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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의 정치, '말'의 정치
김일성 지배 체제와 대중설득 정책 북한의 언어 정책 김일성의 저작 - 북한 사회의 경전 2. 김일성 저작의 언어기법 김일성 저작의 절대화 장치 김일성 저작의 표현양식 - 수령의 문풍 김일성 문풍의 전략적 성격 3. 주체사상의 언어 구조 통속과 반복의 언어 신화적 언어 4. 북한의 지배담론1 : 사회주의 담론 북한의 지배담론으로서의 '사회주의' 사회주의 담론의 형성 사회주의 담론의 전개 5. 북한의 지배담론2 : 민족주의 담론 북한의 지배담론으로서의 '민족주의' 민족주의 담론의 형성 민족주의 담론의 전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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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상징론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주체사상은 정치신화로서 존재한다. 주체사상은 일종의 정치신화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주체사상의 정치신화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구성되어 있다.
수천년이라는 오랜 역사 동안 인민 대중은 착취계급에 의해서 자주성과 창조성이 유린되는 암흑의 시기를 경험했는데 이러한 암흑의 시기가 위대한 수령에 의해 자주성과 창조성이 실현되는 광명의 빛, 주체사상이 창시됨으로써 인민 대중이 주인으로 등장하는 주체의 시대로 변모되었다. 주체의 시대는 "인민 대중이 세계의 주인으로 등장하여 자기 운명을 자주적, 창조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역사의 새 시대"인 것이다. 이때 인민 앞에 새 역사를 열어준 수령 김일성은 다음과 같은 수식어로 찬양되고 있다. 진정 우리의 수령님은 일찍이 그 누구도 지닌 적이 없는 비범한 예지와 탁월한 령도력, 고매한 공산주의적 덕성을 한 몸에 체현하시고 심오한 혁명리론과 위대한 혁명실천으로 혁대력사를 새롭게 개척하기소 빛내이신 로동계급의 가장 위대한 수령이시며 혁명위업에 대한 끝없는 헌신성과 인민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장구한 혁명투쟁의 전 로정을 찬란히 수놓아 오신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시다. --- p. 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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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의 감동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기아에 허덕이면서도 그렇게 만든 유일 지배체제와 지배자에 대해 어버이를 받들 듯 충성심으로 충만해 있는 북한, '민족통일대토론회'를 제의하면서도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 모순적인 북한은 이제 낯설다. 그렇다면 한 민족, 한 핏줄이기 때문에 통일을 이루어야만 한다는 감상적 민족주의 논리는 논리로서의 역할을 폐기해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닌가. 통일에 대한 당위적 접근 이전에, 북한은 대체 어떤 사회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북한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에서부터 우리의 통일정책은 시작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시점이다.
이번에 출간된 전미영의 책세상문고·우리시대 40번 『김일성의 말, 그 대중설득의 전략』은 북한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에 있어 객관적 인식 지표를 세워줄 것으로 보인다.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한 지도자 유일체제를 고수해온 북한 사회의 메커니즘을 예리한 눈으로 들여다본 이 책은, 우선 유일 지배체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김일성의 언술적 전략이 있었음을 밝히고, 북한 사회를 지탱하는 주체사상의 언어 구조, 북한의 지배담론인 사회주의 담론과 민족주의 담론을 두루 살펴봄으로써 북한 바로보기를 단행하고 있다. 2. 루소J. J. Rousseau는『사회계약론』첫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아무리 강한 자라 할지라도 힘을 권리로, 복종을 의무로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지배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것은 결코 아니다." 즉 지배체제 유지의 성패는 대중 설득과 정당성 획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는 이 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현시킨 사람으로 김일성을 든다. 현대의 모든 정치체제가 대중적 지지를 정통성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나 북한만큼 정치권력과 지도자에 대해 종교적 경지에 버금가는 열광적 지지 기반을 구축한 나라는 드물다. 따라서 북한 정권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김일성 지배체제의 통치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나아가 북한 체제가 소련 붕괴에도 동요됨 없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근간을 파헤치고, 거기에 주체사상을 근간으로 한 민족주의 담론이 기여했다는 시각을 보탠다. 3. 저자는 북한정권이 대중에 대한 설득력을 강화하고 권력이 의도한 대로 대중의 사상, 의식을 동원하기 위해 치밀하게 의도된 언어전략을 세웠다고 말한다. 그 구체적 예로 저자는 김일성의 언어전략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우선 김일성의 언어 전략은 혁명성과 선전 선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중이 '알기 쉬운 말'을 사용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대중성'을 중요시한다. 둘째, 같은 단어나 문장을 여러 차례 반복함으로써 설득력과 호소력을 강화하여 선동성을 고조시키는 '반복성'의 측면을 강화한다. 특히 김일성의 업적, 정적들에 대한 비난과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 공산주의 사회 미래의 비전 등 체제정당화와 관련된 내용을 주로 반복한다. 셋째, '민족어' 사용을 적극 권장함으로써 노동자 농민들의 계급적 요구와 지향을 올바르게 구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체제의 정당화를 공고히 한다. 이외에도 김일성은 마오쩌둥의 언어구사 전략처럼 '간결하고도 요점 있게', '모든 표현 속에는 반드시 중국적(북한적) 특성을 지녀야 한다. 중국(북한) 민중을 위한 듣기 좋고 보기 좋고 신선하고 활발한 중국(북한) 작풍과 정신으로 표현해야 한다'와 같은 문풍(文風)을 내보인다. 그리고 복잡한 문법을 필요로 하지 않고, 다량 첨가가 가능하며, 동어반복적이고 모방적인 '구어체'를 적극 사용한다. 실제적 현실에 바탕을 두기보다는 신념 체계에 바탕을 두는 구어적 사고 체계를 학습시킴으로써 대중들로 하여금 무비판적 동의 구조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김일성 언술 전략은 주체사상에도 그대로 도입된다. '통속과 반복의 언어', '신화적 언어'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주체사상은 대중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고 맹목적인 동조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유발함으로써 지배자와 피지배자간의 심리적 동의구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사상과 김일성의 언어가 북한 사회에서 절대적 진리로 권위를 행사하게 되면서 김일성 개인에 대한 우상화가 자연스럽게 북한 사회에 형성된다. 4. 한편 김일성과 당 지도부는 위와 같은 언술적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함으로써, 사회주의이자 민족주의인 북한 사회의 체제규범 논리를 설파한다. 바로 이것이 김일성 체제가 대중에게 호소할 수 있는 정당성의 근거가 되었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그것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김일성 정권은 북한 체제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정치 담론으로서 사회주의 담론을 유포시킨다. 둘?, 소련붕괴와 함께 불어닥친 사회주의권 개혁의 바람이 북한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서 민족적 주체적 태도를 강조한다. 정권 수립 초기의 북한은 이 두 가지 노선, 즉 이념적으로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 세계혁명을, 내용적으로는 일제 식민지 유산 척결과 한반도 통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민족국가 달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김일성 체제를 정당화시키고자 사회주의적 민족주의적 담론들이 적극 활용되는 것이다. 이렇듯 북한의 김일성 체제는 대중을 설득하여 체제에 복종케 하는 일을 가장 핵심적인 당 사업으로 추진해왔으며, 언어적 설득을 통한 정당화 작업에 주력해왔다. 북한 김일성 정권은 강제와 폭력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선전, 선동, 정치 교화 등, 담화를 통한 심리적 대중 설득에 성공함으로써 김일성의 '유일적 영도체제'의 대중적 동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고 또 공고히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