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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몸’에 깃들어 있다
1. 슬픔이 말을 걸어오거든 내 생애 가장 차가웠던 ‘그’와의 키스 봄날은 잘 간다 내 안에, 아버지 전혀 스마트하지 못한 이야기 나한테 그만 소리 질러 이것들아 남자가 입 맞추고 싶은 손 낭만적 낙오자 울지 말아요, 다들 나주순대국 경찰아저씨의 옷자락 격렬한 손길이 애정이라 생각했다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2. 사랑이라는 ‘불완전’명사 서른 즈음의 연애 할리우드 액션 여자를 유혹하는 두 가지 방법 왜 화내고 그러세요? 그 스키니진에 남자가 어떻게 들어갔지? 부산 남자, 대구 남자, ‘웃장’ 까는 남자 정녕 남자의 섹시함이란 무엇인가? 그 남자의 몸 가장 강렬했던 남자의 감촉 송지선에게 술이라도 한 잔 사먹일 수 있었다면 3. 파란만장 미스 김 2010년 봄 지금은 이게 다예요 2010 초여름 연애와 영업의 결정적 차이 2010 여름 이런 시급! 2010 한여름 개미지옥 2010 가을 보수와 진보가 다르지 않을 때 2010 가을 유명한 아버지는 유명하기도 하지 2010 초겨울 배달의 민족 녹즙 아가씨의 푸르딩딩한 나날 2011 겨울 백수의 혜택 2011 늦겨울 녹즙 아가씨 드디어 사표 썼다! 2011 봄 녹즙 아가씨 시즌 2: 리로디드. 2011 초여름 쥐가 죽었다. 2011 여름 고양아 넌 어디서 왔니? 2011 한여름 힘내요 건당 인생 2011 가을 당신들이 선물이다 2011 초겨울 녹즙 병장 미스 김 전역하다 2012 겨울 혼자가 팔자는 아니겠지요 2012 봄 동아줄보다 새끼줄 2012 한창 봄 살겠다는 것들은 다 이쁘다 2012 봄 야옹아 할아버지가 뭐라시디? 2012 여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있는 힘 4. 차마 그러려니 할 수 없었던 날들 나쁜 짓 태어나서 미안합니다 가만 있으라, 가슴에 묻으라 무혈의 테러리스트 아사는 그리 쉽지 않다 남의 남편 밥을 차리면서 주여, 이 주둥이를 당신은 누구시기에 안녕, 이재영, 상큼함의 빛과 소금이여 왜소한 철의 여인, 이소선 영원한 사상의 오빠, 리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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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가 보기에, 나는 30대 초반에 이미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기준으로 보면, 얼마든지 책을 보고 마음대로 노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사람이다. 돈을 많이 벌 수는 없지만 굶어 죽지 않을 만큼 벌 수 있는 거래 관계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고, 내가 원할 때 일할 수 있다. 아, 왜 나는 좋은 회사원이 되고자 그토록 노력했던 걸까. 아마 그건 내가 이 사회의 낙오자가 아님을 증명하지 못할까 봐 불안에 떨며 몸부림친 것일 테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경쟁 시대에서, 누군가는 낙오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무실에 들어앉아 있을 때 즐기지 못했던 가을 정취 속을 개를 데리고 천천히 걸으면서, 인정했다. 그렇다 나는 낙오자다, 또한 하자품이다. 그리고 아주 낭만적인 낙오자다. 지금은 이것으로 좋다.
