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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어떤 맛이 나는지
이유림
시공사 200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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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청소년 문학

책소개

저자 소개 1

경희대학교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철학을, 베를린에서 영화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좋은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합니다. 『진화 :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수수께끼』, 『인간 : 너와 그 속에 사는 수많은 이들의 기적』, 『바람 저편 행복한 섬』 등 여러 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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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프리드리히 아니
1959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뮌헨 영화 학교 시나리오 작가 양성소를 수료했다. 문제아 수용소에서 병역 대체 복무를 마치고 경찰 담당 기자로 일했다. 그 뒤에 문화부 기자로 일하며 시나리오와 방송 대본을 썼다. 특히 추리 소설에 두각을 보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2002년 《타락 천사의 맹세》로 독일 추리문학상 금상을 받았고, 이어 2003년에는 《전차 취객》,《거친 옷을 입은 여인》,《여왕의 비밀》이 세 작품이 동시에 독일 추리문학상 대상으로 선정되어 독일 최고의 추리 소설가로 명성을 굳히게 되었다. 이 밖에도 시집을 두 권 발표했으며,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글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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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99쪽 | 392g | 138*206*20mm
ISBN13
9788952746177

줄거리

루카스는 열네 번째 맞는 생일로 ‘가출’을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다. 부모님은 당연히 허락하지 않지만, 루카스는 생일날 아침, 쪽지 한 장 남기지 않고 집을 나와 버린다.

루카스는 에스컬레이터를 탄 채 반대 반향으로 뛰어내려오다가 흰 지팡이를 짚고 있는 소녀와 부딪칠 뻔했는데, 소녀가 먼저 루카스를 밀쳐낸다. 알고 보니 시각장애인이었다. 앞을 못 보는데, 어떻게 자기와 부딪치지 않고 재빨리 밀쳐 냈을까? 루카스는 소녀를 따라 소녀가 일하는 곳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소녀가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어떻게 서빙하는지, 어떻게 자기 친구가 들어오는 걸 알아차리는지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루카스는 시각장애인 소녀 존야와 존야의 친구와 함께 수영장에 간다. 수영을 하다가 루카스는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가라앉아 정신을 잃고 만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존야가 루카스를 구했다고 한다. 앞을 못 보는데 어떻게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찾아 구한단 말인가? 루카스는 존야와 헤어지고 난 뒤, 시각장애인처럼 눈을 감은 채 거리를 걸어 본다. 그러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여기저기 상처를 입는다.

루카스는 다시 존야를 찾아가고 둘은 함께 포도주를 마신다. 소믈리에가 되고 싶다는 존야는 포도주에서 빛의 맛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루카스는 언젠가 엄마가 막시밀리안 거리에 독일 전체에서 가장 맛있는 저녁 햇살이 있다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난다. 루카스는 저녁 햇살이 내리쬘 무렵, 존야의 손을 끌고 막시밀리안 거리로 가 빛을 맛보라고 한다. 둘은 함께 눈을 감고 입을 벌려 저녁 햇살을 입 안에 가득 모아 씹어 본다. 존야의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흘러내린다.

출판사 리뷰

햇살은 다른 수가 없기 때문에 새롭지 않은 것들 위에 내리쬔다. _ 베케트,《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난 햇볕 한가운데 서 있었다. 내 위에 뜨거운 햇살이 이글거렸다. 베케트를 생각했다. 나는 새로운 것이 아니므로 햇살은 다른 수가 없어서 내 위에 내리쬔다고. -본문 48쪽-

자기 존재감의 허기를 채우기 위한 열네 살의 이유 있는 가출!

아마 우리 집에서 하는 말이랑 비슷한 대화가 나와서 베케트의 희곡이 마음에 드나 보다. “그건 좋지 않아.”“조심할게요.”“엄마가 안 좋다고 하시잖아.”“조심할게요.”침묵. -본문 7쪽-

부모님과 루카스. 단란해야 할 가족의 관계가 마치 부조리극처럼 공허하기만 하다.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긴 한데 늘 알맹이는 없는 듯한 허탈감, 내가 왜 태어났는지 잘 모르겠는 공허함, 이런 허기진 감정으로 비틀대는 루카스야말로 청소년기에 누구나 한번쯤은 앓아 보았던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아무 말 없이 아침을 먹었다. 주위에선 사람들이 바삐 일터로 가고, 관광객이 무리지어 모이고, 청소년들이 담배나 다른 물건을 서로 바꿨다. 다행히 우리 학교 애는 없었다. 아무도 날 보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은 내 생일이었고, 혼자 있고 싶었고, 혼자 있음을 즐기고 싶었다. -본문 7쪽-

《빛은 어떤 맛이 나는지》는 내면의 허기와 갈증을 채우고 싶어하는 어느 소년의 날이 선 몸짓을 그렸다. 루카스에게 있어서 가장 큰 갈증은 소통의 부재. 거의 말이 없는 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고, 쏟아 붓듯이 말하는 친구와도 진심으로 오고 가는 소통은 없다. 결국 혼자이기로 결심하고 집을 뛰쳐나온 루카스는 전혀 생각지 못한 뜻밖의 인물, 시각장애인 소녀 존야를 만나 비로소 이리저리 헤매던 발걸음을 멈추고 소통의 물꼬를 틔운다.

