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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ㆍ지적 유희를 만끽하는 철학 여행
1. 모든 것은 의심할 가치가 있다|2. 클론의 정체성|3. 끈적끈적한 얼음|4. 디지털 외도|5. 잡아먹히고 싶은 돼지|6. 확률의 속임수|7. 최선의 선택|8. 신이 선한 이유|9. 비거 브라더|10. 무지의 장막|11. 시간차와 정체성|12. 해변의 피카소|13. 내 전공은 빨강|14. 돈벼락| 15. 평범한 영웅|16. 거북이 경주|17. 정당 고문|18. 이성은 열정의 노예인가|19. 우리 안의 동굴||20. ‘영원한 젊음’의 저주 21. 에피페노메널리즘|22. 부자의 비스킷|23. 상자 안의 딱정벌레|24. 사각의 원|25. 뷔리당의 역설|26. 고통의 잔재|27. 행위자와 행위, 결과의 관계|28. 꿈인가, 생시인가|29. 낙태의 도덕성|30. 진짜 기억과 다운로드 기억 |31. 모자와 진화의 상관관계|32. 한없이 인간스런 컴퓨터|33. 언론의 자유와 언론 폭력|34. “내 조언자를 비난하시오!”|35. ‘윤리적인’ 인간폭탄|36. 마이너리티 리포트 |37. 무어의 돌|38. 나는 뇌입니다|39. 준의 천리안 부스|40. 믿음과 지식의 차이 41. 경험과 학습 사이|42. 돈을 갖고 튀어라|43. 미래충격|44. 죄수의 딜레마|45. 보이지 않는 정원사|46. 아메바 인간|47. 토끼와 가바가이|48. 사악한 천재|49. 옥스퍼드대학|50. ‘좋은’ 뇌물|51. 매트릭스|52. 산아제한|53. 황산모르핀 20밀리그램|54. 내가 모르는 나|55. 환경론자들의 미래|56. 우주 속의 ‘위대한’ 티끌|57. 애완동물과 식용동물|58. 신성한 명령|59. 하늘은 정말 파란색일까?|60. 내 말을 따르시오 61. 엘비스와 모차렐라 달|62.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63. 나는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64. 국제법과 암살|65.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66. 고흐의 그림과 베컴의 티셔츠|67. 파파돔 역설|68. 이상한 통증|69. 공포! 그 공포! 70. 예고된 기습방문|71. 방임적 안락사|72. 클링곤의 인격에 관한 고찰|73. 박쥐로 산다는 것|74. 물은 물이되, 물이 아니다|75. 투명인간의 반지|76. ‘지식인’에게 물어봐|77. 준법과 최선의 행동|78. 신과의 도박|79. 시계태엽 오렌지|80. 가슴과 머리 81. 베토벤 9번 눈으로 듣기|82. 이웃집 정원의 그늘|83. 공자의 황금률|84. 베토벤과 브리트니 스피어스|85. 프랑스 왕은 대머리|86. 예술을 위한 예술|87. 공정한 불평등|88. 토탈 리콜89. 죽이기와 죽게 놔두기|90. 오렌지 껍질과 과즙|91.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92. 컴퓨터 정부|93. 좀비와 인간의 차이|94. 모래 한 알의 파워|95. 선과 악의 문제|96. 가족 먼저|97. 폴과 고갱의 차이|98. 행복을 팝니다|99. 전쟁과 도덕성|100. 착취의 공범 |
Julian Bagg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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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레마를 통한 "철학하기"
이노춘(blog.yes24.com/lnc98)
경험론, 합리론, 실존주의, 현상학… 단순히 서양 철학사의 흐름을 그대로 암기하고, 시대별 대표 인물들의 철학 이론과 저술들을 섭렵하는 것을 "철학하기"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두꺼운 개념서와 철학 이론서들을 가지고 있는 것을 스스로 만족하며 나름대로 철학하기의 기본 자세가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 시절에 처음으로 주변의 것들을 대상으로 생각하게 만든 것이 '매트릭스' 라는 영화였다. 일본의 '공각기동대'를 원용한 것이라느니, 워쇼스키 형제뿐만 아니라 헐리우드가 동양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느니 등 나름대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영화였다. 물론 액션도 훌륭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매트릭스는 아닌지, 아니면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합리성이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라는 것들을 생각해 주도록 만든 것이 이전까지 오락물의 대명사로 여기던 헐리우드 영화였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였다. 세상에 대한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수많은 논쟁을 벌여왔고, 인간이 믿고 있는 합리성이라는 것이 과연 어떠한 형태인지, 단순한 신경 작용의 결과물이라거나 언어라는 사회적 약속에 의해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가 제약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 그때까지 읽어왔던 모든 것들을 조금만 종합해 보더라도 그 영화는 그리 신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읽어왔던 것들을 처음으로 내 삶에 접목시키기 시작했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 아닐까를 생각해 봤을 때 심히 부끄럽기도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철학하기"의 기본적인 방법을 배우는 데 매우 훌륭한 책이다. 