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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_ 굴레에서 벗어난 프로메테우스?
제1장 소규모 유전학에서 거대 유전체학으로 제2장 포스트-유전체 시대의 진화 이론 제3장 동물 먼저: 윤리가 실험실에 들어오다 제4장 국가 우생학에서 소비자 우생학으로 제5장 아이슬란드 데이터베이스의 거품 제6장 생물 정보의 세계적 상업화 제7장 재생의학의 성장통 제8장 신경기술과학의 필연적 등장 제9장 프로메테우스의 약속, 누가 혜택을 받는가? 후기 _ 과학의 민주적 책무를 말하다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_ 현대 생명과학의 ‘불편한 진실’ 주석 찾아보기 |
Kim Myo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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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학적 환원주의와 기술낙관주의가 뒤섞인 오늘날 과학과 기술, 순수과학과 응용과학, 대학 및 산업 연구와 군사 연구 사이의 역사적 구분은 이제 미약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생명기술과학 연구자들은 컨설턴트로서, 기업가로서, 회사의 이사와 주주로서 이들 사이를 매끄럽게 움직인다. 어떤 연구자들은 과학자나 자본가 그 어느 쪽으로 불러도 크게 무리가 없다. ---「서문: 굴레에서 벗어난 프로메테우스」중에서
결국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기간 내내 과학자들이 구사하는 수사는 계속해서 희망과 과장광고를 뒤섞었고,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불의 발견’이나 ‘바퀴의 발명’에 비유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이제 자신들의 주장을 부풀려줄 언론매체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역사의 판단은 고사하고 실험실에서의 시험 결과조차 기다리지 않았다. ---「제1장 소규모 유전학에서 거대 유전체학으로」중에서 생명윤리를 독특한 미국의 산물로 부각시킨 것은 케네디 연구소의 창립식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 도덕과 돈의 융합이다. 21세기 초가 되면 이는 넉넉한 재정 지원을 받는 학문 활동이 되었고, 이 분야 연구자들을 위해 분명하게 마련된 진로, 경쟁 관계에 있는 생명윤리 연구소 간의 영역 다툼, 자문 회사들, 서로 경쟁하는 일련의 인쇄본 학술지와 온라인 학술지들을 갖추었다. 생명윤리는 40여 년에 걸친 제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의학 연구 내에 굳건하게 자리 잡았고, 그것의 당연한 특징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제3장 동물 먼저: 실험실에 윤리가 들어오다」중에서 우생학과 유전학은 마치 결합쌍둥이처럼 개별적인 역사와 서로 연결된 역사를 모두 갖고 있다. 유전학이 19세기에 프랜시스 골턴이 제안한 우생학이라는 생명정치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가능성을 결국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 유전학이 새롭게 권위를 얻으면서 생의학은 타고난 좋은 태생과 타고난 부적격자를 과학적으로 구분해낼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은 회피하는 국가는 잠재적 부모에게, 그중에서도 특히 잠재적 어머니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결국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내에서 유전학은 사실상 소비자 우생학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제4장 국가 우생학에서 소비자 우생학으로」중에서 디코드 사의 목표는 당시 약 27만 5000명에 달하는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의 유전자 프로파일, 그리고 그들의 건강 기록과 연관된 정보를 모두 통합하는 것이었다. 이 통합 기록이 아이슬란드 HSD를 형성해서 아이슬란드 국가와 디코드 모두의 자원이 될 예정이었다. … 디코드의 제안은 전 인구의 의학 기록을 수집해서 컴퓨터화하는 것이었다. 비용은 자사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정부에 매년 상당한 액수의 사용료까지 내겠다는 제안이었다. ---「제5장 아이슬란드 데이터베이스의 거품」중에서 줄기세포 연구자들의 확신과 산업계와 정부 내 지지자들의 더한 자신감은 황우석 사건의 여파로 잠시 훼손되었지만 곧 회복되었다. 황우석은 사과 상자 속에 으레 하나쯤 들어 있는 썩은 사과였을 뿐이며, 서구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아시아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주장에는 인종차별주의 색조가 다분했다. … 생명과학계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예기치 않게 야마나카 신야의 유도만능줄기세포라는 형태로 구세주가 나타났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사람의 피부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런 윤리적 문제도 없었고, 재료 공급도 거의 무한정 가능했다. ---「제7장 재생의학의 성장통」중에서 새로운 유형의 과학 기업이 대학에서 창발되어 기업계로 뛰어들었다. 