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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성
2. 과학의 땅이 아니었다 3. 공중에 떠돌다 4. 방법 5. 난관을 넘어 합성에 성공하다 6. 모브 홍역 7. 끔찍한 눈부심 8. 매더 9. 중독된 환자 10. 기념일 11. 자멸 12. 새로운 결말 13. 물리적 행동들 14. 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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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 깔
--- 이정(symbol@yes24.com)
다른 학문 분야도 그렇겠지만 유독 과학분야는 바늘도둑과 소도둑의 관계가 드라마틱하다. 핵융합, 핵분열을 알아낸 이가 히로시마 사람들을 다 죽인 게 아니고 라이트 형제가 스텔스정찰기를 발명한 것도 아닌 것처럼 어떤 인과관계를 따지기엔 너무 얽히고 설켜서. 그렇지만 이건 어떨까. '색깔'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처음 제대로 소개한 사람은 누굴지. 누가 이러한 색깔의 재현을 가능하게 한 걸까.
우리가 백의민족이며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는 것이 미덕이었다고 치자. 하지만 그것은 이미 우리가 색깔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지 애당초 비교할만한 화려한 색깔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저 심심한 색깔의 민족인 것이다. 눈에 보이는 색깔을 재현할 수 없다면 그건 곧 허무함을 뜻한다. 같은 날, 같은 곳에 있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없으니까. "보리야, 이 편지지 색깔 참 이쁘지? 이곳 하늘의 색깔이 꼭 이렇단다. 너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 받는 보리는 편지와 함께 '색깔'을 받고 그 안에 담겨진 마음을 받는다. 말이 길어졌는데 사실 이 책은 미술책도 아니고 뭐 특별히 과학적 전문지식을 담고 있는 책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한명의 과학자의 전기일 뿐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발견의 드라마틱함을 다시 한번 무겁지 않게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한 과학자가 있었고 이 사람은 18살의 나이에 우연히 - 과연 과학에서 우연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 - 모브라는 이름의 염료를 발견한다. " 애걔걔. 염색약 하나 발견한 게 뭐 대수냐? " 라고 웃음치는 독자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자. 촉감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실크 드레스를 보라색으로 염색하고 싶어 보라색제비꽃물을 들였더니 색깔은 우중충하고 실크는 거칠거칠해졌다. 실크의 질감을 살리면서도 색깔을 제대로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이럴 때 모브가 생겼다는 것이다. 비록 월리엄 퍼킨은 학문적으로 대단한 화학자라기 보다는 오히려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사업가에 가깝다고 할지라도 그게 뭐 어떤가? 그냥 그의 삶을 살짝 들여다보며 그 주변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건. 우리가 인물책을 읽고 역사책을 읽는 건 어떤 대단한 감동과 교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때로는 사고의 폭을 넓히고 때로는 잡스런 상식도 넓히자는 것이다. 자, 이제 상식을 넓혀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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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열세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직전, 친구가 크리스털로 된 실험용 기구들을보여주던 그 순간, 그는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경이로움'을 느꼈다. '화학의 세계를 처음 접한 순간 이제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은 저 멀리로 사라져버렸다. 내가 제약 연구가가 되어 일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는 생각이 들었다.'
--- p.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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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에 있는 '국립 표준 사무국'의 딘 B. 주드가 발표한 내용은 가장 흥미를 끄는 새로운 분석이었다. 그것은 퍼킨과 그의 계승자들이 영어에 얼마나 중요한 공헌을 하였는가라는 내용이었다. 그 시대에 7천5백 개의 색상 이름이 만들어졌고, 합성 염료를 뜻하는 어휘도 백 개 이상이었다. (…) 꽃이름(아마릴리스에서 등나무까지)에서 유래된 528가지 이름과, 지명(안트워프 브라운에서 잔지바르 브라운)에서 딴 427가지 이름, 340개의 순수한 색상 이름(블랙, 블루, 레드)과, 290가지의 안료 이름(크롬 크린), 254개의 과일 이름[에이프리코트(살구), 바나나], 239가지의 음식 이름[브라운 슈거, 요크(노른자) 옐로], 221가지의 민족 이름[티루스 퍼플, 더치(네덜란드) 블루], 214개의 물질 이름[앰버(호박), 아스팔트], (…) 도자기(웨지우드 블루)에서 따온 36가지 이름, 종교[카디널(교황) 퍼플]에서 따온 31가지 이름, 사람(누드)에서 나온 20가지 이름이 있다.
그 외에도 수백 가지 이름이 있다. 그중 108가지는 원래의 합성 염료의 이름으로 등록되었고,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름은 마젠타와 모브이다 --- p.23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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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이내에 모브는 모든 염색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화학자들에게 산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보다 더한 업적은 없었다. 18세의 나이에 여성의 숄을 위한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었고, 화학적인 열정의 강제성에서 자유로워졌다. 물론 많은 돈을 벌었고, 많은 재산을 잃었으며, 엄청난 소송에도 시달려야 했다.
--- p.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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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7년 후반기, 파리에서 시작된 모브의 유행은 다음해에는 런던으로 이어졌다. 이 색상의 이름은 모브. 프랑스어로 아욱과 식물을 뜻하는 이름이라고 했다. 이 색이 최신 유행하게 된 선두에는 황후가 있었다. 1853년 26세의 나이로 나폴레옹 3세와 결혼한 황후는 화려함을 마음껏 과시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제2제정 시대의 두 사람은 그동안의 촌스러운 인색함을 휩쓸어버리는 데 최선을 다했고, 궁전에는 화려한 장신구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황제는 위대한 지도자로서의 풍모를 과시하기 위해서 황후가 리옹 실크와 파리의 온갖 화려한 의상을 입음으로써 무역을 증진시키고 있다고 격려해주었다.
--- p.8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