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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최초의 밀실
제2장 두 번째 밀실 제3장 해결 뒤의 미해결 제4장 혼수하는 불안 제5장 추적하는 피로 제6장 세 번째 밀실 제7장 실종의 꿈 제8장 침묵과 혼미 제9장 사고의 경로 제10장 위험한 진실 제11장 불쾌한 진실 제12장 시적인 연결 작품 해설(간 사토코) |
Hiroshi Mori,もり ひろし,森 博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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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마네킹 같았다.
흰 살결 위로 보이는 한 가닥의 붉은 줄. 비스듬하게 흐르는 핏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그때 주차장에 차가 들어왔는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스기토는 잔디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발소리가 다가와도 꿈속에서처럼 멀게 느껴졌다. “스기토 조교님? 조교님, 괜찮으세요?” 그 목소리도 아득했다. --- p.13 “흐음, 그럼 밀실이군요.” 사이카와는 스기토가 내온 블랙커피를 마셨다. 제법 맛있다. “맞아요. 문과 창문 모두 안에서 잠겨 있었어요. 그래서 경찰들도 창유리를 깨고 들어갔죠. 이건 신문에는 안 나온 내용인데…….” 스기토는 사이카와 앞 소파에 앉았다. “참, 원래 이런 얘기는 하면 안 돼요. 경찰들이 당부했거든요. 교수님, 방금 건 비밀로 해주세요.” --- p.19 “글쎄요…….” 사이카와는 관심 없다는 표정이었다. 사실 전혀 흥미가 없었다. “그 밀실이라는 걸 소설에서 읽은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저는 아직도 이미지가 묘연합니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밀실을 대체 어떻게 정의할까요? 만약 현실에서 밀실 살인이 일어난다면 범인은 바로 체포되겠죠. 방에서 나가지 못할 테니…… 그래야 밀실이겠죠? 그러니까, 살인이 일어났을 때는 밀실이 아니었고 나중에 밀실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정확하게는 ‘밀실 살인’이 아니라 ‘밀실 전 살인’이라 해야겠죠. 아닌가요?” --- p.22 사이카와가 재작년 우연히 엮인 사건에 아주 작은 계기로 협력한 것이 시초였다. 모에는 이런 종류의 수수께끼 풀이를 무척이나 좋아해 사이카와는 그날 이래 자신이 그녀의 취미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모에는 대학 미스터리 연구회에 소속해 있다. 사이카와가 보기에 그녀의 행동은 한마디로 사리 분별 못 하는 것이지만 모에에게는 미스터리와 현실의 경계가 정말로 없는지도 모른다. --- p.27 “니시노소노, 요새는 뭘 읽어?” 가장 가까이 있는 오카베가 물었다. “요즘은 안 읽어. 재밌어 보이는 게 없더라고. 혹시 뭐 추천해줄 작품 없니?” 모에가 곁눈질하며 미소 지었다. “글세, 네 취향은 데이비드 핸들러 쪽이랬나?” “아, 그 작가 건 다 읽었어.” 모에는 반대편을 쳐다봤다. 놀랍게도 시노자키 도시하루가 2차 모임에 와 있었다. 아니, 그가 있어서 모에도 이 모임에 따라온 것이다. --- p.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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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공계 미스터리의 전설 ‘S & M’ 시리즈
누계 발행부수 390만 부에 빛나는 미스터리의 금자탑! 1980년대 중반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으로부터 시작된 일본 미스터리계의 ‘신본격 운동’은 20세기 초반 추리문학 황금기의 본격 추리물을 읽고 자란 세대가 당시 일본 미스터리계의 주류였던 사회파 리얼리즘 스타일의 변격 추리물에 염증을 느끼고, 본격 추리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신본격 미스터리’란 명탐정이 등장하여 미궁에 빠진 불가능한 사건을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본격 스타일로 회귀하면서, 독자와의 지적 심리 게임이라는 추리소설의 대전제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사건이 벌어진 동기나 외적 원인보다는 독자를 속이는 ‘트릭’의 설정에 더욱 집중한 일련의 작품들을 말한다. 『점성술 살인사건』의 시마다 소지가 추천하여 등장한 아야츠지 유키토, 노리즈키 린타로,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의 신본격 작가군은 정체된 일본 미스터리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게 된다. 1990년대 들어 한동안 주춤하던 신본격 미스터리계는 『우부메의 여름』의 교고쿠 나쓰히코와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모리 히로시라는 두 스타의 출현으로 중흥기를 맞이한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두 작가는 ‘이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일이란 없다’는 전제 하에,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서로 다른 독특한 개성으로 해결하는 탐정이 등장하는 작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인기 작가로 떠오른다. ‘요괴’ 전문가 교고쿠 나쓰히코가 괴이한 인물들이 벌이는 있을 법하지 않은 사건을 안락의자에 앉아 논리적으로 추리하여 해결하는 ‘문과계’ 스타일이라면, 공학부 교수 모리 히로시는 컴퓨터나 건축, 실험실, 수학적 소재를 트릭으로 삼아, 어떤 불가사의한 현상과 사건을 둘러싼 환경에 숨겨진 비밀을 현장 수사를 통해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이공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작가 모두 각자의 전공 분야를 작품 속에 충실히 녹여내어 추리물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문과계’와 ‘이과계’를 대표하는 인기 미스터리 작가로서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