전에는 가장 저명한 핵물리학자들에게만 보여주었던 존경의 마음으로, 사람들은 저명한 생명공학 과학자들의 발표를 경청하게 되었다. 오늘날 그들은 정부와 산업계에 자문을 해주고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강연을 하고 있다. … 생명기술과학의 잡종성은 산업계의 가치가 학계에 점점 더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수십 년간 영국 연구회들의 수장은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의장secretary이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CEO로 바뀌었다. 오늘날 연구회의 의장이나 임원들은 산업계나 금융계에서 선발되고 있다 ---「제9장 프로메테우스의 약속, 누가 혜택을 얻는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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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무엇을 위해 복무하는가
급진과학운동radical science movement이란 과학 및 과학 연구가 국가와 자본에 포섭되어 변혁의 힘을 잃었고, 더 나아가 과학이 지배 이데올로기의 담지자가 되었다고 판단하여 체제에 포섭된 과학을 해방하고 과학을 시민에게 돌려주려는 운동이다. 1960년대 말경에 영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1930년대 소련의 영향을 받아 일어난 구좌파 운동에 대한 반성에서 촉발되었다. 구좌파 과학은 과학이 사회 변화의 원동력이며 과학자는 그 변화를 이끄는 주도 세력으로 보았다. 구좌파 과학에 대한 비판을 냉전시대를 거치며 군산복합체가 등장하고 첨단과학이 군사적으로 응용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특히 베트남 전쟁 당시 생물학자들은 자신들의 식물 호르몬 연구가 고엽제 개발로 이어지는 데 경악했다. 그들은 고엽제를 풀과 나무뿐 아니라 숲 전체, 나아가 베트남 민중 전체를 겨냥한 생태학살 무기로 보았다. 이러한 과학의 ‘오용’에 대한 분노는 강단과 캠퍼스의 시국토론장, 그리고 실험실 점거와 거리 시위로 번졌다. 급진과학운동은 이후 과학의 남성중심주의를 비판하는 페미니즘 과학 진영, 과학적 인종주의를 비판하는 진영, 과학의 상품화를 거부하는 진영, 분자유전학의 발전에 따른 유전자 조작을 거부하는 진영 등 다양한 갈래로 나뉘었다. ‘유전자가 곧 우리’이고, ‘당신은 당신의 뇌’인가? 21세기의 첫 10년이 끝난 현 시점에서 행동유전학자들은 유전자가 성적 취향, 여성의 수줍음, 남성의 폭력성, 동성애, 알코올중독에 이르는 모든 것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게 ‘유전자가 곧 우리’이다. 또한 인간 유전체의 서열분석을 이끄는 분자생물학자들은 완성된 유전체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되풀이해 주장한다. 이제 분자유전학자들은 CD 한 장을 들어 보이며 그 안에 인간이 들어 있다고 선언했다. 이들 유전학자에게 인간의 존재는 컴퓨터로 부호화할 수 있는 데이터의 묶음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20세기 말부터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한 신경과학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인간 존재를 설명한다. 신경학자들은 “당신은 당신의 뇌”(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칸델)라며 모든 인간 행동과 습성을 뇌 활동의 결과로 해석했다. 이러한 신경과학의 환원주의는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각종 정신질환이나 학습 능력, 범죄 성향까지도 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며, 따라서 약물 치료 및 외과적 처치로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 저자들은 생물학적 구조의 복잡성과 다층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런 환원주의가 해당 분야의 연구자와 기업이 받게 될 엄청난 재정 지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시대의 우생학을 경계한다. 1990년대 중반 디코드 사는 아이슬란드 정부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DNA 바이오뱅크 구축을 제의했다. 관건은 국민이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 동의를 하느냐이고, 개인의 DNA 정보가 과연 안전하게 보호될 것인가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렇게 확보한 DNA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였다. DNA 정보를 이용해 특정 질병의 인자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하고, 인구 계획에 반영한다면, 이것은 국가가 개인의 재생산 자유를 침범할 수 있었다. 