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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이화경
민음사 200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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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수화
2. 생이 가렵다
3. 둥근잎나팔꽃
4. 음력 십삼월
5. 벚꽃나무
6. 앉은뱅이 사내에 대한 추억

저자 소개 1

李和暻

전북대학교 문학박사, 소설가. 오랜 세월을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으며, 인도 캘커타 대학 언어학과에서 인도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90년대 소설 속의 여성이미지』, 『수화』, 『나비를 태우는 강』, 『꾼-이야기 하나로 세상을 희롱한 조선의 책 읽어주는 남자』, 『화투 치는 고양이』,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열애를 읽는다』, 『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 『이상 문학에 나타난 주체와 욕망 연구』 등, 옮긴 책으로 『그림자 개』, 『조지아 오키프 그리고 스티글
전북대학교 문학박사, 소설가. 오랜 세월을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으며, 인도 캘커타 대학 언어학과에서 인도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90년대 소설 속의 여성이미지』, 『수화』, 『나비를 태우는 강』, 『꾼-이야기 하나로 세상을 희롱한 조선의 책 읽어주는 남자』, 『화투 치는 고양이』,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열애를 읽는다』, 『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 『이상 문학에 나타난 주체와 욕망 연구』 등, 옮긴 책으로 『그림자 개』, 『조지아 오키프 그리고 스티글리츠』 등이 있다. 제6회 현진건문학상, 제12회 제비꽃서민소설상, 제9회 목포문학상본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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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10쪽 | 368g | 188*254*20mm
ISBN13
9788937403668

책 속으로

얼음사막얼음사막얼음사막. 사내는 세 번 연거푸 이질적인 의미의 두 단어가 자연스럽게 병치되어 있는 얼음 사막이라는 말을 흡족한 마음으로 읊조려본다. 이누이트 사내의 야생과 문명이 절묘하게 섞인 삶이 그의 마음에 들었다.

사내는 그날 밤, 얼음 사막이 있는 이슬록수이트에 가기 위해 움마나크 시의 작은 공항에서 헬리콥터를 타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그는 이누이트 사내처럼 털벙거지를 쓰고, 숫돌에 잘 벼린 칼 한 자루를 가죽 칼집에 넣었다.

사내는 매일 시청하는 비디오 테이프들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시네마의 잔영을 꿈에 끌어들였다. 늘 새롭게 각색된 꿈속의 시네마. 사내는 매일 밤 그에게 새 배역이 부과되는 롤 플레잉이 즐겁다. 책무도 강박도 없는, 깨고 나면 완벽하게 휘발되는, 단 하룻밤의 생.

사내는 기승전결의 완미한 구조를 가진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삶이 덜 익은 생선의 뱃살을 젓가락으로 휘젓는 것 같은 비릿한 역겨움을 준다고 할지라도 삶은 여전히 그냥 삶일 뿐이야, 라고 사내는 어느때부턴가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생선이 날것으로 있든 아가미까지 다 구워져 딱딱한 단백질 덩어리로 놓여 있든, 생선은 여전히 생선인 것처럼. 사내는 통찰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이 삶에 대해 이런 식으로 은유화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사내는 삶은 꿈이고, 영화는 해몽이라고 생각한다. 꿈보타 해몽이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pp.59~60

<기차는 오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선로를 베개처럼 베고 누웠다. 그녀도 조용히 내 옆에 누웠다. 수천 수만의 눈꽃송이들이 낙화하고 있었다. 두 개의 낡은 침목처럼 우리는 가로누워 입을 벌리고 눈꽃들을 받아먹었다. 그녀의 손이 벙어리장갑 속의 내 손으로 들어왔다. 성에처럼 차가운 그녀의 손이 내 손등을 어루만졌다. 그녀와 나,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의 차가운 입술이 날카롭고도 뜨겁게, 아득하게 멀어져가는 내 의식 속에 와닿았다. 폐부 깊숙이 그녀가 내 입안에 마지막 향기를 밀어넣었다. 그녀가 머플러를 풀러 내 목에 둘러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를 사랑한다고, 끝내 말하지 않았다.

<네가 늪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은, 네가 늪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네 나라 사람들은 소유가 사랑이라고 믿는 관습이 있어. 넌 그 질긴 끈을 지겨워하면서도, 그 끈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네 스스로 끈을 끊어내지 않으면 아무도 너를 늪으로부터 구출해 내지 못해>

--- p.50, 101

<기차는 오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선로를 베개처럼 베고 누웠다. 그녀도 조용히 내 옆에 누웠다. 수천 수만의 눈꽃송이들이 낙화하고 있었다. 두 개의 낡은 침목처럼 우리는 가로누워 입을 벌리고 눈꽃들을 받아먹었다. 그녀의 손이 벙어리장갑 속의 내 손으로 들어왔다. 성에처럼 차가운 그녀의 손이 내 손등을 어루만졌다. 그녀와 나,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의 차가운 입술이 날카롭고도 뜨겁게, 아득하게 멀어져가는 내 의식 속에 와닿았다. 폐부 깊숙이 그녀가 내 입안에 마지막 향기를 밀어넣었다. 그녀가 머플러를 풀러 내 목에 둘러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를 사랑한다고, 끝내 말하지 않았다.

<네가 늪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은, 네가 늪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네 나라 사람들은 소유가 사랑이라고 믿는 관습이 있어. 넌 그 질긴 끈을 지겨워하면서도, 그 끈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네 스스로 끈을 끊어내지 않으면 아무도 너를 늪으로부터 구출해 내지 못해>

--- p.50,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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