--- p.52 나는 앞으로도 분명히 다칠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울 것이다. 그렇지만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같은 해피엔딩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어차피 생은 누구에게나 고된 것이라는 걸 진심으로 인정한다면, 아무런 나쁜 일도 없는 곳은 공동묘지뿐이고 어차피 다 내 맘 같지 않다는 단 하나의 진실을 진실로 새기게 된다면, 비로소 나는 나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먼 길을 돌아서 마침내 나는 내가 원하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까. 행복보다 고요, 편안이 아니고 평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도 아니고 아직도 제 몸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한심한 여자, 그러니까 나에게 폴란드 시인 쉼보르스카의 시를 읽어주고 싶다. 정신 좀 차리자, 하면서. 우리 생에 두 번은 없다’ 고. 그러니 어서 돌아오라고. 그리고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고…… 그러니 제발 돌아오길, 이 남루하고 구질구질한 삶으로. 20년째인 모라토리엄은 이제 끝내고, 두 번 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 사는 것처럼 좀 살아보자고.. --- p.84 나는 다 크다 못해 늙어가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오래되었으며 그에 더해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고통을 자꾸 삼키면 꿀꺽 넘어가게 된다는 걸 이제는 알 만한 나이가 됐으면서도, 내심 속으로는 친숙한 어둠을 떠나보내기 싫어서. 아프지 않다고 코웃음을 치며 마음의 상처를 모른 척하니 대신 몸이 시퍼렇게 멍들어줬던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어느새 멍이 사라졌다. 한 움큼 집어먹은 진통제가 듣기 시작하자 훨씬 편해졌다. 몸은 어리석은 나에게 앞으로 무슨 말을 더 해줄까. 나는 그걸 지금 정도만큼이나 제때 알아듣기나 할까. --- p.104 안 해도 될 이야기를 주책없이 해서 괜히 미움받고, 얼른 술 한잔 들이켠 다음 새침하게 없는 일처럼 굴어도 마땅찮을 거지같은 연애 이야기를 책으로까지 내고, 힘 있는 오빠들에게 미움받기 딱 좋을 이야기들만 내가 세상에 해대고 있는 이유는 물론 성질이 더러운 탓도 있지만, 결국 이 갑갑한 한국 사회의 스트라이크 존을1밀리미터라도 넓히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 p.2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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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그러려니 할 수 없었던 사랑과 동의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거부,
비껴갈 수 없었던 슬픔, 이 모든 것을 와락 끌어안는 고열의 문장! 2014년 봄, SNS를 뜨겁게 달군 한 편의 글이 있었다. 제목은 ‘내 생애 가장 차가웠던 ‘그’와의 키스’. “내가 본 육신 중 가장 차가운 것은 내 아버지의 것이었다.”라고 시작되는 이 글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작별을 고하는 너무나도 처연한 과정을 특유의 위트와 유머로 경쾌하게 그려나가면서도 끝내 읽는 이를 울리게 만드는 ‘쎈’ 글이었다. 그렇다. ‘쎈 언니’ 김현진의 복귀였다. [미디어스]에 연재된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이렇게 화사한 봄날에 눈물이라니…….” “읽으며 눈으로 땀을 콸콸 흘렸다.” “아버지가 갑자기 그리워 택시를 잡아타고 찾아가 목 놓아 울었습니다.” 등 공감의 눈물을 흘린 독자들은 이 글을 공유하고 리트윗하며 김현진의 복귀를 환영했다. 이 글을 본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이렇게도 말했다. “나보다 나중에 태어난 사람들 중 ‘글 존나 잘 쓴다!’라 생각했던 첫 두 명이 있다. 하나는 허지웅, 하나는 김현진.” 그렇게 김현진이라는 에세이스트가 얼마나 근사한 글쟁이인지 새삼스럽게 절감케 하며 우리 앞에 돌아온 그는 자기도 모르게 새겨졌던 육체의 기억을 《육체탐구생활》을 통해 농밀하게 그려낸다. 