워치노 포치?”
“그게 아니고, 어 워치드 포치. 아니 아니, 너 때문에 나까지 헷갈리잖아.”
야스오가 웃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이제 다 끓었나, 이제 다 끓었나 하면서 보고 있으면 물은 절대 안 끓는다는 뜻이야. 초조하게 기다릴수록 시간은 더디게 가는 법이니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말이기도 해.”
---p.143

쇼지로는 학교에 갔다 돌아오면 항상 고타쓰에 들어가 한숨 자는 버릇이 있어서, 아내는 쇼지로가 여느 때처럼 고단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쇼지로는 그때 이미 몸살기가 돌고 있었다. 쇼지로는 저녁밥 대신 통매실장아찌에 녹차를 마셨다. 집에서 직접 담근 통매실장아찌는 늘 식탁에 나와 있었고 다들 즐겨 먹었다. 감기에 걸리면 이 통매실장아찌가 약으로 변했다.
“자기 전에 무즙 만들어야겠다. 뜨끈한 녹차에 통매실장아찌랑 넣고 간장 간 살짝 해서 맛있게 만들어줄게.”
아내의 말을 듣더니 갑자기 야스오가 마구 기침을 해댔다. 하루코도 기침을 해댔다.
---p.227~228

출판사 리뷰

“오우라네 가족이 우연히 이사 와 살게 된 이 언덕에서
새로 만나 정든 것들에 대해 다 쓰려면 아직 멀었다”

오우라 가족은 아무도 살지 않는 언덕으로 이사 온다. 전에 살던 집 주변으로 다니는 차가 늘어나자 한적한 곳을 찾아왔지만, 새집을 짓고 나서야 오우라는 왜 이곳에 집이 한 채도 없는지 깨닫는다. 전철역과 멀리 떨어진 데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천장에서는 지네가 떨어지곤 했다. 그곳에서 오우라 부부와 세 아이들은 단란한 생활을 꾸려나간다. 바람을 막아줄 나무로 마당에 무엇을 심을지 궁리하고, 역 앞 좌판에서 제철 과일을 사 먹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숲길에 이름을 붙인다. 동짓날에는 유자 목욕을 하고, 감기 걸린 아이에게 뜨끈한 녹차에 통매실장아찌와 무즙을 넣고 간장으로 간해 먹이면 다른 아이들도 먹고 싶어 꾀병을 부린다. 다섯 식구가 계절과 풍경을 만끽하며 지내는 사이, 오우라의 집 주변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면서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선다. 소설은 급격히 도시화하는 주변 환경과 이를 마주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저녁 구름』은 1964년 9월부터 1965년 1월까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연재되었다. 1964년은 일본 도쿄 올림픽이 개최된 해였는데, 당시 도쿄 올림픽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의 경제 부흥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국가적 이벤트였다. ‘더는 전후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표방하듯 일본은 고도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생활양식을 맞이하고 있었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다마 구릉 또한 실제로 당시 도쿄의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쿄 외곽에 조성된 일본 최대 규모의 신도시 ‘다마 뉴타운’이 자리한 곳이다. 실제를 반영하듯 소설 속에서도 언덕 일대에 도시화가 한창 진행되면서, 오우라 가족은 멀리서 땅을 파헤치는 불도저의 굉음을 듣거나 벌목된 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본다. 이 같은 도시 개발의 한복판에서도 소설은 쉽사리 놓치기 쉬운,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고 애틋한 일상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살펴본다.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힘

그리움이라는 정교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 쓰지하라 노보루(소설가)

‘지금’은 방금 전까지 거기에 있었지만 금세 사라지고 만다. 지금 이대로 영원할 것만 같지만 다음 순간에는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는 일에 대해 쓰고 싶다. (246~247쪽)

늘 똑같아 보여도 매순간 달라지는 저녁 구름처럼,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모양을 띤다. 그것이 개발 때문만은 아니다. 다섯 식구의 소소한 일상에 주목하는 이 소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때로는 중요한 일을 깜박하고 자신의 말실수를 후회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커가는 가족의 시간을 그리움의 정서와 함께 그려낸다. “언제까지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 언젠가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은 채 집에서 놀 수 있었던 날을 그리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13쪽)

이처럼 일상을 향한 작가의 깊은 관심에는, 평온한 일상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다는 작가의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무엇보다 작가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다. 소설에서 오우라는 해군 예비학생대에 입대했을 때 자신이 쓴 편지를 베껴 적어놓고, 아내는 얼마 전 내리친 벼락 이야기를 하며 “공습으로 집 마당에 소이탄이 떨어”졌을 때보다 훨씬 무서웠다고 말한다. 전쟁을 경험한 이들에게 일상이란 당연하게 주어진 무엇이 아니라, 상실에 대한 예감과 불안 속에서 힘껏 움켜쥐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의 고요한 표면 이면에는 동시대 일본인의 삶에 대한 고통스러운 불확실성이 깔려 있다”라는 현대 일본문학 연구자 밴 C. 게셀의 지적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읽힐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안보투쟁이 격렬했던 1960년대에 가족과 일상을 이야기했던 쇼노의 문학적 태도를 급진적으로 볼 것인가, 보수적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둘 다이면서 어느 쪽도 아니”라고 보았다. 쇼노가 말하는 일상에는 다섯 식구의 식사 시간과 하굣길, 생일상과 마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 개발로 인해 사라진 집 주변의 산과 숲, 필연적인 변화와 상실 속에서도 끝내 지금을 지켜내려는 데서 겪는 불안까지 아우른다. 이처럼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욱 소중한 시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저녁 구름』에는, 우리의 일상을 둘러싼 세상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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