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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양장, 개정판
백영옥 저
김영사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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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에디터스 노트
2부 애독자 엽서
3부 고백합니다
4부 적의 대화법
5부 바로잡습니다
6부 죄와 벌
7부 내 말은 그게 아니야!
8부 주방의 비밀
9부 닥터 레스토랑
10부 이게 다예요!
11부 비밀과 진실
12부 P.S.

저자 소개 1

2006년 단편소설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 장편소설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 『애인의 애인에게』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에세이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다른 남자』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힘과 쉼』 등이 있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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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3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130*188*30mm
ISBN13
9791173328572

책 속으로

한순간 55사이즈에서 44사이즈로 변하는 마법이 있다면 파우스트 박사처럼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것 같다. 팔아치울 영혼이란 게 정말 내게 있다면.
---「1부 에디터스 노트」중에서

그를 찾고 싶었다. 얼굴 없는 권력이 궁금해서만은 아니었다. 나는 그가 어떻게 그렇게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설명하지 않고, 오직 문장 하나로 사람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건 내가 피처 에디터로서 가장 갖고 싶은 권력이었다.
---「2부 애독자 엽서」중에서

무엇보다 레스토랑을 떠도는 이 따뜻한 공기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주방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흥미로워.”
“그러네요. 사장 한번 취재해보고 싶네.”
“아니. 이서정 네가 흥미롭다고.”
김민준이 웃었다.
“자! 먹었으면 움직여야지. 난 무이랑 분더샵도 들러야 돼. 구두랑 옷 가져갈 게 있거든. 황학동에 들러서 소품들도 챙겨야 되고.”
---「3부 고백합니다」중에서

사람의 의욕을 꺾는 방법은 간단하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순간에 그 일을 빼앗으면 된다.
“이서정. 분명히 말하지만 난 디렉터고 넌 에디터야. 내 말에 일일이 토 다는 게 말이 돼?”
나는 말 없이 기자 선배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한 마디만 더 말하면 콱 물어버리겠어, 라는 의지를 두 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3부 고백합니다」중에서

진정한 망각이란, 결국 그 단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만의 것이다.
---「5부 바로잡습니다」중에서

사람들은 패션을 얄팍한 유행이라 비웃지만, 수백 시간을 들여 완성한 오트쿠튀르 드레스나 완벽한 아치를 그리는 스틸레토 힐을 보면 나는 마음이 움직였다. 굶는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과 예쁜 구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은 내 안에서 번번이 충돌했다.
이것도 저것도 해야겠고, 이쪽도 저쪽도 놓칠 수 없다. 내겐 이 두 가지 욕망이 모두 다 중요하다. 그래서 남들 놀 때 눈에 불을 켜고 일하고, 일해서 번 돈으로 치열하게 쇼핑한다.
---「7부 내 말은 그게 아니야!」중에서

책을 읽는 건 좋았다. 하지만 책 몇 권을 읽는다고 갑자기 고결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프라다 포코노 나일론의 매끈함을 좋아했고, 동시에 진흙쿠키를 삼키는 아이들의 얼굴도 외면하지 못했다. 고결해지고 싶은 욕망과 속물로 남고 싶은 갈증이 같은 몸 안에서 칡덩굴처럼 엉켜 있었다.
---「8부 주방의 비밀」중에서

그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평평해서 그 시간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사건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기록을 다시 읽는 사람처럼 말했다. 이미 수천 번 되풀이한 문장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복기하는 목소리였다. 나는 그런 목소리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건 내 목소리였다.
담담한 척, 괜찮은 척, 그러나 꾹꾹 눌러 쓴 글자처럼 종이를 뚫고 나가는 감정이 응어리진 목소리.
---「10부 이게 다예요!」중에서

“가짜를 쫓다가 네 일에서 진짜를 찾아냈잖아.”
---「11부 비밀과 진실」중에서

그렇게 오늘도 나는 소문과 진실 사이에서 고민한다.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갈등을 다루는 것이 드라마작가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조금 더 살벌하고, 현실적인 갈등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누군가 깊숙이 접어놓은 페이지를 읽는다는 건, 그걸 보고 가슴 아파한다는 건,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는 증거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12부 P.S.」중에서

출판사 리뷰

“왜 아무것도 소유하면 안 돼요?”

