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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애나
멜런사 온순한 리나 옮긴이 해설·불행의 울타리에 갇힌 사람들 작가 연보 기획의 말 |
Gertrude 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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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도 계속된 강도 높은 애나의 노동 인생에서 그녀가 정말로 건강했던 때는 없었다. 줄곧 심한 두통에 시달렸고 언제나 여위고 지친 모습이었다. 그녀는 욕구와 건강과 체력은 도외시하고 항상 자신보고 제발 쉬엄쉬엄 일하라고 당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이었다. 그녀의 완고하고 신실한 독일 정신에 따르면 이런 태도가 하녀의 올바른 자세였다.
--- p.39 애나는 누구든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전심전력을 다했다. 가련한 애나는 아니요,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하물며 렌트먼 부인은 애나가 사귄 유일한 연인이었다. 로맨스는 한 사람의 인생을 지탱해주는 이상理想이어서 그것을 잃고 살아가기는 너무 쓸쓸하다. 그래서 착한 애나는, 친구를 위해서는 옳은 길이 아님을 알면서도, 저축한 돈을 모두 이 집을 위해 내놓았다. --- p.68 멜런사 허버트는 거의 언제나 흑인 아버지를 증오했지만,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능력은 끔찍하게 즐겼다. 그래서 한때 연노랑 피부에 외모가 상냥한 어머니 쪽으로 쏠렸던 그녀의 감정은, 실질적으로는 검고 거친 아버지 쪽과 더 가까웠다. 내면에 축적된 어머니에 관한 기억에서는 어떤 존경심도 일지 않았다. --- pp.113~114 제퍼슨 캠벨을 만나기 전 한 해 동안, 멜런사는 다양한 종류의 남자를 시험해보았으나 어느 누구에게도 아주 깊이 끌리진 않았다. 그들과 만나고, 제법 어울리다가 헤어지고, 어쩌면 다음번엔 더 흥미롭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 모든 과정에 진정한 의미가 전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때 그녀는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고, 사람들 각자가 원하는 게 뭔지도 알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것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그 남자들과 있으면 전혀 배울 게 없다고 직감했다. 그녀는 심오한 가르침을 줄 누군가를 원했고 지금 마침내 그 사람을 찾았다고 확신했는데, 이 남자의 내면에서 그 가르침이 찾아질지 살펴보려는 생각을 미처 하기도 전에, 그렇다, 그녀는 정말 그 사람이라고 믿었다. --- p.136 가여운 멜런사, 그녀의 사랑이 분명 그녀의 정신을 혼미하고 멍청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멜런사는 계속 점점 더 로즈 존슨과 어울리고 싶어 했고, 로즈도 다시 그녀에게 충고하기 시작했지만, 로즈는 그녀를 도울 수가 없었다. 지금은 누구도 어떤 말로도 조언할 도리가 없었다. 멜런사가 젬 리차즈와의 관계를 바꿀 수 있었던 시간은 이미 모두 지나가 버렸다. 로즈는 그 사실을 알았고, 멜런사 역시 그 사실을 이해했지만, 그러나 스스로 그 사실을 인정하기는 죽는 것만큼 힘들었다. --- p.278 리나가 자기를 먼지에 불과하게 취급하는 고모네 가족을 어떻게 그렇게 계속 자주 방문할 수 있는지, 메리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리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싶다는 감각이 아예 없었으며, 그것이 항상 그녀에게 생기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 --- p.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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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서사를 벗어난 자유분방한 형식
‘입체파 문학가’ 스타인의 대담한 도전 『세 인생』은 거트루드 스타인이 1905~6년에 쓰고 1909년에 (자비로) 출간한 첫 작품으로 독립적인 세 작품으로 구성된다. 가상의 도시 브리지포인트에서 살고, 일하고, 사랑하는 「착한 애나」 「온순한 리나」 「멜런사」, 세 여성의 삶을 담은 이 작품에서 스타인은 형식과 언어의 대담한 실험을 시도한다. 전통적인 선형적 연대순 서술을 대신해 유의미한 에피소드들을 반복해 배치하고, 이렇게 에피소드가 거듭 등장하면서 주인공의 성격과 심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단어와 구절, 문장과 문단을 반복하는 독특한 표현 방식은 작품의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환기한다. 세잔, 마티스, 피카소가 눈이 시야를 구성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것처럼, 스타인은 단어가 의미의 영역을 구성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받으며, ‘입체파 문학가’라고 불렸다. 현대 미술에서 눈이나 귀가 자연스럽게 주어진 현실로 보는 것이 그 자체로 관람자의 적극적인 구성의 산물이듯, 스타인의 소설도 독자들의 의미 구성 방식을 상기시킨다. 실제로 이 작품은 스타인이 현대 미술을 발견한 흥분 속에서 쓰였다. 이 작품을 쓰기 불과 몇 년 전, 스타인은 오빠 레오와 파리에서 살롱을 열고 미술 작품을 수집하며 당대의 예술가들과 교유하고 있었다. 현대 미술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스타일이 작품에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 『세 인생』은 당시 발간한 출판사에서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당시로서는 낯선, 혁신적인 작품이었으며, 미국 문학에 모더니즘의 지평을 연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누가 그녀들을 불행하게 만드는가? 세 인물을 통해 그린 여성의 삶 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서로 만나지도 않으며, 각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세 편 모두 비주류 노동계급 여성이 주인공이며 ‘멜런사’는 흑인과 백인의 혼혈로, 이 작품은 주변부 계층의 삶에 주목하여 인종차별, 신분 계급, 가부장 문화, 동성애 등 다양한 이슈를 제기한다. ‘착한 애나’는 자기 일(하녀 업무)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살림을 하듯 주체적으로 일을 하지만 고전적인 성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타인과 사랑하는 이를 위해 헌신하지만 자신은 돌보지 않는 왜곡된 희생정신을 가지고 있다. ‘온순한 리나’는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인물로, 결혼과 출간 같은 중대사조차도 자기 뜻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타인의 뜻에, 그 집안의 권력자에게 휘둘리고 순종한다. ‘멜런사’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세상의 지혜와 이치를 터득하게 도와줄 사람, 진정한 사랑을 갈구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사랑 속에서 권력관계에 상처 입고,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상처들만 남는다. 이들의 삶은 세 갈래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쩌면 각 특징들의 다양한 조합이 결국 여성들의 삶이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근본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여성들은 세 주인공들의 삶을 보면 부분적으로 자기 삶이 겹쳐질 것이다. 스타인은 ‘세 명의 인생’으로 세대를 넘어 여성의 삶에 대해 통찰할 수 있게 했으며, 삶의 비극을 만들어낸 사회적 문제들을 짚어 보여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