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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형 ……09
일본 홋카이도 겨울에 당신과 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조경란 ……27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케이프타운 시아봉가, 인생 이신조 ……49 베트남 하노이 다른 어딘가에 있다는 것 박후기 ……69 이탈리아 돌로미티 달의 뒤편을 찾아서 백영옥 ……87 일본 교토 / 베트남 호찌민, 달랏 겨울의 교토에서 여름의 달랏을 생각하다 황희연 ……117 러시아 크라스키노, 인도양 모리셔스, 세이셸 귀중한 지상의 방 한 칸 김경주 ……135 리투아니아 빌뉴스, 드루스키닌카이 시詩의 뜨거운 노스탤지어 심윤경 ……151 미국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 섬 모순의 라임꽃 만발한 헤밍웨이의 집 김민정 ……165 스페인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그라나다 여행의 기본은 역시 싸는 일! 함정임 ……183 페루 안데스 마추픽추 모든 것은 태양으로 향한다 추천의 글: 어수웅 ……202 분홍색 참외를 상상한다. 콧등이 환해진다 |
趙京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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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사랑한 여행』은 소설가 한은형의 홋카이도 기행으로 시작한다. 홀로 떠난 이국의 여행 가운데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형식을 지닌 산문에서 한은형은 특유의 여성적이고 섬세한 문장으로 구름 위를 걷는 테라스와 부드러운 능선 위의 침엽수로 둘러싸인 여름의 ‘홋카이도 그린’을 매혹적으로 우리에게 전한다. 이어지는 소설가 조경란과 이신조의 여행기는 좀더 어둡고 강렬한 스타일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데, 그들은 가까운 이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그와 관련된 여행의 추억으로 중첩시키며 작가가 픽션을 통해서는 좀처럼 드러내기 어려운 있는 그대로의 혼란과 감정을 글로 옮긴다. 알프스 산악지대인 이탈리아 돌로미티로 떠난 시인 박후기는 잠시 머물다 떠나는 방문자의 시선이 때로는 삶을 통과하는 우리의 태도와 다르지 않음을 지적하며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자로서 미완의 10번 교향곡을 남기고 죽은 말러의 뒷모습을 추억한다. “우리의 삶도 말러의 음악과 같이 마지막에는 미완인 채로 끝나는 것이리라.”
리투아니아로 떠난 시인 김경주는 그곳의 시인들과 교류하며 모국어와 시의 관계, 자급자족하며 순환되는 예술 생태계 공동체 문제를 고민한다. 평온하고 고요한 공기 속에 시에 대한 원초적 열정이 가득한 리투아니아의 정취가 시인의 실존적 고민과 어우러지며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백영옥은 인파로 가득한 연말연시의 일본 교토에서 지난 여름 다녀온 베트남의 호찌민과 달랏을 회상한다. 그녀는 장기간의 소설 연재에 지쳐 오직 ‘소설이 아닌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겨울의 일본 여행을 하면서 여름의 베트남 여행기를 쓰게 되었다. 소설가가 아니었던 과거를 회상하고 소설가로 살아가는 현재의 기쁨과 괴로움을 토로하는 이 산문은 소설가의 일상과 창작이 엮인 편린이기도 하다. 여행을 즐기지 않는 소설가 심윤경이 오직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여행지에서 야생동물을 만날 때다. 미국 최남단 키웨스트 섬에서 헤밍웨이하우스를 점령한 고양이들을 보고 국립공원 에버글레이즈의 악어 떼와 새 떼를 관찰하며 보낸 플로리다 야생동물 구경기를 그녀는 이렇게 요약한다. “다녀온 뒤 날짜 지난 샤자한의 타지마할 준공식 초대장을 발견했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여행 작가이자 영화 칼럼니스트인 황희연의 산문은 7성급 호텔 풀빌라 리조트에서부터 황량한 러시아 변경지대의 농장, 샤워도 제대로 하기 힘든 네팔의 오두막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세계 곳곳의 여행자 숙소 체험기에 속한다. 여행과 일상을 매번 반복하는 자만이 쓸 수 있는 자세하고 유쾌한 이국의 풍경이 있다. 시인 김민정이 들려주는 스페인 여행 이야기는 언어도 사람도 낯선 외국에서 맞닥뜨릴 법한 여러 포복절도할 해프닝과 가슴을 울리는 시적 매혹의 순간을 통해 읽는 이의 공감과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소설가 함정임의 페루 여행기다. 로맹 가리의 단편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 묘사된 해변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되어 공중도시 마추픽추의 폐허 안에서 끝나는 이 산문은 작가가 언어로 현실의 풍경을 어떻게 포획하는지 잘 보여준다. “소설의 공간은 전적으로 인물의 공간이다. 소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그 공간에 어떤 인간이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런 시선이야말로 언어와 문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작가의 글이 독자에게 가 닿을 수 있게끔 하는 힘일지 모른다. 작가들을 강렬하게 사로잡은 이국의 한순간, 그 빛나는 추억이 『작가가 사랑한 여행』에 가득 담겨 있다. “제가 상상하는 북국은 뾰족하지만 부드러운 나무가 있고, 고립되어 있으나 고독하지 않고, 연인의 키만큼 눈이 쌓이나 춥지 않은 곳. 형용모순의 세계입니다. 당신을 만나기 전의 일입니다.” (일본 홋카이도, 한은형) “더 멀고 희귀한 곳에 가지 않아도 좋았다. 나는 그 순간 아프리카 안에 있었으니까. 어쩌면 내 생애 다시 오지 않을.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내가 꾀꼬리처럼 바구니 안에 잡아둔 잠시 멈추고 있는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조경란) “그들은 베트남에 다다랐지만, 끝내 베트남에 다다르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사라졌다. 나는 내가 오래전 연필로 밑줄을 쳐둔 문장들을 낯선 기분으로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베트남 하노이, 이신조) “한두 달 정도 머물 수만 있다면, 도시이든 사람이든 서로 이상적인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지워버린다. 여행지에서 죽을 수는 있어도 여행지에서 살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박후기) “이 소설을 제대로 끝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졌다. 일단 시작하면 끝낼 수 있는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것이 일기라고 해도 상관 없었다. 그렇게 일본을 여행하면서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본 교토 / 베트남 달랏, 백영옥) “유목민의 피를 돌게 만드는 것은 귀중한 ‘지상의 방 한 칸’이다. 차이 한 잔으로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는 이 시간, 이 공간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하다.” (러시아 크라스키노 / 인도양 모리셔스?세이셸, 황희연) “도무지 사건이라고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평온하고 온유한 공기의 질감은 여행자의 불안, 여독, 귀소본능을 잠시 마비시킨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김경주) “수십 마리 고양이가 소리 없이 거니는 화사한 라틴 풍 저택에서 그는 죽음을 써내려갔다. 고양이가 불어나듯 삶이 불어나고 애도 또한 불어나는 것.” (미국 키웨스트 섬, 심윤경) “해석할 수 없어 더 글자 같던 활자들을 밀어내고 행간 사이사이를 내 안에서 새로이 빚어져 나오는 말로 채워나가는 묘한 경험, 그렇게 나는 단숨에 시 한 편을 썼다.” (스페인 바르셀로나?그라나다?마드리드, 김민정) “나는 한때 거기 살았던 자들의 말소리, 발소리, 웃음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들의 목마름, 그들의 배고픔, 그들의 갈망을 달래주던 시원한 물줄기, 그들의 얼굴을 비췄던 싱그러운 햇빛… ….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페루 안데스 마추픽추, 함정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