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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콰도르
툴칸 - 밀입국 이바라 - 싼 물가의 즐거움 키토 - 한량들의 국제도시 오타발로 - 결전의 날 키토 - 그래서 비자 받다 쿠엔카 - 축제전야 쿠엔카 - 작별의 기술 2. 페루 트루히요 - 장래희망 와라스 - 고산병 이카 - 비키니 소동 리마 - 친구의 죽음 쿠스코 - 제국의 도시 푸노 - 변신 푸노 - 호수 위의 사람들 3. 칠레 아리카 - 세상에서 제일 긴 나라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 이름이 더 멋진 마을 산티아고 - 해산물 수프 한 그릇 4. 파라과이 아순시온 - 퍼스트클래스 아순시온 - 김씨 아저씨의 시계방 5. 브라질 포스 두 이과수 - 흑인 오르페 포스 두 이과수 - 아름다운 이과수 로페스 - 브라질에서 제일 아름다운 해변 파라치 - 하얀 마을 리우 데 자네이루 - 두 팔 벌린 그리스도 상 조앙 델 헤이 -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치라젠체스 - 장난감 기차 타고 동화 속 세계로 오우루 프레투 - 보석으로 뒤덮인 마을 상 파울루 - 여행의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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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래. 철없던 시절, 컴퓨터 앞에서 종종 밤을 새가며 열중하던 시에라나 액세스 따위의 어드벤처 게임, 그 게임의 배경이었던 괴상한 유적들이 바로 여기였구나. 이집트가 아니라는 것만 확실히 알 뿐 대체 세상 어디에 있는 것인지, 어느 나라의 유적인지 감도 잡지 못했던 낯설고도 낯익은 그래픽 속의 풍경들. 아름답진 않았지만 몹시 이국적인 광경이라 나는 가끔 게임을 하던 손과 머리를 멈추고 화면 속의 그 배경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곤 했었다. 그곳이 바로 이곳 페루였다면.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뭔가 좀더 있었다. 좀더 오래된, 완전히 가라앉아버려 이제는 실수로라도 좀처럼 떠오르는 일이 없는 그런 기억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괴상한 느낌에 결박된 채 황량한 누런 풍경을 계속 바라보았다. 뿌연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그늘 한 점 없는 뜨거운 사막과 그 끝에서 사막의 열기와 맞닿아 있는 바다 속을 휘젓고 다닐 얼음처럼 차가운 페루 한류를 상상했다. 사막의 마른 바람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아득한 기억 너머, 어딘지도 모르는 방향으로 의식이 마구 달려 갔다. 어느 순간 나는 비로소 찾던 것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20년도 더 되어버린 그 기억을 이제야.
--- p.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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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칠레가 제일 좋았어."
콜롬비아에서 만난 일본인 이루키에게 이 말을 듣기 전까지 칠레는 내 여정에 없었다. 여행 전 가장 기대를 가진 나라는 콜롬비아와 브라질이었고 페루는 명실공히 남미에서 볼거리가 제일 많은 나라로 여행 계획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관광대국이었다. 에콰도르는 작아서 여행하기 수월하며 특히 물가가 아주 싸다는 이유 때문에 손쉽게 여정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칠레는 여전히 갈 생각이 없었다. 세계에서 제일 길다는 이 나라의 진짜 볼거리는 남미의 알프스라 소문난 아르헨티나와의 접경지대인 남부의 산악과 빙하지역이라고 했다. 나는 타고나길 산사람 타입이 아닌데다가 이 땅 끝 지역은 지나치게 멀어서 짧은 일정으로는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물가도 꽤 비싸다니 없는 돈과 시간을 짜내어 억지로 겉만 살짝 핥고 오느니 차라리 안 가고 말련다. 게다가 그 남쪽 지역은 경치가 아름답긴 해도 남극이 가까워 몹시 춥다는 말에는 약간의 호기심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칠레가 좋았다고 내게 말해준 사람은 나와 반대 방향으로 남미를 여행하고 있는 일본 남자였다. 뾰족한 턱에 진지한 역삼각형의 얼굴인 그를 나는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만났다. 카리브해의 로사리오 섬으로의 일일투어에서 나는 또 다른 동양인을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다. '이루키'라고 이름을 밝힌 20대 후반의 조그만 일본인은 세계일주 티켓을 사서 유럽과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 지금은 아메리카 대륙 여행을 거의 끝내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남미의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꼈지만 브라질을 찬양하는 데는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pp.174~1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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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칠레가 제일 좋았어."
