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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산다는 것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가 전하는 서두르지 않는 삶 뉴에디션,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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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머리말

시간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한가로이 걷기
듣기
권태
꿈꾸기
기다리기
내면의 고향
글쓰기
포도주의 지혜
모데라토 칸타빌레

리듬의 교체(막간의 시간)

의문 제기와 유토피아 그리고 조언
문화의 과잉
도시계획의 지연에 대하여
분주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순박한 사람들의 휴식
하루의 탄생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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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

저피에르 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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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re Sansot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피에르 쌍소는 1928년에 태어나 프랑스 그르노블에 있는 피에르 맹데-프랑스 대학과 몽펠리에의 폴 발레리대학에서 철학과 인류학을 가르쳤다. 행복을 찾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느림’의 방식을 찾은 그는 ‘느림의 철학자’, ‘걷기 예찬론자’로도 불렸다. 삶과 환경에 조화를 이루는 삶의 자세를 이야기한 여러 에세이를 통해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느림’에 관한 책들은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는 2005년에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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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브장송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건국대학교 등에서 언어학을 강의했다.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대변동》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등 100여 권이 있고, 지은 책으로 《원서, 읽(힌)다》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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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128*188*20mm
ISBN13
9791192788715

책 속으로

삶은 내게 주어진 기회, 두 번 주어지지 않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삶이 우리에게 선물을 주기 때문에, 또 이상적으로 균형이 맞춰질 때 기쁨의 크기가 고통의 크기를 넘어서기 때문에 삶이 행운이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삶을 행운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지금 살아서 아침이면 햇빛을, 저녁이면 어둠을 만나는 행운을 매번 누리기 때문이고, 모든 사물이 본래의 광채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며,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미소와 찡그린 얼굴에서 불만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걸기 때문이다.
삶 자체는 파도처럼 일렁이며 넓게 펼쳐진다. 삶은 거친 돌풍이나 강물보다는 작고 섬세한 물방울과 같다. 우리를 구속하는 억센 힘이라기보다는 보드랍게 감싸주는 빛과 같다.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삶이라는 특권을 핑계로 나는 나만의 공간을 원했고, 원했어야 했다. 아무도 없는 공간, 혹은 영원에 가까운 공간에 은거하거나 피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시간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물론, 부정직할 수밖에 없는 온갖 제안을 해오며 내 공간을 차지하려는 사람들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제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나는 이 짤막한 책에서 밝혔다. 나만의 속도에 맞추어, 더 정확히 말하면 운명의 여신이 나를 위해 미리 정해둔 속도에 맞추어 살아가도록 나를 내버려 두라고 그들에게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다.
--- 「머리말」 중에서

한가로이 걷는다는 것은 시간을 멈추는 게 아니라, 시간에 떼밀리지 않고 그 흐름에 순응한다는 뜻이다. 한가로이 걷기 위해서는 여유로움이 전제되어야 한다. 요컨대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 세상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한가로이 거닐 때 우리는 물건들을 그저 구경할 뿐, 그 물건들을 반드시 사겠다는 욕심까지 부리지는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조심스레 바라보지만 그들의 관심을 끌려고는 하지 않는다. 나는 분주한 도시에서도 느긋하게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을, 상품화된 사회에서도 순간의 경이로움을 맛보게 해주는 중요한 오브제라 생각하고 싶다. 한가로이 걷는 여인의 모습에서는 당당하면서도 유려한 면마저 엿보이고, 한가로이 걷는 남자의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호기심에 찬 신중한 눈빛은 총기로 번뜩인다. 둘 다 나에게는 즐겁게 관찰해보고 싶은 대상이다.
--- p.43

나에게 권태는 세상을 정직하게 활용하고, 내가 세상에게 다가가거나 반대로 세상에게서 벗어나, 세상을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세상을 다시 음미하는 수단이다.
앞으로 나는 활기찬 생명력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또 순수한 충동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충동이 우리가 마땅히 따라야 하고 그러지 않는 것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라는 것만을 기억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절제된 권태를 권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어떤 편견도 없이 권태를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 pp.79-80

나는 포도밭을 보면 태양과 돌과 건조한 기후가 떠오른다. 물론 가뭄도 빼놓을 수 없다. 포도주를 마시면 때때로
목구멍이 불타는 것처럼 화끈거린다. 목구멍 너머까지 화끈거리는 데다 따가운 햇살까지 더해지면서 젊은이들은 그늘의 너그러움을 잊어버렸다. 그들의 얼굴은 처음에는 잉걸불처럼 저물어가는 햇살에, 다음에는 자신들이 들이켠 포도주라는 불덩이로 인해 벌겋게 달아오른다. 겉보기에도 시원하게 보이는 탓에 목구멍에 밀어 넣은 분홍빛 포도주 때문에 그들의 몸은 불꽃처럼 활활 타오른다. 그들은 온몸이 타는 듯한 더위를 느끼고, 그 살아있는 장작 전체를 짓누르는 듯한 고통을 기분 좋게 견딘다. 그렇게 온몸이 다갈색으로 변해서 잠을 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새벽까지 그렇게 견딘다.
--- pp.141-142

공원에서 덤불 숲을 사이에 두고 기분 좋게 잠깐만이라도 대화를 나눠보라. 자갈길에서도 똑같은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자갈길 덕분에 우리는 누군가 가까이 다가온다는 걸 예측할 수 있다. 그가 자갈을 밟으며 본의 아니게 소리를 내니까. 그런데 요즘 시청에서는 이런 자갈길을 아스팔트 길로 바꾸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발자국 소리가 존재감을 상실해가는 실정이다.
내가 부자여서 스위스에서 삶을 마칠 수 있다면 좋겠다. 바라건대, 나는 고통스럽게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순간적으로 꺼지는 불빛이었으면 좋겠다. 헌신적인 간호사가 매일 나를 휠체어에 태우고 산책을 시켜주면 좋겠다. 그리고 어느 날 저녁, 내가 저 호수와 맞은편 강변의 희미한 빛을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면 좋겠다.
--- p.232

