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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의 주인공
하성란
작가정신 200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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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오월, 날씨 맑음
2. 상상만 하면
3. 달리 갈 데가 있어?
4. 적어도 어둠에 얼굴을 숨길 동안에는
5. 바다로 바다로
6. 폐가
7. 잘 잤니?
8.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
9. 내 영화의 조연

저자 소개 1

Seong-nan Ha,河成蘭

깊은 성찰과 인간에의 따뜻한 응시를 담아낸 섬세한 문체로 주목 받아온 작가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탁월한 묘사와 미학적 구성이 묵직한 메시지와 얼버무려진 작품을 쓰며, 평소 일상과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묘사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자신의 대답을 적어 내려가는 노란 메모 노트를 늘 인터뷰 시에 지참한다. 이러한 습관을 통해 작품 속 작은 에피소드에서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낸다. 거제도가 고향인 부친이 서울에 올라와 일군 가족의 맏딸
깊은 성찰과 인간에의 따뜻한 응시를 담아낸 섬세한 문체로 주목 받아온 작가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탁월한 묘사와 미학적 구성이 묵직한 메시지와 얼버무려진 작품을 쓰며, 평소 일상과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묘사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자신의 대답을 적어 내려가는 노란 메모 노트를 늘 인터뷰 시에 지참한다. 이러한 습관을 통해 작품 속 작은 에피소드에서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낸다.

거제도가 고향인 부친이 서울에 올라와 일군 가족의 맏딸이기도 한 그녀는, 부친의 사업 실패로 인문계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여상(女商)을 졸업한 뒤 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청춘의 초반부를 보냈다. 뒤늦게 서울예전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소설을 쓰면서 '언젠가는 그 소설의 울림이 세상의 한복판에 가 닿는다고 믿는 삶'을 꿈꿨다.

습작시절, 신춘문예 시기가 되면 열병을 앓듯 글을 쓰고 응모를 하고 좌절을 맛보는 시기를 몇 년 간 계속 겪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96년 그녀가 스물 아홉이던 해, 첫 아이를 업은 상태에서 당선 소식을 받았으며, 1990년대 후반 이후 늘 한국 단편소설의 중심부를 지키고 있다.

일상과 사물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스타일로 '정밀 묘사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으면서 단편 미학을 다듬어온 공로로 동인문학상(1999)·한국일보문학상(2000)·이수문학상(2004)·오영수문학상(2008)을 잇달아 받은 중견작가이다. 그녀의 소설은 지나치게 사소한 일상에 몰두하다 보니 사회에 대한 거시적 입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 심리와 사물에 대한 미시적 묘사를 전개하면서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곰팡내 나는 쓰레기 더미 속에 숨어 있는 존재의 꽃을 찾아간다'는 1999년 동인문학상 심사평은 여전히 하성란 소설의 개성과 미덕을 잘 말해준다.

대학 동문인 부군과 함께 운영하는 출판기획사에서 일하면서 창작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 곳은 그녀에게 생긴 첫 작업실이기도 한 셈인데, 그 전에는 부엌과 거실 사이에 상을 하나 펴놓고 새벽녘 텔레비전에서 계속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글을 썼다. 어느 대학 기숙사에 방을 얻어 한 달 동안 글 쓰겠다고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결국 한 줄도 쓰지 못하고 나왔다고 한다. 2009년부터 방송대학TV에서 '책을 삼킨 TV' 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얼마 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작품을 심사하기도 하였다. 현재 살아있고 같이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며, 특히 '권여선'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저서로는 소설집 『루빈의 술잔』, 『옆집 여자』,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웨하스』,『여름의 맛』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 『삿뽀로 여인숙』, 『내 영화의 주인공』, 『A』, 사진산문집 『소망, 그 아름다운 힘』(공저) 등이 있다. 최근 동료 여성작가들과 함께 펴낸 9인 소설집 『서울, 어느날 소설이 되다』에 단편 「1968년의 만우절」을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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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3쪽 | 35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2881537

책 속으로

'표송미, 제발 입 다물어. 한번이라도 고민이란 걸 해본 적이 있니?'

상숙이는 발을 재게 놀리면서 입원실을 훑어보았다. 송미와 재희가 뛰어가 상숙이를 따라잡았다.

'우린 하루종일 얘 때문에 뛰기만 하는 것 같아. 젠장, 이 바진 너무 꼭 죄는 거 있지? 뛸 때마다 허벅지가 쓸려. 분명한 건 이 바진 방뎅이가 입진 않았을 거라는 얘기야. 걔가 입었다면 지금쯤 다 터져버렸을 테니까 말야.'
'걱정하지 마. 방뎅이 옷은 내가 입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아까부터 허리가 줄줄 흘러내리는 걸 두 손으로 잡고 있었다구.'

--- p. 62

재희가 손가락으로 젊은 남자를 가리키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돌이 중국집 유리창을 깼다. 깨진 보도블록 한 조각이 북경반점이라고 쓰인 유리창의 '경'자 부분을 뚫고 들어와 중국집 가운데 떨어졌다. 놀란 주인이 잠깐 방심한 사이 재희가 주인을 냅다 떼밀었다. 상숙이가 튀듯이 가게 밖으로 달아나고 그 뒤를 재희가 뒤따랐다.

