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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마리아 못된 마돈나
박초초 장편소설
박초초
나무옆의자 201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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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 가디스
2 그리 생각하신다면
3 흰백
4 빨간 앵두 물결
5 배우
6 ‘미스코리아’여 단발하시오
7 출국
8 아직 믿을 수 없으니까
9 전형
10 해할 줄 모르는 눈
11 꽃
12 꽃을 즐길 자격
13 여행
14 오월의 태양 아래
15 영웅
16 취조와 연서
17 과거
18 네가 친절한 이유
19 레코드
20 나를 부정하는 말
21 화
22 탄생으로 희생을
23 전시품
24 욕망과 허망, 희망 한 장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박초초
1987년에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러시아어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다수의 매체와 저서에서 번역 및 원고 작성과 시평 기고를 맡았으며, 동아시아문화사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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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554g | 145*210*30mm
ISBN13
9791186748527

책 속으로

영화 팸플릿은 욕망이다.
영화 팸플릿은 희망이다.
영화 팸플릿은 허망이다.
팸플릿 한 장이 거리에 낮게 깔렸다. 거의 바닥에 붙어 뒹굴듯 나는 팸플릿은 때때로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툭툭 채였다. 누군가의 욕망과 허망이 쓰레기로 온 바닥에 굴러다녔다. --- p.7

“괜찮아요. 난 그런 사랑은 영화 찍으면서 실컷 할 수 있어. 당신이야말로 영화 주인공 돼보는 기회를 잃은 거라고요.”
“배우 따위 시켜줘도 안 해. 그깟 광대놀음하며 위신을 떨어뜨릴 수 없어.”
에렌은 교이치의 귓가에 속삭였다.
“정말 속지 말라고요. 순진한 요부는, 고도의 연기를 하는 배우니까. 천상의 여자가 아니라, 죽어도 모를 여자예요.” --- p.49

“넌 너무 전형적이야.”
“그렇지? 카페걸의 전형은 둘. 활개 치는 요부형이 첫째요, 병든 부모 봉양에 어린 동생들 입 들어갈 것 걱정에 떠밀려 나와서 눈물짓는 청순형이 둘째 유형. 그럼 나는 전자인가?” --- p.130

영방은 연혜를 너무 손쉽게 좋아했던 것을 후회했다. 연혜 같은 여자에게라면 누구나 쉽게 사로잡힌다. 그러나 이런 여자를 끝까지 좋아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를 미리 각오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빠르게 반해버리고 금세 기권해버려서, 여신의 곁을 완주해낸 비법 따위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관상의 존재로만 두어야 하는 여자가 있는 것이다. --- p.355

“아무도 험난한 역은 맡지 않으려고 해요. 그게 인간이니까요. 우리는 누구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역만 맡고 싶어 해요. 사실 세상에는 못 입고 못 먹고, 헐벗고 굶주리고, 냄새나고 더럽고, 추레하고 추잡하고, 폭력에 힘 한번 못 쓰고 가련하게 스러지는 이들이 수두룩한데요.”
영방도 교이치도 이렇게 냉소적인 연혜는 이제껏 본 적이 없었다. 연혜는 슬픈 분노를 눈에 담은 채 말을 이었다.
“그게 내가 되기는 싫은 것이지요. 어렵고 괴롭고 아픈 건 나는 싫고, 누군가 전시용이 있어서 그를 보며 동정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구경꾼이고 싶은 것이지요.”
연혜는 난생처음 조소를 보였다.

--- p.428

출판사 리뷰

근현대 도시 경성의 세밀한 복원 속에 약동하는 인간의 본성을 그리다!

1930년대 카페는 커피가 아닌 술과 여급의 서비스를 파는 윤락 공간이었다. 이 퇴폐의 장소에서 무명배우 이혜련이 카페걸 ‘에렌’으로 활동하며 유명해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카오카 교이치’는 어릴 때 헤어진 한 조선 여인을 찾고 있었다. 그녀를 찾기 위해 관동군 준장인 아버지의 뒤를 잇기를 거부하고 조선으로 향하고, 총독부 문관이 되어 경성으로 발령받는다. 마침내 교이치는 그가 찾는 여성과 똑같이 생긴 인물을 카페 ‘가디스’에서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바로 에렌. 어릴 적 보았던 연혜와 꼭 닮은 에렌을 보고 교이치는 그녀가 카페걸이 된 것을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정말 그녀와 동일인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그러나 에렌은 좀처럼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다.
‘오영방’은 학문과 책을 벗으로 삼는 백면서생인 유학자이다. 그의 아버지는 성균관의 부제학이었으며, 일제강점기에 성균관은 경학원으로 개칭되어 명륜학원이라는 학교를 운영하였다. 영방은 부친의 배경 덕택에 명륜학원 강사로 들어가고, 새로 조교를 뽑던 중 ‘연혜’를 만나게 된다. 연혜가 예사 인물이 아님을 알고 그녀에게 흥미를 느껴 조교로 채용한다. 연혜는 신여성과 고전여성의 장점만 모아놓은 여자로, 영방뿐 아니라 정균과 미스 고, 동철 강사를 비롯한 경학원 사람 모두를 사로잡는다.
분방한 카페걸의 전형 같은 에렌은 과거를 지우려 하고, 완벽한 여자의 전형 같던 연혜는 수상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두 여자는 응당 있을 수 있는 이중적인 면모 하나 보이지 않으며 지나치게 정형화된 인물인 동시에 양 극단을 오가는 인물이지만, 때때로 같은 것을 공유하는 이유로 서로의 존재가 교이치와 영방의 눈에 점점 띄게 된다.
결국 에렌의 기형적인 성격과 연혜의 기이한 행적은, 교이치와 영방의 의심을 사게 된다. 에렌과 연혜에게 모종의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교이치는 추적 끝에 영방을 찾아간다. 서로 아무런 교차점이 없던 일본인 문관 교이치와 조선인 유학자 영방은, 두 여자들이 지닌 비밀을 풀고자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협력하게 되는데....
아슬아슬하게 교차점을 이루는 에렌과 연혜의 비밀을 알게 된 교이치와 영방은 자신만의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다, 급기야 결혼을 감행하고 만다. 절반을 얻는 것부터 시작하여 온전히 한 사람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이치와 영방은 서로의 결혼을 묵인하지만, 두 남자 중 누구 하나 승자가 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무언의 경쟁은 이어진다.


사랑을 위해 선택한 그들의 공존 방식!

영방과 교이치는 조선과 일본 사이의 민족적 골로 “넌 내가 감탄하는 조선인이니 독립운동은 하지 마라”, “마음껏 일제 타도 운동할 수 있겠군” 같은 한담을 주고받고, 결코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지 않는다. 교이치는 영방의 지성에, 영방은 교이치가 지배국가의 통치 세력가라는 현실에 각자 열등감을 느끼며 끊임없이 서로를 의식하면서도 점차 서로에게 동화된다. 영방이 친구 정균으로 인해 난관에 빠졌을 때는 교이치가 그를 구해주며, 교이치가 사촌누이 사치코로 곤란해졌을 때는 영방이 도움을 준다.
한편, 에렌은 배우로서 유명해지기 위해 라디오 방송에 나가고 영화를 촬영하며, 연혜는 유학을 준비하고 조선 시찰을 나온 외국 인사의 안내를 맡는다. 두 여자의 판이하게 다른 행보는 때론 상대방 남편의 조력이 필요할 때도 있어서, 두 남자는 아내를 위해 서로에게 굽히고 도움을 청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두 여자의 비밀스러운 생활이 불러오는 문제 중 가장 파장이 큰 임신 문제에 이르자 둘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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