또한 19세기 후반에 등장해 20세기 초에 자취를 감춘 우생학의 간접적 부활을 예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생학은 해부학적으로 우월한 인종과 열등한 인종을 구분하고, 나아가 열등한 인종의 재생산을 가로막는 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유전체학의 발전에 따라 국가적으로 강제된 우생학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다시 등장했다. 여성의 건강기록이 공개되고, 태어날 아기의 질병을 예상할 수 있게 되면서 우생학은 개인의 선택으로 넘어갔다. 유전체학의 발전에 따라 과학의 외피를 입은 우생학의 망령은 이제 국가가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유주의 경제 활동의 일환이 되어 소비자가 선택하고 구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20세기를 지나면서 과학은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었다. 실험실에서도 간단한 도구가 아니라 복잡한 고가의 첨단 장비가 필요하게 되었다. 과학은 이제 실험실에서 소수의 연구자가 진행할 수 있는 수준에서 벗어났고, 거대한 설비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거대과학이 되었다. 과학의 연구 방향은 국가가 설정하고, 군대가 추동력이 되었다. 한때 군산복합체였던 것이 이제는 군산학복합체가 되었다. 한때 과학은 정치와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과학을 사회에 내재된 진보적 힘으로 간주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생산하는 지식이 자본주의 계급의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를 반영한다고 인식했다. 오늘날 과학 연구를 통해 이득을 얻는 집단은 과학자가 아니라 정치가와 기업가다. 그들이 인간게놈프로젝트, DNA 바이오뱅크, 줄기세포 연구,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를 관리하고 주도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얻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에 종속된 생물학의 상업화를 경고한다. 생명기술과학 연구자들은 컨설턴트로서, 기업가로서, 회사의 이사와 주주로서 이들 사이를 매끄럽게 움직인다. 어떤 연구자들은 과학자나 자본가 그 어느 쪽으로 불러도 크게 무리가 없다. 거시정치경제와 지식 생산 과정 모두에서 이러한 변형이 나타나면서 생명과학자들의 가치도 변화를 겪었다. 과거에 그들은 대체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었다. 다시 말해 자연의 존재들에 대한 지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재물의 신은 실험실에서 환영받는 존재가 되었다. 학술지들 또한 금전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있다. 대다수 학술지들은 상업적 회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일급 학술지인 《네이처》는 맥밀런 사의 소유물이며, 《사이언스》는 소유주인 미국과학진흥협회에 수익을 안겨준다. 현재의 심대한 위기 속에서 누가 자본주의와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기술과학으로부터 이익을 얻느냐는 질문은 큰 반향을 낳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와 거대한 DNA 바이오뱅크, 줄기세포 연구, 신경과학의 대대적 성장의 주된 수혜자는 과연 누구인가? 지식은 지적재산이 되었다. 기술과학은 디지털화를 통해 전 지구적 경제 내에서 그것의 일부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거대 제약회사를 포함해 벤처 자본, 생명공학 회사, 감시와 통제에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군대가 주도했고, 아울러 생명 그 자체를 재구성하고 더 나아가 만들어내려는 새로운 세력들이 등장했다. 이것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생명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야심만만하고 값비싼 프로젝트인 인간유전체프로젝트(HGP)는 대규모의 DNA데이터뱅크를 설립하고자 하였고 이를 통해 ‘질병 유전자’를 찾아내 맞춤의학을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신약의 형태로 돌파구를 만들고자 하였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업과 매체들은 이 같은 기술들이 인류에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유전체학의 발전에 따라 과학의 외피를 입은 우생학이라는 망령의 위험한 칼날은 현대 생명과학의 담론에서 배제된 대중을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