외면의 스타일과 내면의 스타일 사이에서 흔들리며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도시인들의 이야기

2008년 출간 이후 지난 18년간 30만 독자에게 선택을 받은 작가 백영옥의 대표작 『스타일』이 개정을 거쳐 김영사에서 재출간되었다. “재기발랄한 작품. (…) 흥미로움을 점층시키는 구성이 아주 뛰어나서 손에서 떼어놓기가 힘들었다”라는 심사와 함께 1억 원 고료의 제4회 세계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스타일』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증명하듯 이듬해 ‘엣지’라는 단어를 전 국민의 뇌리에 각인시킨 김혜수 주연의 드라마 〈스타일〉로 각색되어 크나큰 인기를 얻었다.

『스타일』은 작가 백영옥의 소설들 가운데서도 가장 유쾌하고 속도감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주인공 이서정은 패션잡지사 〈A〉의 피처팀 기자로,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들어 30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허드렛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이서정을 중심으로 밤낮 없는 극한근무, 라이벌 잡지와의 무한경쟁, 수직적 조직문화를 위시한 직장 내 알력다툼 등 화려한 패션계의 민낯이 드러난다. 매일같이 야근에 시달리는 그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신원을 감추고 인기 요리 칼럼을 연재 중인 필자 ‘닥터 레스토랑’의 인터뷰를 따내는 것이다.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화보 촬영장과 그 속에서 아슬아슬 줄 타는 사랑, 그리고 닥터 레스토랑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촘촘하게 엮여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주인공 이서정이 말하듯 『스타일』의 이야기는 “음모와 배신, 모략과 코미디가 뒤섞인 퓨전 장르 드라마”나 다름없다. 여기에 작가 백영옥 특유의 솔직하고 감각적인 문장이 읽는 맛을 더했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서는 분량과 구성을 조정하여 더욱 몰입감을 높였다.

“책을 읽는 건 좋았다. 하지만 책 몇 권을 읽는다고 갑자기 고결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프라다 포코노 나일론의 매끈함을 좋아했고, 동시에 진흙쿠키를 삼키는 아이들의 얼굴도 외면하지 못했다. 고결해지고 싶은 욕망과 속물로 남고 싶은 갈증이 같은 몸 안에서 칡덩굴처럼 엉켜 있었다.”
-본문에서

그렇다고 『스타일』이 가볍기만 한 작품은 결코 아니다. “이 시대의 피상성, 깊이 없음을 쿨하게 잘 형상화했다”라는 심사평에서 알 수 있듯 『스타일』은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현대 도시인의 진지한 속내를 예리하게 포착해냈다.

이서정에게 패션계는 8년이나 몸담아왔음에도 여전히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다. 추한 진실보다는 아름다운 거짓을 귀하게 여기는 이곳 사람들은 모두 드러나는 부분을 꾸미는 데 전념한다. 이서정은 수시로 자신을 속여가며 꾸역꾸역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자신 역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사표를 세 번이나 썼음에도 그는 결국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스타일』은 내면의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외면의 스타일에 눈감지 못하는 현대인의 속사정을 있는 그대로 풀어놓는다. 이서정은 내면을 위해 끝내 외면을 포기하지 못한다. 대신 “이제 더는 고민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한다. 그는 그저 같은 몸 안에 칡덩굴처럼 엉킨 “고결해지고 싶은 욕망과 속물로 남고 싶은 갈증”을 모두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다고 해서 나아가기를 멈춰야만 하는 것은 결코 아니기에.

“가짜를 쫓다가 진짜를 찾아냈잖아.”

모두가 선망하는 스타일을 위해
자신을 구겨 맞추는 이들을 위한 변명의 찬가

외면의 스타일을 가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것이 진짜 자신의 모습인지 의심하게 된다. SNS가 활발해진 지금은 20여 년 전보다 같은 의문이 더욱 심화한 상태다. 혹자는 SNS가 인생의 낭비일 뿐이며, 남에게 보여주는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한 삶을 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이미 SNS가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모두에게 소원하기만 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그러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는 마음은 미성숙할지언정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이내 들킬 허풍을 떨고, 스키니진을 입기 위해 부작용이 예고된 다이어트 알약을 삼키고, 펀드와 보험은 없음에도 프라다의 신상 가방을 들여다보는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미성숙할지언정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모두가 선망하는 스타일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를 구겨 맞추고 있는 오늘날의 독자들은 이서정을 보면서 느끼게 될 것이다. 어쩜 나 역시 이 고민을 끝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짜를 쫓아야만 진짜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짜를 쫓다가도 진짜를 찾아낼 수 있다.

당신이 지금 만약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일단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진정성’에 대한 강박 때문에 한 발짝도 못 움직이고 있다면 지금 변명의 찬가 『스타일』이 필요하다. 『스타일』은 완벽하지 못한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희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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