작가 프리드리히 아니가 그린 루카스의 사흘은 지극히 예상 가능하면서 건조하고 평범하다. 집을 나와 아무 거리나 걷고, 아무나 만나고, 배를 곯고, 찬 데서 자고……. 그러나 그러는 가운데 십대 소년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망설이고 결정하고 행동하고 마침내 깨달으며, 서서히 어린 티를 벗고 성인의 문턱에 바짝 다가서는 과정이, 정지된 듯한 사흘의 끝자락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뮌헨 영화 학교에서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나중에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시나리오와 방송 대본을 쓴 작가의 이력처럼, 빈틈을 꼬집어 내는 날카로운 표현들, 군더더기 없는 문체,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히 깊은 의미를 심어 놓은 단정한 문장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빛은 어떤 맛이 나는지》는 영화로 제작되어 작년 10월 독일 호프 영화제에 상영되었다. 올 여름 7월, 독일에서 일반 개봉될 예정이다.

십대의 성장통을 십대의 눈높이에 맞춰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 무엇인가 시험을 해 보고 싶었다. 재킷 양쪽 속주머니에 책과 수영복을 집어 넣고 손은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출발했다. 눈을 꼭 감고. … 갑자기 바닥이 사라졌다. 금방 다시 나타나더니 또 한 번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고꾸라져 버렸다. 아무도 나에게 경고해 주지 않았다. … 아프진 않았다. 그저 내가 아픔 그 자체였다. -본문 148, 151, 154쪽-

가출을 한다던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반대로 내려와 본다던지, 비키라고 빵빵대는 자동차 앞에서 태연히 주저앉아 (일부러) 천천히 운동화 끈을 묶는다던지……. 여느 십대들처럼 루카스가 보여 주는 이러한 행동 하나하나는, 겉으로 보기에 엉뚱하고 느닷없고 즉흥적인 단순한 반항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괜한 객기처럼 보이는 이러한 행동들에 이유를 달아 주고 있다. 따뜻한 이해와 소통의 부재에 지친 한 소년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자기 표현의 수단이었다고. 이렇게 부모님께 소리 지르고, 집을 뛰쳐나오고, 세상 무언가에 열심히 반감을 가지고 적대감을 드러내는 열네 살 가출 소년의 아픈 비명이 여러 변주곡이 되어 사흘의 행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민과 성장의 순간을 포착하여, 자아를 찾아 스스로 성장통을 겪는 치열한 십대를 그린 작품이다.

시각장애인 소녀와 가출 소년의 만남이 전하는 새로운 시각과 감동
루카스의 가출에는 도망이 아닌, 무언가를 찾고 어딘가에 머무르고 싶은 간절함이 배어 있다. 루카스는 집을 뛰쳐나오면서도 들고 나온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처럼 해 보고 싶었다지만, 부랑자처럼 떠돌아다니기보다는 자신의‘고도’를 기다리고 싶다는 의미였을 거다. 자신을 변화시키고 내면을 묵직이 채워 줄 그 누군가를.

“우린 눈으로 봐서 서로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시간 맞춰 서로 밀어 내. 어떤 사람에 대해 미처 알기도 전에 눈으로만 본 게 진실이라고 멋대로 생각해 버리지. 하지만 그건 거짓이야. 우리가 착각하는 거라고. 우린 그렇게 골라 내 버리고는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본문 204쪽-

작가 프리드리히 아니는 독특하게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할 것 같은 시각장애인 소녀 존야를 앞세워 오히려 휘청거리는 루카스를 부축하게 한다. 루카스는 앞을 못 보면서도 넓고 위험한 세상을 휘적휘적 걸어가며 나름대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찾은 존야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본다.

나는 문득 존야가 나보다 더 많이 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존야가 나보다 더 많이 알아차리고, 나보다 더 많이 그 자리에 있었으며, 나보다 더 많이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그냥 알았다. -본문 270쪽-

결국, 루카스가 집을 뛰쳐나갔던 것도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존야처럼 이 세상에 적응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싶어서, 그리고 그 방법을 찾고 싶어서.

빛을 매개로, 두 소년 소녀가 각자 맘속에 둘러쳐졌던 장막을 거둬 내는 과정이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추천평

정확한 분위기 묘사, 은유에 은유를 거듭한 전율을 주는 작품
디벨트 Die Welt
이 책은 어떤 한 단어나 짧은 묘사로 정의내릴 수 없는 대단한 행운이다.
에젤즈오어 Eselsohr
아주 쉽게, 전혀 힘들이지 않고 쓴 것처럼 자연스런 작품.
타게스자이퉁 TZ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해 준다.
바디쉐자이퉁 Badische Zeit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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