단순히 철학사를 알고 철학자의 이름을 아는 것만이 철학의 전부일 수는 없다. 오히려 시시각각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딜레마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판단에 이르까지의 과정을 고찰하는 것이 철학자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더 현명할 뿐만아니라, 오히려 철학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강력한 속임수의 능력을 가진 악마의 영향을 배제하고 의심할 수 없는 궁극적인 명제를 찾기 위한 데카르트의 Cogito의 명제로 딜레마 여행을 시작하는 것은 이러한 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어지는 합리성과 정당성에 대한 여행을 통해 이 책은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먼저 눈에 띄는 딜레마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제논의 패러독스와 플라톤의 동굴의 우상에 대한 여행이었다. 인간인 아킬레스와 거북이 타퀸의 경주는 누구나 아킬레스가 이긴다고 말 할 수 있지만, 수학적으로 볼 때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역설은 교과서적 딜레마이다. 단순히 현학적인 싸움이라고 치부하기 이전에 역설들에 대한 논리적 해답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철학의 기본이 숨어 있다는 것을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저 유명한 동굴의 우상도 마찬가지이다. 애벌레가 나비가 이야기 하는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믿고 있는 진리가 진리라고 얘기할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의심케 한다.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딜레마 여행도 있다. 전쟁영화의 단골 주제인 명령과 윤리와의 문제이다. 상부의 명령에 의해 잘못된 명령을 수행하게 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이 일을 처리할 것이라는 생각과 자신이 그 명령을 수행하면 최소한의 피해로 마무리 할 수 있다는 합리성이 상황을 정당화 시킬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안락사를 원하는 환자와 이를 처벌하는 법규 사이에서 고민하는 의사를 통해 윤리와 정당한 법률, 그리고 시민 불복종의 관계를 고찰하기도 하고, 지구라는 구명보트를 빗대어 세계 양극화 문제를 생각해 보도록 한다. 이마저도 다가오지 않는다면 영화와 문학 주제만을 통해서라도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저 유명한 필립. k. 딕의 작품을 영화로 만든 <마이너리티 리포트> 나 <토탈리콜>, 혹은 워쇼시키 형제의 야심작 <매트릭스> 같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와 통제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든 내용이 하나의 파일처럼 개별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주제를 마음대로 골라서 읽더라고 책을 읽는 데는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툭 던져진 논쟁거리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사고와 딜레마에 대한 평가를 읽지 않더라도 그렇게 던져진 딜레마적 상황이 자신의 세계관을 충분히 의심토록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철학하기"의 사명을 다한 것처럼 보인다. 단지 아쉬운 부분이라 한다면 대부분의 인용 작품이나 사례들이 서양의 사례들이고 그나마 인용되고 있는 공자 철학은 극히 지엽적인 부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흥미를 끌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몇몇 TV 프로그램은 너무 생소해서 이어지는 딜레마에 대한 해설도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차치하더라도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데 충분한 논제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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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우리 삶의 해답을 찾는 실마리