솔직히 말해서, 나도 하루에게 내 약속을 어기는 때가 있다. 밤에서, 꿈에서 벗어나기가 힘들 때가 그렇다. 시작이 어그러지면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게 부끄럽다. 하지만 내일이면 또 다른 새벽이 어김없이 내게 찾아올 것이다.
내일 또 다른 하루가 태어날 것이다. 내일 나는 다시 견자(見者)가 될 것이다. 만물을 향해 손을 뻗고 계절의 바퀴를 돌릴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떤 계절이든 나에게는 마음에 들 것이다. 빛이 저물 때까지 나는 그 빛과 함께할 것이고, 밤이 새벽에 의해 찢겨나갈 때까지 밤과 함께할 것이다. 누더기를 걸친 이 세상에 왕의 옷을 입혀줄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 내면에서 들끓는 진정한 충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나는 세상에서 누더기를 벗겨낼 것이다.
내일 또다시 나는 아직 살아있는 존재라는 행운을 헤아려볼 것이다.
--- pp.259-260

출판사 리뷰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다. 자신의 속도로 살아갈 자유에 관한 철학이다

피에르 쌍소가 말하는 느림은 단순히 행동을 천천히 하거나 일을 덜 하는 것이 아니다. 느림은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는 의지이며, 외부에서 강요하는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태도다.

우리는 흔히 빠름을 성실함과 능력의 증거로, 느림을 게으름이나 무능력의 징표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쌍소는 이러한 사회적 통념에 질문을 던진다.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끊임없이 무언가를 성취하고 생산해야만 우리의 시간이 가치 있는 것일까?

그에게 느림은 삶을 포기하거나 현실에서 도피하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세상과 더 깊이 관계 맺기 위한 선택이다. 서두르지 않고 걸을 때 비로소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기다림을 받아들일 때 예상하지 못한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느림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방식이다.

쌍소의 느림은 개인의 휴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도시에도 사람들이 목적 없이 머물고, 걷고, 주변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와 공간에도 느림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느리게 산다는 것』은 단순한 힐링 에세이가 아니라 현대사회의 속도와 효율 중심적 가치관을 성찰하는 인문학적 저작이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일을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자신의 삶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빠르게 살아가는 능력만큼이나 자신의 속도를 지키는 태도가 중요한 이유다.

“나만의 속도에 맞추어 살아가도록 나를 내버려 두라!” 쌍소의 이 선언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속도와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철학적 질문이자, 자기만의 시간을 지킬 권리에 관한 이야기다.

한가로이 걷고, 귀 기울이고, 기다리고, 꿈꾸는 시간 … 삶을 음미하는 것의 의미

쌍소는 이 책에서 느림을 실천하는 아홉 가지 자세를 이야기한다. 발걸음이 닿는 대로 한가로이 걷기, 다른 목소리에 마음을 여는 듣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음미하는 권태, 꿈꾸기와 기다리기, 마음속에 간직한 내면의 고향, 자신을 조금씩 되살리는 글쓰기, 포도주의 지혜, 그리고 모데라토 칸타빌레까지. 철학과 사회학, 문학이 어우러진 그의 문장은 어떻게 살라고 가르치기보다 우리가 놓치고 지나친 일상의 풍경을 하나씩 다시 보여준다.

그의 사유는 철학과 문학을 넘나들면서도 사회학적 시선을 잃지 않는다. 도시의 공간, 인간관계, 일상의 리듬을 관찰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인간의 시간과 감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삶의 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결국 세상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세상의 풍요로움을 다시 만나는 일이다.

단번에 읽히지 않는 문장도 있지만, 서두르지 않고 한 줄 한 줄 따라가다 보면 책을 읽는 시간 자체가 느림을 연습하는 시간이 된다. 쌍소는 “삶은 내게 주어진 기회, 두 번 주어지지 않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아침이면 햇빛을, 저녁이면 어둠을 만나는 행운을 매번 누리고, 세상이 여전히 나에게 말을 걸기 때문이다. 그러니 행복은 더 많이 갖고 더 멀리 가는 데 있지 않고, 이미 곁에 있는 것들을 천천히 알아보는 데 있다.

이 책은 더 빨리, 더 많이를 요구받는 시대, 오히려 모든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삶 그 자체를 충분히 경험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야기한다.

추천평

피에르 쌍소는 도시에도 때론 마음껏 머물 수 있고 근심에 싸여 혼란스러워도 활기차게 걸을 수 있는 공간, 즉 ‘용도가 결정되지 않은 공간’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버트런드 러셀은 우리 모두 조금씩 게으르게 살면, 보다 많은 사람이 일할 기회를 얻는다고 주장했다. 러셀의 ‘게으름’과 쌍소의 ‘느림’은 모두 우리가 느긋하게 있을 때 가장 인간답다고 가르친다. 느림은 성격이 아니라 선택의 영역이란다. 고상하고 형이상학적인 권태나 무기력한 나태가 아니라 행복감에 젖어 한껏 하품할 수 있는 느림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즐겁게 권태로운 삶은 과연 어떤 삶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쌍소의 답을 빌리자면, “모데라토 칸타빌레, 절제를 넘어서 느리고 우아하게!”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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