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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생명의 연장선상에 있을 때-김우종 내 임종을 지켜줄 두 아들에게-김길웅 천수가 아니면 안락사와 화장인들 어떠랴-이수화 내 아이들에게-조명철 추억은 갖되 흔적은 남기지 말자-조병무 아직 내게 숙제로 남겨진 것-안태현 아내에게-육상구 아들에게 주는 글-정목일 ... 중략 ... 무래무거-조효현 죄스런 어머니 상에서 행복한 할머니 상으로-민봉기 남기고 가는 의미 속에서-지연희 짐이 무거우면 삶이 고달파진다-한석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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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네에게 미리 말하고 부탁 좀 하네. 내가 여행 중에 사라지든 집에 와서 죽든 그것은 나 스스로 즐거운 마음으로 선택한 것임을 다른 사람에게도 말해 주게. 그리고 구름 속에 숨어 버리듯이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면 나는 먼저 간 아내 곁에 재가 되어 찾아가겠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자네는 나의 유언을 듣고 남에게도 전해야 할 사람이니 나보다 먼저 죽지 않도록 건강에 조심하게.
김우종 '생명의 연장선상에 있을 때‘ 중에서 아비는 평생 원고지 칸만 메우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눈먼 돈 받아 본 적도 없고 잘 봐 달라며 주는 뇌물 한푼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살긴 했어도 깨끗이 살았으니 행복하다. 그리고 세상에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일로 밥 먹고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니. 마지못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을 하지만 미칠 만큼 좋아서 한다고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좋아하는 일로 일용할 양식을 구하며 살아왔으니 다시 태어나도 작가가 되련다. 유현종 ‘아들에게’ 중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내 나이쯤이 되면 넌 엄마를 네 엄마가 아닌 같은 여자로 봐줄까? 넌 왜 요즘 할머니는 옷이 많은 데도 새옷을 사고 싶어하느냐고 묻지만 엄마는 충분히 이해가 돼. 할머니가 왜 쪼글쪼글하고 검버섯이 앉은 손등을 사람들 앞에 내놓고 싶어하지 않는지도 알아. 엄마는 이제 내 엄마를 나와 똑같은 여자로 보게 되었거든. 이제서야 할머니의 가슴을 수없이 통과했을 바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거든. 그러니 이 나이쯤이 되면 넌 네 엄마를 너와 같은 여자로 봐줄까? 하성란 ‘내 딸 가을해에게’ 중에서 하늘에 별을 쳐다볼 때 내세가 있었으면 해보기도 한다.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해 본다. 그리고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는 염치없는 사람이다. 피천득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갔구나’ 중에서 절대 권력자의 영토를 향한 욕심이 이렇거늘 다른 것은 일러 무엇 할 것인가. 얻으려는 욕심은 그 종류의 여하를 막론하고 이와 같이 허탕을 할 뿐이다. 그러니 얻으려 하지 말고 도리어 버리면 되는 것이다. 버리는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무소유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무소유이다. 나의 가상 유언장에는 이 무소유 한마디 밖에 쓸 것이 없다. 이형기 ‘나의 가상유언장’ 중에서 ---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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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우리에게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불청객과 같은 것이다.
죽음이 주는 아픔은 죽음 그 자체라기보다 모든 의미있는 관계구조를 일시에 잃어버리고 해체당하는 의미상실의 고통에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의 아픔, 혼신의 힘을 쏟았던 일로부터 단절되고 쌓아온 모든 생의 업적으로부터 분리되는 아픔이라고 한다. 죽음의 아픔은 근원적 소외가 주는 아픔이고 상실이다. 죽음은 누구나 혼자 맞이해야할 엄숙한 실존적 사건이고, 우리가 갖는 죽음의 두려움은 죽음 이후의 생명현실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일만큼 전혀 모른다는 것이며, 한 줌 부끄럼없이 당당하게 살았다고 할만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있다고 한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죽음도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기도 한 이유다. 죽음 앞에 엄숙하게 홀로 앉아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가 ‘유언’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실’을 유언이라고 말들 하는지도 모르겠다. 유언은 ‘자기 자신과의 내밀한 대화이며, 가족과 이웃에 보내는 사랑의 고언이며 다가올 죽음에 대한 준비이자 궁극적으로 삶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한다. 세기의 연인이었던 오드리 햅번이 숨을 거두기 일년 전 크리스마스 때 아들에게 쓴 편지가 ‘아름다운 유언’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으로 머물고 있다. 이 책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 날’에 실린 101편의 ‘가상유언장’은 종합문예지 ‘한국문인’에 특집으로 연재된 글편들을 모아 묶은 것이다. 귀중한 원고를 보내신 문인들 중에는 작고하신 원로 문인도 계셔서 우리를 숙연케 하기도 하였다.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불편한 사실들에도 개의치 않으시고 기꺼이 옥고들을 보내셔서 이렇게 한곳에 ‘가상유언장’을 묶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일로 여겨진다. 미리 유언장을 쓰는 일은 과거를 뒤돌아보게 하며 남은 생을 여러모로 새로이 맞이하게 할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연말연시에는 유언장 카드를 보내고 인터넷 등에는 유언장을 보관, 집행하는 곳도 생겨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또 일본에서는 유언관련 펀드도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유언장을 남기는 일이 이제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여러 모습들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