자신이 키우던 애완동물을 잡아먹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은 일일까? 영원한 젊음은 과연 축복일까? 하늘은 정말 파란색일까? 부시의 이라크 침공은 정당한가?…… 우리 삶의 많은 문제들은 모두 의심할 수 없는 하나의 정답을 갖고 있는 듯하지만, 한 번 뒤집어 생각해보면 철학적 관점에서 쉽게 정답을 찾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애완동물과 식용동물의 차이를 살펴보자. 언뜻 자신이 키우던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것은 잔인한 일 같다. 그러나 그것도 없어서 굶어죽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어쩐지 먹지 않는 일이야말로 도덕적 방종 같다. 실제로 필립 풀먼의 동화 <그의 어두운 물질>에서 주인공 곰은 죽은 친구를 먹음으로써 경의를 표한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하나의 정답을 끌어낼 수 없는 무수히 많은 딜레마적 상황이 존재한다. 만약 애지중지 키우던 애완견이 식탁에 올라왔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유쾌한 딜레마 여행》에서 새 시대의 대중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사고실험은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시나리오를 만들어 부수적인 요건을 배제하고 문제의 핵심에 집중해서 그 해답을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의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사고실험의 목적이다. 책 속의 사고실험 1 ― ‘영원한 젊음’의 저주 영생의 비밀을 발견한 바이탈리아는 200년 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젊고 어리석었던 자신의 탐욕을 저주하고 있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가족들은 모두 옛날에 죽었고, 그녀 혼자 남았다. 죽음이 뒤쫓지 않으니 모든 동기와 야망이 사라졌고,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성취하는 일이 전부 무의미하게 여겨졌다. 이제 그녀의 유일한 꿈은 하루 빨리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Source] 버나드 윌리엄스, ‘마크로풀로스의 사례’,《자아의 문제》, 케임브리지 대학출판부, 1973년 바야흐로 ‘불멸’은 인류의 꿈이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지금 태어나는 인류가 앞으로 1000년을 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과학자까지 있다. 요즘의 ‘중년 청년’들처럼 인간의 수명이 1000년이 되는 날엔 100년 이상 청년기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미국인들 중에는 불치병으로 사망하기 직전에 생명이 연장되는 통 속에 들어갔다가 불치병이 치유되는 그날 다시 깨어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바이탈리아의 경우를 보면 우리가 꿈꾸는 ‘불멸’은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지 않다. 만약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충실하게 사용한다’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전제가 있기에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가치 있는 삶을 만들고자 애쓰는 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인생은 짧은 게 문제라고 말할 때 우리는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 속의 사고실험 2 ― 나는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지난 주 나오미는 커피숍에서 한 남자가 토끼 모양 열쇠고리를 떨어뜨리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우연히 길을 지나다 교통사고를 목격한다. 커피숍의 그 남자가 죽은 것이었다. 나오미는 경찰 조사에서 ‘며칠 전 커피숍에서 열쇠고리를 떨어뜨렸던 남자’라고 진술했다. 그런데 오늘 커피숍에 그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똑같이 생긴 열쇠고리를 갖고 나타났다. 쌍둥이였던 것이다. 나오미는 혼란스러웠다. 지난 주 커피숍에서 만났던 그 남자는 정말 어제 죽었을까, 아니면 오늘 만난 이 남자일까?…… [Source] 에드먼드 게티어, <정당화된 참인 믿음은 지식이 되는가?> 어떤 것이 지식이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당신이 그것을 참이라고 믿어야 한다. 둘째, 당신이 믿는 것이 참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믿음이 참이라는 것을 어떻게든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나오미는 죽은 남자에 대해 알고 있다고 진술했지만, 참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것 같다. 어쩌면 죽은 그 남자는 커피숍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토끼 모양 열쇠고리를 갖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녀는 알고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도 대부분 지식으로 인정하기엔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실은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