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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자기만의 세상을 가꾸다 나온 걸작(피에르 보나르와 아내 마르트의 이야기) ‘예술 없음’이 낳은 걸작(아마추어 사진과 밥 로스 이야기) 숭고한 전망을 갖는 걸작(생빅투아르와 방투 산 등정기)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만드는 걸작(레이 존슨, 솔 르윗, 오노 요코 이야기) 닥치는 대로 수집하다가 나온 걸작(전구 수집광, 반스 컬렉션, 분더캄머 이야기) 죽음을 물리치고 인생을 구원한 걸작(제이 드페오, 에바 헤세, 샬로트 살로몬 이야기) 재난을 최대한 활용한 걸작(프랭크 헐리 이야기) 벗은 몸을 바라보는 일과에서 나온 걸작(펄스타인 작업실 탐방기) 감상하려면 여행이 필요한 걸작(대지미술 순례기) 일상의 사소한 즐거움과 기억을 불러내는 걸작(샤르댕과 웨인 티보 이야기) 감사의 글 옮긴이 후기 - 친절한 키멜만 씨 마이클 키멜만과의 인터뷰 참고 문헌 찾아보기 |
Michael Kimme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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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경이로움은 때로 논리를 거부하고 어렵고 상상하기 힘들 때조차(종종 특히 이럴 때) 배울 점이 있다. 1911년 에드가 드가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화가였던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에게 가장 특별한 경의를 표했다. 노인이었던 드가는 파리의 조르주 프티 갤러리에서 열리는 앵그르의 전시를 하루도 빼놓지 보러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당시 드가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림들 위로 손을 저어 볼 뿐이었다. 어른이 아이를 안아 보듯 그림을 쓰다듬어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저 애정 때문만이 아니라 직접 손을 대는 행위를 통해 그 순간을 초월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사랑과 헌신의 손짓 속에서, 우리들보다 오래 존재할 소중한 것들과 닿은 이 접점에서 시간은 잠시 녹아 버린다.
앞으로 할 얘기들은 나 자신보다 훌륭한 것들에, 내 몸이 닿았던 접점들이다.” --- pp.16-17 작품 자체가 헤세의 열정과 헌신의 고백이었고, 작품을 위해서라면 그녀는 모든 것을 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솔 르윗은 언젠가 편지로 헤세의 이런 태도를 격려했다. 예술가끼리 주고받는, 영감을 주는 글의 전형이라 할 만한 편지였다. “세상을 향해 가끔 ‘엿 먹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 르윗이 헤세에게 말했다. “넌 그럴 권리가 있어. 생각하고 걱정하고 뒤돌아보고 망설이고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상처받고 쉬운 방법을 찾고 몸부림치고 헐떡거리고 혼란스러워하고 가려워하고 긁고 더듬거리고 버벅거리고 투덜거리고 초라해하고 비틀거리고 덜거덕거리고 헤매고 걸고넘어지고 지우고 서두르고 비틀고 꾸미고 불평하고 신음하고 끙끙대고 갈고닦고 발라내고 허튼소리를 하고 따지고 트집 잡고 간섭하고 남에게 몹쓸 짓 하고 남 탓 하고 어슬렁대며 훔쳐보고 오래 기다리고 조금씩 하고 나쁘게 보고 남의 등이나 긁어 주고 탐색하고 폼 재고 앉아 있고 명예를 더럽히고 자신을 갉고 갉고 또 갉아 먹지 말라고. 다 멈추고 무조건 ‘하라’고.” “멋있는 걸 만들 생각은 버려. 너만의 고유한 ‘볼품없음’을 창조하라고. 너만의, 너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라고.” --- pp.161-162 펄스타인은 척 클로스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이 된 윌렘 드 쿠닝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좋아한다. 클로스가 들어섰을 때 드 쿠닝은 거실 의자에 푹 빠져 멀거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클로스가 드 쿠닝에게 그림을 보여 달라고 하자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쭉 펴더니 갑자기 말똥말똥해졌다. 그림들을 볼 때 그는 제정신이었다고 한다. 나중에 클로스가 떠날 때가 되자 드 쿠닝은 다시 텔레비전 앞으로 가더니 몸을 축 늘어뜨리고 의자에 몸을 묻었다 한다. 그의 눈도 다시 흐릿해져 있었다. ”세상에선 온갖 얼토당토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죠.” 펄스타인이 말했다. “작업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조절을 할 수 있어요. 세상을 위해 뭔가 건설적인 일을 하는 거죠. 군대에서 내가 배운 건 이거예요. 전쟁에서 모든 것은 파괴이고, 그래서 그 외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은 그 반대일 수 있다는 사실.” --- p.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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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보다 가슴 찡하고
