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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우장 202호
2. 성동여관 309호 3. 그린모텔 406호 4. 국가재건회의 2135호 5. 그랜드모텔 305호 6. 새서울여관 201호 7. 당신이라는 여관 8. 지하실 0호 9. 다시 성우장 202호 |
한차현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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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는 지금, 잡지 속 사진보다 또렷한 상상의 장면들이 한가득 펼쳐지는 중이다. 바지와 팬티를 훌러덩 벗은, 남성용 정조대를 직접 몸에 걸친 내 모습.
하고 싶다! 하고 싶다! 귓속에서 그런 외침이 왕왕 울렸다. 몸의 일부가 어떤 욕구의 강렬함으로 뻐근하게 달구어지고 있다. 남의 가방에 손을 대고 싶은 뻔뻔한 욕구보다 열 배는 강렬했다. 남의 여관방을 청소하고 싶은 엉뚱한 욕구보다 천배는 강렬했다. 그래. (……) 훌륭했다. 제품 테스트를 하듯 화장실로 가 오줌을 누었는데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구조상의 결정적인 특징 하나를 소개한다면 본체가, 음경이 들어가 자리 잡는 길쭉한 금속 원통이, 상하 좌우 180도 가까이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어느 한자리에 빳빳하게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것은 대단히 인체공학적인 구조였다. 예컨대 물건이 축 처져 있거나 빳빳하게 발기가 된 경우거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심하게 휜 경우에도 불편이 전혀 없을. (……) 중세 때엔 청소년들의 자위를 막고자 의무적으로 남성용 정조대를 채우기도 했다지. 귀두의 표피를 뚫고 조그만 쇠고리를 끼워, 발기했을 때 살가죽이 늘어지고 찢어지는 고통을 참을 수 없도록. 그에 비해 이건 얼마나 합리적인가. 잘 만들었어. 입가의 흐뭇한 미소가 스르르, 걷혔다. 중세 소년들의 고통이 피부에 와 닿아서가 아니었다. 맙소사. 다급하게 하체에 손을 가져갔다. 정조대 여기저기를 더듬는다. 변함없이 견고하고 매끈한 금속의 감촉. 이럴 수가. 뒷덜미가 아찔했다. 숨이 턱 막혔다. 속이 메슥거렸다. 별안간 당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이거, 어떻게 벗는 거지? --- p.77~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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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사로잡는 작가 한차현의 신들린 상상력!
공적인 죽음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는가? 카이사르와 박정희, 존 레넌과 간디, 카뮈와 이휘소, 장국영과 기형도. 지휘 체계의 통제를 받고 정보가 관리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공공의 필요에 의해서라고 믿어지는, 따라서 어느 시대 어느 체제에도 존재했고 은폐되었던 죽음. 그것이 바로 한차현의 장편소설 『여관』이 주장하는 공적인 죽음이다. 공적인 행위란 흔히 전체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법. 그렇다면 공적인 죽음의 은밀한 수행원 혹은 비밀요원으로 추정되는 ‘당신(ㅁ)’과 일반인―주인공 ‘나(한차연)’이자 작가(한차현)인 동시에 모든 사람들―과의 접촉은 국가기관에 의해 철저히 봉쇄될 수밖에 없다. 빈틈없이 인간을 억압하는 통제 사회의 섬뜩함을 배면에 깔고 있는 이 작품 『여관』의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일견 한없이 가벼운 듯 보이지만, 묵직한 주제의식이 소설의 재미에 깊이 녹아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 소재로 만들어진 유전자 합성인간 레플리컨트(『영광전당포 살인사건』) 등 상상력의 허를 찌르는 독특한 작품에서도 매번 철학적 존재론과 인식론의 영역 등을 밀도 있게 천착해 온 작가의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버스와 충돌하고도 멀쩡하며 남성과 여성 성기를 동시에 지닌 인물이 존재하고,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국가재건회의 2135호와 지하실 0호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여관』은 일종의 팬터지다. 뚜렷한 직업도, 사회적 명찰도 없는 여관 장기 투숙자인 ‘나’와 ‘당신’은 문학평론가 이경재가 지적한 바와 같이 “현대인의 외로운 기표들”이다. 중음신(中陰神)이 되어 떠도는 그들은 살아 있으나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시작은 있으나 끝은 없는 영원한 반복의 순환구조에 놓여진다. “70년산 이후 세대가 거의 체질적으로 향유하고 있는 ‘잡종적 문화체험’을, 문화적 취향에서의 민주주의적 경향 또는 무차별적 혼합의 방식을 관대하게 용인한 그들 세대만의 고유한 관점에서 반죽할 수 있”(문학평론가 이명원)는 한차현의 작가적 능력과 가능성이 어김없이 드러난 대목이다. 소설의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도 결코 늦춰지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과 경계를 허무는 작가 한차현만의 독특한 글쓰기는 이 시대의 독자들을 강렬하게 사로잡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