갈비뼈가 욱신거리자 몇 년 전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라고 울부짖으며 자신을 걷어찼던 모르는 남자를 떠올린다. “그러게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렇게 대답해버리긴 너무 슬퍼요. 나 때린 건 용서해줄게요. 어차피 그렇게 귀하신 몸도 아니니까 난 괜찮아요. 두 사람, 잘 지내요? 차에서 떨어져서 다치지는 않았나요? 벌써 몇 년 전 일인데도, 이따금 그 세찬 울음이 생각나서, 아직도 같이 울고 싶어진다. 요즘 들어 아픈 갈비뼈를 보니, 그때 걷어차였던 곳이다. 내 갈비뼈도 그동안 울음을 참았나 보다. 잘…… 있나요? 부디 울지 말아요, 다들.” “부디 울지 말아요, 다들.” 김현진은 늘 그랬듯이 《육체탐구생활》을 통해서도 우리를 위로하고 보듬어 안는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했던, 재가 된 이들에게 보내는 레퀴엠 그럼에도 어기차게 이야기한다. “육체의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아버지를 잃은 세상 모든 이들로부터 눈물을 뽑아낸 ‘내 생애 가장 차가웠던 ‘그’와의 키스’를 비롯하여 《육체탐구생활》에서는 이미 육체를 잃고 한 줌의 재가 된 이들에게 보내는 진혼가가 담겨 있다. 4월 중순의 따스한 봄볕은 아버지를 잃은 날을 상기할 뿐이다. “나는 비참하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젠 날씨가 좋아도 난리냐 하면, 누군가를 잃은 날씨와 너무나 흡사한 날은 그대로 그날을 판화로 떠낸 듯 한구석에 억지로 처박고 여며놓았던 슬픔이 질기게 찾아와서 비참해지는데, 하필 아버지는 날씨가 한창 화창한 봄날에 세상을 떠났다.”(‘봄날은 잘 간다’ 20쪽) 원치 않았던 대통령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멘붕에 빠졌을 때 “뭐 어때, 우린 지는 법이 없지.”라고 말해줄 진보정치의 꽃 이재영의 부재를 누구보다 안타까워한다. “선생님, 정말로 우린 지는 법이 없습니까. 당신이 없는데 누가 우리에게 우린 지는 법이 없다고 상큼하게 뻥을 쳐준단 말인가요. 안녕히 가세요, 이재영 선생님. 상큼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 땅에 당신은 빛과 소금이었고 어두운 창턱 위의 등불이었습니다.”(‘안녕, 이재영, 상큼함의 빛과 소금이여’ 314쪽) 그렇게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했던 이들이 불시에 재가 되었어도 김현진은 여전히 어기차다. 그리고 우리의 몸이 아직도 생을 이어가는 한 꿋꿋하게 버티자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친구였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당신을 요만큼이라도 도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손톱만큼이라도 돕고 싶었는데. 허나 이제 다 늦어버렸다. 잘 가라 어여쁜 당신.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우리 다 어쩔 수 없지만 이게 그냥 사람들이 함부로 놀리던 대로 자살 ‘드립’으로 그칠 만큼 당신이 세게 사는 걸 봤으면 참 좋았을 걸 그랬다. 혹시라도 남자 때문에 울고 사람 입에 오르내려 우는 여자 있거든 그냥 이것저것 다 끊어버려라, 딱 하나 목숨만 빼고.” (‘송지선에게 술이라도 한 잔 사 먹일 수 있었다면’ 158쪽) 《육체탐구생활》은 우리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어떻게든 살아보자고 말하는 그의 진심 어린 응원가이다. 작가의 말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사랑에 빠지기도 했지만 아주 깊이 상심하느라 담즙처럼 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했던 이들이 불시에 재가 되었다. 그 조각을 손가락으로 더듬어보면서, 제발 내가 죽거나 미치기를 바랐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 영혼을 되찾기엔 아직 길이 먼 모양이다. 그러면서 마구 함부로 해왔던 내 육신이 이제는 나를 용서하기를. 그리고 당신의 육체에도 부디 축복이 있기를. 사랑에 빠지고 또 상심하시길, 우리가 끝내 어딘가에 닿을 때까지. 또 그 여정 동안 당신의 육체가 영혼을 지탱해줄 만큼 튼튼하기를. -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