피카소보다 값지고 모나리자의 미소보다 경이로운 걸작 이야기 이발소 그림의 전도사 밥 로스, 기이한 「크리매스터」의 창조자 매튜 바니, 이 둘의 작품이 동시에 걸작일 수 있는 이유는? 「뉴욕타임스」 수석 미술 비평가 마이클 키멜만이 걸작의 조건을 말한다. 1. 걸작의 조건 “치열하게 사는 것은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욕망이고 예술적인 삶에선 필수적이다.” 걸작은 「모나리자」나 반 고흐, 피카소의 작품들만 말하는 게 아니다. 예술성은 없을지 몰라도 그 어떤 걸작보다 위안이 되는 밥 로스의 풍경화 그리기도, 이름 모를 아마추어가 잘못 찍어서 더 마음을 끄는 사진도, 취미에 중독돼 자기 집 지하실에 세계 최대의 전구 컬렉션을 전시한 치과의사 힉스 씨의 전구들도 걸작이 될 수 있다. 핵심은 아마추어의 진정성, 즉 뭔가를 사랑해서 열정을 쏟아 붓고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다. ‘우연한 걸작’이란 그런 중독에 가까운 열정과 헌신이 낳은 결실이고, 우리는 거기에서 경이로움과 아우라를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경이로운 걸작들의 사례를 통해 예술이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를 살핀 책이다. 그 대상은 예술가일수도 있고 수집가일 수도 있고 막연하게라도 예술가의 꿈을 갖고 있던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2. 삶에서 끌어낸 걸작들 “나를 매혹시킨 건 예술 자체보단 예술가의 삶과 그 삶이 내게 의미하는 것이다.” 한 여자에게 중독돼 남들 눈엔 불행해 보이는 관계 속에서 더없이 아름다운 걸작을 만들어 낸 화가 피에르 보나르, 상업적 성공도 화가로서의 명성도 마다하고 10년 이상을 한 작품에 매달려 1톤이 넘은 작품 「장미」를 탄생시킨 제이 드페오, 자살을 택해 죽음마저 작품으로 만든 레이 존슨, 네바다 사막 한 가운데서 1972년에 시작한 작품을 여전히 진행 중인 마이클 하이저, 초창기 남극 원정 때 그야말로 목숨 걸고 걸작 사진을 찍었지만,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서는 전혀 예술성을 발휘 못했던 프랭크 헐리 등, 때론 극단적이고 때론 기이하지만, 예술과 삶 모두에 치열하고 헌신적이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렇게 탄생된 최고의 예술은 때로 죽음을 뛰어넘는 것이고 이 점은 예술의 변치 않는 매력이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대단하고 오래가는 뭔가를 경험하기 위해 예술을 향유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우리들도 걸작을 만들 수 있다. 지즈벤드의 여인들이 일하는 틈틈이 집안의 자투리천을 모아 만든 퀼트(어느 추상미술 작품보다 현대적이고 예술적이고 또 추운 밤엔 따뜻한)처럼 뜻하지 않게 걸작을 만들 수도 있지만, 저자는 창작은 물론이고 수집, 심지어 예술을 감상하는 행위조차 걸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술을 염두에 두고 가까이하는 삶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라는 것이다. 자기 집 지하실에 75000여 점의 세계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전구 컬렉션을 모은 치과 의사 힉스 씨의 열정도 일종의 예술이고 걸작이 될 수 있다. 특별한 열정과 헌신이 담겨 있고, 예술 작품처럼 어떤 사물(여기서는 전구)을 정말 깊이 있게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간단한 기술만 알면 누구든지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고 말하는 밥 로스의 풍경화는 예술성은 전혀 없을지 몰라도, 평범한 사람들에겐 그보다 더 예술의 몰입 효과와 치유의 힘을 체험할 수 있는 건 없다. 저자가 아마추어 피아노 콩쿠르에서 만난 사람들의 경험담에서 보듯, 예술은 취미일 때조차 마약 중독이나 장애 같은 걸 극복하는 힘이 되어 준다. 스스로를 가꾸고, 자신의 생활을 가꾸고, 늘 깨어 있게 하기 때문이다. 3. 저자가 발로 뛴 현대미술 순례기 예술이 한낱 오락거리나 과시용으로 여겨지거나, 그렇지 않으면 삶과 동떨어지고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는 현대미술에서 특히 더하다.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저것도 작품이냐며 화를 내고, 예술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들은 자기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위해 현학적인 글을 쓴다. 『우연한 걸작』은 분석적이고 냉담해지기 쉬운 현대미술에 따뜻한 시선을 건네고 문학적인 애정과 찬사를 보낸다. 옮긴이 박상미 선생과의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듯, 저자는 피아니스트로서 스스로가 예술가이기도 하다. 이 책의 따뜻한 시선은 그런 예술가로서의 경험 때문인데, 그는 몸과 영혼을 모두 작업에 투자하는 예술가들의 헌신적인 태도와 연약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책상머리와 갤러리를 벗어나 걸작들을 직접 찾아 나서고 체험하며 쓴 것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저자는 세잔을 따라 생빅투아르 산에 오르고 몇 달 동안 매주 화요일이면 화가 펄스타인의 작업실에 출근하다시피 했으며 대지미술 작품을 찾아 미국 서부의 오지를 몇 시간씩 차를 달려 찾아갔다. 심지어 매튜 바니의 작품을 보러 가서는 물에 빠져 죽을 뻔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