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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Sc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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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을 정리할 때 나는 끊임없이 ‘이 사람의 인생은 어떨까?’ 하며 궁금해 했다.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곤 했다. 그 이야기는 밀라노 자신의 아파트에서 평생 모아온 귀중한 물건들과 기억 속에 앉아 있는 우아한 노신사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교복을 입고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으로 등교하는, 부러운 모험들이 눈앞에 놓인 두 어린아이들일 수도 있다. 이 이야기들 중 어떤 것은 즐겁고 어떤 것은 슬프지만 그게 인생 아닌가. 심지어 상상한 인생이라도 말이다.
- 늦은 오후였고 길게 뻗은 인도 위로 햇빛이 반사되어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반짝이는 빛들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등에서 시선을 잠시 떼어 처음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고 그제야 그녀가 금빛의 금속 의족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순식간에 사진의 전체 콘셉트가 바뀌었다. 나는 밭은 숨을 몰아쉬며 25미터쯤 되는 빛과 그림자 속에서 세 장을 연거푸 찍은 후 카메라를 내렸다. 그 세 장의 사진 중에서 한 장의 사진, 이 사진이 완벽했다. 그녀의 신체의 강인함, 관능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봄날의 자전거 타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이 모두 포착되었다. - 나는 초라해 보이지만 흥미롭게 옷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을 종종 블로그에 올리곤 하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에 항상 놀란다. ‘이 사람은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할 사람이지 무슨 색의 구두를 신을지 걱정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적게 가졌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가난하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삶과 음악과 음식과 예술과 심지어 패션을 즐기지 못하란 법은 없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짜 스타일이란 단순히 입은 옷 이상이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다음 페이지의 사진들을 보고 솔직하게 생각해보자. 옷을 전혀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옷이 보일 때 못지않은 시각적인 파워를 주었을 것이다. 좋은 헤어컷은 몇 달씩 지속되고, 훌륭한 헤어컷으로는 두세 가지 다른 연출을 할 수 있다. 좋은 헤어컷의 최대 장점은 매일 같은 머리라도 매일 멋져 보인다는 사실이다. --- 본문 중에서 |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 당신이 곧 스타일이다
스타일에는 힘이 있다. 스타일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시그니처가 된다.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 마크 주커버그의 회색 티셔츠,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무채색 옷 등을 떠올려보면 대번에 이해될 것이다. 물론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가 촌스럽다거나 마크 주커버그의 티셔츠가 지겹다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는 끊임없지만, 그럼에도 검은 터틀넥이라고 하면 잡스룩이라 불릴 만큼 그들이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유명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세련되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뽐내는 요즘, 이를 포착하려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 수는 나날이 늘고 있다. 스콧 슈만은 그 많은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중에서도 초창기에 시작한 선두주자다. 그가 사토리얼리스트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도 여전히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하나다. 그는 철저하게 스타일 트렌드나 패션 팁이 아닌, 입은 사람의 아이덴티티에 주목하는 작업 정신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2005년 동명의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로 그는 지난 10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5시간 이상 길 위에 서는 일을 반복해왔다. 코가 떨어져 나갈 만큼 추운 겨울이나 땀이 물 흐르듯 하는 여름이라도 상관없이 몇 시간이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고심하여 피사체를 선별한다. 그리고 인종, 연령, 문화, 학력, 소득 수준이 모두 제각기 다양하더라도 그들을 하나로 관통하는 공통분모인 자기표현으로서의 패션 감각을 포착하면 주저 없이 카메라에 담는다. 그의 책 《사토리얼리스트 X》는 스타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직관적인 대답이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노부인부터 엄청난 강도의 노동을 하면서도 두건 색과 하의의 밑단 색깔을 근사하게 맞춰 입는 인도의 짐꾼까지, 피사체의 옷차림만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옷에 대한 가치관,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전달한다. 피사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의 힘, 세련된 유머 감각, 날선 도전 정신.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스콧 슈만만의 미덕이다. 소설가 김중혁의 말처럼 패션에 대한 본보기가 거의 없는 요즘 시대에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은 그저 행운이라고밖에. 완성형 사토리얼리스트를 보고 싶은가? 이 책을 보라. 스타일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