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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마지막 계단에 올라섰을 때, 그보다 더 기가 막힌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이름이 적힌 갈색 봉투가 대문 입구 깔개 밑에 놓여 있었다. 봉투 안에 들어 있는 종이에는 타자기로 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제부터 당신 이름은 에바니까 잘 처신하라, 에바는 스무 살이며 아벨과 함께 사는데, 아벨은 지금 당신 눈앞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에 있을 것이다. 당신은 아벨을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사랑한다. 여느 때처럼 당신은 열쇠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초인종을 눌러야만 한다. 그게 전부였고, 편지 끝에는 서명도 없었다. 도대체 이건 또 무슨 도깨비 같은 이야기란 말인가? --- p.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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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릴의 거짓말을 낱낱이 알게 될까봐 두려웠는지, 아니면 진실을 알게 될까 두려웠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오늘 온 내 약혼자의 손님들이 모두 진정한 의미의 손님이었기를 바랐는지 혹은 그의 회사에서 고용한 배우들이었기를 바랐는지, 사실 나는 내 진심을 알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나의 존재여부는 지금부터 내가 발견하게 될 사실에 달려 있었다. 나는 어느 연극엔가 나오는 대사처럼, 존재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편이 나은지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았다. 죽는 걸까, 잠이 드는 걸까. 어쩌면 그저 꿈인지도 모르지. 문제는 바로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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