잠깐 중심을 잃은 주인의 손이 화급히 재희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재희의 몸은 벌써 중국집 문 밖으로 달아난 후였다. 중국집 주인의 손에는 노란색의 값싼 인조 가발이 쥐어져 있었다. 돌을 던진 송미는 저만큼 앞서 달리고 있었다. 상숙이가 뒤쳐지는 재희의 손을 잡고 뛰었다. 뒤늦게 주인이 뛰쳐나왔지만 상체만 발달했을 뿐인 빈약한 두 다리로는 쫓아올 염두조차 내지 못했다.

--- p.82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들이었다. 수업종이 울리면 교실로 들어가 너희들은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라고 빤한 거짓말을 해댄다.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니, 그 같은 폭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것은 무거운 가방과 스트레스뿐이다.

--- p.150-151

구멍 뚫리고 찢긴 문풍지로 바람이 불어왔다. 방문 맞은편에 걸린 과일 커튼 자락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난 놀라지 않아요. 모습을 나타내도 좋아요. ....저기요, 이렇게 불쑥 찾아왔다고 화내지는 마세요. 한번도 만나지 않았던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한다고 비웃어도 좋아요. 저기요, 난 조금 아파요'
상숙이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래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 심각하죠.'
상숙이는 큼큼, 목소리를 다듬었다. 부러 명량한 목소리를 냈다.
'거긴 어떤가요? 있을 만해요? 죽는 거 말예요. 정말 어때요?'

--- p.147-148

출판사 리뷰

비상을 꿈꾸는 열아홉 젊은 청춘에 바치다
『내 영화의 주인공』은 <루빈의 술잔>이래 일상의 사물과 존재에 대한 세밀하고도 섬세한 묘사를 선보여온 작가 하성란의 신작 장편이다. 작품이 나올 때마다 매번 새로운 글쓰기를 선보였던 작가가 이번에는 열아홉 살의 여고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차례의 반란을 시도한다.

열아홉이었을 때 나는 하루빨리 그 나이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나는 군대 말년병처럼 몸을 도사리고 시간을 죽였다. 그런데 왜 자꾸 열아홉이 내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그때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고3 여학생 상숙, 송미, 재희는 모두 작가 자신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이들 세 명의 여학생에게 자신의 열아홉 시절을 투영시킴으로써,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지난 시절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어느 것 하나 모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전교 1등의 모범생 상숙은 난생 처음 규율을 어기고 학교로부터의 탈주를 주도한다. 상숙은 또래의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구조를 나름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어른스러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믿어왔던 모든 가치체계가 일시에 무너져버린다.

부모님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언젠가 내 맘대로 살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잘 참았는데,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불치병에 걸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모범생 상숙에게는 더 이상 공부도 일류대학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탈주를 감행한 것이다. 그리고 처음 해보는 일탈이 두려워 평소에는 말도 섞지 않던 재희와 송미를 끌어들인다.

영화감독이 꿈인 재희는 늘 대화 곳곳에 영화대사를 한마디씩 집어넣고, 영화 <메리 포핀스>에서 주인공이 마음이 불안하거나 언짢을 때면 주문처럼 외우는 "슈퍼칼리프래질리스틱엑스피아리도셔스"를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재희의 단짝인 송미는 학교 내내 오락부장을 자처하며 늘 사람들을 웃기는 아이지만 단짝 친구에게 남자친구를 빼앗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세 사람이 이루어내는 불협화음에 또 한 사람이 가세한다. 5월이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진한 향을 내는 교정에 가득한 아까시나무에,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에, 교장의 지겨운 설교에, 그리고 이사장의 탐욕에 진저리가 나 자신이 "슈퍼맨"이라도 된 듯 학교를 박차고 나와 버린 수학선생 수혁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슈퍼맨이 아니라 가출한 여고생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자신의 차에 태워주는, 자신 역시 학생시절 가출경험이 있는 어쩔 수 없는 선생이란 것을 깨달을 뿐이다. 바다로 가는 짧은 여행에서 네 사람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상숙은 처음 보는 수혁에게 자신의 꿈이 비행기 조종사라는 것도 말하고, 수혁의 등에 업혀 오랜만에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교감을 느끼기도 하고, 공부 못하는 애들이라고 무시했던 재희와 송미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재희와 송미에게 상숙은 "공부 하나 믿고 잘난 척하는 재수 없는 아이"가 아니라 "좋은 친구"로 다가온다. 이처럼 그들 사이에 조금씩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작가는 죽음을 앞에 둔 상숙의 짧은 여행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내고 있던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 하성란은 작품 내면에 숨겨진 여러 복합적인 정황과 주제를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작가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의 행로를 따라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여기에는 어떠한 포장도 의미부여도 행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이 새로운 이유는 바로 이러한 글 전개 방식에 있다. 종합선물세트를 아시죠? 저는 『내 영화의 주인공』이 그 종합선물세트 속의 300원짜리 껌이었으며 좋겠습니다.

껌 한 통 들어낸다 해도 종합선물세트에는 별 흔적이 남지 않죠. 그렇다고 아예 없으면 허전합니다. 그런 껌 같은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껌처럼 제 소설을 씹어주세요. 단물이 다 빠지고 나면 꼭 종이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누군가의 신발 밑창에 붙어 성가신 존재가 되기는 싫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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