콜롬비아에서 만난 일본인 이루키에게 이 말을 듣기 전까지 칠레는 내 여정에 없었다. 여행 전 가장 기대를 가진 나라는 콜롬비아와 브라질이었고 페루는 명실공히 남미에서 볼거리가 제일 많은 나라로 여행 계획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관광대국이었다. 에콰도르는 작아서 여행하기 수월하며 특히 물가가 아주 싸다는 이유 때문에 손쉽게 여정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칠레는 여전히 갈 생각이 없었다. 세계에서 제일 길다는 이 나라의 진짜 볼거리는 남미의 알프스라 소문난 아르헨티나와의 접경지대인 남부의 산악과 빙하지역이라고 했다. 나는 타고나길 산사람 타입이 아닌데다가 이 땅 끝 지역은 지나치게 멀어서 짧은 일정으로는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물가도 꽤 비싸다니 없는 돈과 시간을 짜내어 억지로 겉만 살짝 핥고 오느니 차라리 안 가고 말련다. 게다가 그 남쪽 지역은 경치가 아름답긴 해도 남극이 가까워 몹시 춥다는 말에는 약간의 호기심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칠레가 좋았다고 내게 말해준 사람은 나와 반대 방향으로 남미를 여행하고 있는 일본 남자였다. 뾰족한 턱에 진지한 역삼각형의 얼굴인 그를 나는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만났다. 카리브해의 로사리오 섬으로의 일일투어에서 나는 또 다른 동양인을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다. '이루키'라고 이름을 밝힌 20대 후반의 조그만 일본인은 세계일주 티켓을 사서 유럽과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 지금은 아메리카 대륙 여행을 거의 끝내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남미의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꼈지만 브라질을 찬양하는 데는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pp.174~1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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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찾기 위한 6개월간의 라틴 기행
저자는 2000년 여름, 돌연 미국 플로리다 교정을 떠난다. 동료들은 말한다. "She travels.
이 책은 여행에 관한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여행에서 겪었던 일들을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써내려갔다. 가식 없는 솔직한 자기 표현, 위악적이라고 할 만큼 깜찍한 위트, 글로벌화된 오브제에 대한 거침 없는 묘사 등이 돋보인다. 또한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여행기와는 차별화되는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영웅기적인 모험담을 담아낸 여행기나, 여행지의 실용 정보만을 건조하게 전달하는 여행기와는 달리, 저자가 지닌 사물과 세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이 특유의 직설 화법에 의해 감각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행을 모티브로 삼고 여기에 문학적 상상력이 더해졌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이 새로운 차원의 여행 에세이는 읽는 사람들에게 시원하고 상쾌한 글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의 커뮤니케이션 박사 과정을 끝내고 학위 취득만 남겨둔 채 저자는 왜 6개월간 라틴 아메리카로 떠났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0여 개국을 혼자 여행한 화려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여자 혼자 달랑 6,000불을 들고 라틴 아메리카 10개국을 6개월간 여행한다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을 텐데…. 안락한 여행을 포기하고 굳이 이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페루의 고대 유적지에 이르러 마침내 자신이 이곳으로 떠나오게 된 것의 정체성을 발견해낸다. 그것은 어린 시절 처음으로 가졌던 인생의 비밀, 바로 낯선 세계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우연도, 지루한 인생에 대한 반동으로 시작된 허무한 유희의 결과도, 심지어 의지조차도 아닌, 그것은 '내 생애 최초의 가엾은 노스탤지어'였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여행이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여행은 언제나 무엇인가를 남긴다. 그것은 삶의 어느 순간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추억이다. 추억이 많은 사람들의 삶은 풍요롭다. 저자는 라틴 아메리카,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대륙의 희미한 모습이나마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 에콰도르, 브라질을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 10개국에 대해, 그곳에서 겪었던 일과 단상, 혹은 만났던 사람들과의 추억을 기록해놓은 비밀스런 다이어리를 많은 사람들 앞에 공개하고 있다. 뜨거운 여름의 중심에 서서 우리는 『쉬 트래블스』라는 반가운 여행 에세이를 만난다. 글 곳곳에 숨어 있는 라틴이라는 낯설지만 매력적인 세계, 고대 문명과 인디오 문화, 그리고 그곳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때론 숨가쁘고 거칠게, 때론 경쾌하고 감미롭게,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는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